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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삶의 의미를 발견하라 -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

“항일을 하자니 몸이 고단할 것 같고, 친일을 하자니 마음이 고단할 것 같고, 난 원체 무용한 것들을 좋아하오.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그런 것들. ”

-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김희성 대사 中 -

 

TVN에서 방영했던 드라마 <미스터 선샤인> 의 등장인물 박애주의자 김희성이 한 대사이다. 윗물에서 놀 수 있는 가정에서 태어난 그이지만, 윗물이 워낙 깨끗하지 않다 보니, 열정 없이 소신을 갖고 살아가는 인물이다. 위 대사에서 언급한 달, 별, 꽃, 바람, 웃음, 농담 말고도 세상에는 무용한 것들이 참 많다. 무용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쓸모가 없다와 볼일이 없다이다. 위 대사에서의 무용 하다는 ‘볼일이 없다’의 의미로 쓰였고, 나도 ‘볼일이 없다’ 에 대한 관점에서 이야기하려고 한다. 사람들의 가치관에 따라 무용한 것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들이 달라진다. 현재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도 각자의 삶 속에서 보통은 눈에 보이는 가치들인 목표를 이루기 위해, 또는 돈을 벌기 위해서 등등으로 다양한 일들을 하면서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그 바쁜 일상 속에서 무용한 것들에 대해서 얼마나 생각하면서 살아가고 있을까. 비록 바쁜 삶 속에서 생각하지는 못해도 우리는 무용한 것들을 통해서 여유와 활력을 되찾아가기도 한다. 그렇기 때문에 무용한 것들은 여전히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일상 속 무용한 것들의 대표적인 예가 바로 예술이다. 어렸을 적부터 미술 작품을 관람하는 것과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나는 시간을 내서 미술관으로 종종 발걸음을 옮기기 때문에 예술이라는 것을 전혀 무용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 예술은 생업이 아닌 이상 먹고 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거나 본인의 관심분야가 아니기에 무용하다고 여긴다. 하지만 예술은 절대 무용하지 않다. 우리는 종종 예술을 특별한 무언가에서 찾으려고 하지만 그럴 필요가 없다. 일상 속에서 주위를 조금만 둘러본다면 우리는 예술을 쉽게 발견한다.

              

8월 23일 금요일 서울 석파정 미술관에서 기획전으로 열린 <안 봐도 사는데 지장없는 전시>에 간 나는. 전시회에 들어가자마자 바로 이 전시를 소개하는 글을 발견한다.

“보잘것없다고 생각했던 여러분의 하루가 어쩌면 누군가에게 자랑할 만큼 가치 있는 하루였을지도 모릅니다. 오늘 하루가 어땠는지 물었을 때, 매일매일 다르게 대답할 수 있을 정도로요.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애써 떠올리려고 해도 잘 기억나지 않는 찰나의 순간들이 모두 예술이 될 수 있다면, 그 찰나의 순간이 모여 만들어진 당신의 삶 또한 예술일 것입니다. 여러분이 무심코 지나친 찰나의 순간들을 담아내고 있는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 를 통해 별다를 것 없던 하루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 <전시회 내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 소개 멘트 中>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는 하루 동안 그저 스쳐 가는 순간들이 어떤 의미를 지녔는지 시각화한 전시이다. 물 흐르듯 어느 순간 간과하고, 지나쳐버리는 우리들의 ‘일상’에 눈을 기울이고 있다. 이를 강조하듯, 전시 곳곳에 시간의 흐름대로 시계가 놓여져 있다. 기존에 가보던 전시회들과는 달리 작품들을 소개하는 멘트들이 간단 명료해서 가독성이 좋다. 나이가 어린 관객들까지 이해하기 쉬운 문장들이다. 이 전시는 전반적으로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목은 <기획 노트>이다. ‘아침-낮-저녁-새벽’ 총 4개의 섹션으로 구분된다. 관람객은 시간의 흐름에 따라 전시장을 이동하면서 현대인의 일상을 주제로 한 회화, 사진, 영상, 설치, 조각 등. 현대 미술 전 장르 약 100여 점의 작품을 만나 볼 수 있다. 무심코 흘러 보냈던 24시간 속에 우리가 어떤 예술 현상을 마주하고 있었는지, 또 우리의 일상은 어떻게 예술로 재탄생 되는지 발견할 수 있다. 작품은 보기 전 아침-낮-저녁-새벽 네 가지 시계가 나란히 있는 작품이 전시 되어 있는데, 관객들이 바라보는 시계로 지금은 어느 때쯤인지를 가늠할 수 있게 한 센스가 돋보인다.

