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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 여성을 그리다 - 유기농 볼셰비키 인터뷰

유기농 볼셰비키(이하 유기농)를 처음 알게 된 계기는 SNS였다. ‘맥아더 보살’이라는 전무후무한 소재의 글로 화제를 모은 그는 정말로 대담한 인물이었다. 그는 언제나 자신을 ‘물범 닮은 꼴’로 소개하며 ‘맑고 밝은 청순한 순정 소설 전문가’라 주장했다. 그 때문에 그에게 느낀 첫인상은‘저 사람은 천재 아니면 나사 하나 빠진 사람이구나’였다. 그렇게 신기하고 이상한 사람이라는 첫인상이 가시기도 전에 나는 유기농의 소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주변인들에게‘물범이 아니라 듀공’이라는 소리를 듣던 유기농은 사실 자신만의 작품 색이 뚜렷한 예술가였다. 나는 유기농의 작품에 대해 더 깊숙이 탐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얼마 전 그가 새로운 장편소설의 연재를 시작했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다. 나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라 생각해 유기농과 인터뷰를 시도했다.

 

Q. 반갑습니다. 우선 기사를 읽을 독자분들에게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초 힐링 청순가련 소녀 감성 순정소설가이자 치유계 아이돌 유기농볼셰비키 입니다!

 

Q. 치유계 아이돌보다 더 눈에 띄는 것이 바로 필명인 ‘유기농 볼셰비키’인데요. 무슨 의미의 필명인가요?

사실 처음에 이걸 지을 때는 큰 의미를 갖고 만들진 않았어요. ‘유기농’이라는 접두사가 붙으면 뭐든 귀하고 비싸지잖아요? 그래서 저도 한 번 스스로 고급스럽게 만들어보자, 해서 유기농을 언뜻 생각했는데, 왠지 이 뒤에는 농약을 치지만 않았지 유기농과는 전혀 안 어울릴 것 같은 이름을 짓고 싶은 거예요. 예를 들면 유기농 차르 봄바(소련의 초거대 핵무기), 유기농 소련군, 유기농 폴로늄, 유기농 우라늄... 그렇게 여러 가지를 조합해 보다가 어감이 제일 찰진 게 유기농 볼셰비키였어요. 제가 소련 음악과 미술, 여성 혁명가들과 여성 전사들