 

Part 1. 아침

 

 

아침은 고요함 속 바쁨이 공존하는 시간이다. 차가운 공기와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 부지런하게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다. 왼쪽 황태선 작가의 빛을 담아낸 작품들을 보니 숲속에서의 사색을 즐겼던 책 ‘월든’의 작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도 떠오른다. 내 머릿속에는 아이를 유치원 차에 떠나보내고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있는 어머니들도 눈에 보이는 것 같고, 시간에 맞춰 등교하기 위해 바쁘고 움직이는 학생들도 눈에 보인다. 오늘 하루도 돈을 벌기 위해 회사로 출근길을 가고 있는 직장인들도 있다. 이런 일상들도 이렇게 멀리서 보면 하나의 예술이 된다. 저 아침이라는 작품 속에 나는 무엇을 하고 있을까. 최근 1년 동안 휴학한 나의 모습을 떠올리면 창가에 비치는 아침 햇살은 잠을 자기 위한 따뜻한 자장가였다. 이 작품 안에서 나는 없겠다. 하지만 새학기가 시작돼서 다시 복학했을 때는 작품 속에 들어가 저 바쁜 사람들 중 한 사람이 되어 있을 것이다. 우리가 쉽게 볼 수 있는 하나의 빛도 저렇게 작품이 된다. 우리는 이렇게 아침에서도 예술을 발견한다.

 

Part 2. 낮

 

 

낮은 사람들이 가장 많은 활동을 하는 시간이다. 낮 시간 중에서도 점심 시간이 떠오른다. 그 시간은 직장인과 학생들에는 빨리 오기는 기다리게 되는 시간이다. 대학생인 나는 다음 전공 수업을 듣기 위해 낮잠을 자거나, 간단하게 점심을 먹을 시간이다. 다른 이들은 휴식을 취하며, 만날 시간이 되어도 오지 않는 친구나, 직장 동료를 기다리기도 할테고, 저 작품처럼 서로의 얼굴을 보기 위해 달려가 사랑을 나누는 연인들을 위한 시간일 수도 있다. 그리고 아침과는 다른 또 다른 일들이 시작된다. 해가 가장 위에 떠 있는 낮은 그 어떤 시간보다 더 의미 있다. 아직은 대학생 신분인 나의 낮은 여전히 학업, 전공 수업을 듣고 있는 시간이다. 낮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서 순간순간들이 짧을 수도 있고 길 수도 있다. 낮은 신비한 시간이다.

 

Part 3 저녁

 

 

저녁은 보통 하루를 정리 또는 마무리 하는 시간이다. 서서히 어둠은 찾아오고, 대신 형형 색깔의 네온 사인들과 가로등 빛이 아침과 낮과는 다른 또 다른 활기를 띄운다. 어떤 이들에게는 하루의 피곤함과 고단함에 바로 집에 들어가는 시간이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상점과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서 마음의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리고 밤부터 일하기 시작하는 사람들에게는 하루가 시작되는 시간이기도 한다. 3년 전 노량진 이 떠오른다. 저녁은 어둡고 쓸쓸함이 있는 차분한 시간이다.

 

Part 4. 새벽

새벽은 모두가 잠들었다 착각하기 쉬운 깜깜한 시간이다. 하지만 새벽에 잠을 자지 않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이들은 다양한 소셜 네트워크(SNS) 를 구경하기도 하고 갬성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기도 하면서 취미 생활로 하루의 마무리는 짓는 사람들도 눈에 보인다.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한 정도의 관계 외에는 혼자가 더 편한 사람들을 위한 시간이 새벽이다. 꿈이 생각나는 이 새벽은. 잠이라는 것에 구속될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는 자유의 시간이다.

이 밖에도 전시장 내는 현대를 잘 나타내는 배달의 민족, 사랑, 첫 데이트, 충돌, 미인도 등등 다양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일상 이야기를 표현한 작품들로 가득하다.

 

나의 감상평을 이야기한다면. 각각의 시간대에 맞게 작품들과 스토리가 전개된 점이 관람하기에 좋았다. 일상생활 속에서 간과하여 지나쳐 버리는 소중한 일들을 기획하여 표현한 의도가 좋다. 그런데 보통 우리가 딱히 기억하고 싶지도 않은 매일 겪는 평범하면서도 불편한 일상들(예를 들어 출근길)까지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미술 작품들과 차별성이 있었다. 진부할 수도 있는 ‘일상의 소중함’을 전달하려는 의도로 느껴진다. 대부분 작품에서 표현하고자 했던 핵심은 일상 속에서의 사람들이다. 한사람 한사람 모두가 예술이고 주인공이면서 엑스트라가 될 수 있다. 전시회 제목 그대로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회이다. 내가 이 전시회를 관람하지 않았다고 해서 일상에 전혀 지장 되는 일은 없다. 하지만 일상이 얼마나 사람 개개인들을 풍요롭게 할 수 있고 나아가 그 일상을 그린 이 예술 작품들이 사람들의 삶을 더 풍요롭게 한다는 점은 결코 부인할 수가 없다. 이렇듯.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가 맞기는 하지만 ‘안 보면 후회 할 전시회’라고 제목을 바꿔도 전혀 지장이 없을 듯하다. 전시회를 보는 내내 자연스러운 것에는 역시 마음과 생각을 이끄는 힘이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 전시회는 안 봐도 사는데 지장 없는 전시회로 일상의 아름다움과 생활의 발견을 표현한다. ‘우리가 맞이하는 순간들이 바로 예술이다.’ 이 한마디를 전해주고 있는 듯하다. 짧고 단순한 이 일상에 정말 많은 이야기가 담겨 있다는 것을 직감하게 해준 전시회이다. 일상 속에서도 예술은 이렇게도 쉽게 발견할 수 있고 예술과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에 결코 무용하지 않다. 다양한 삶의 의미를 발견한다.

 

김진이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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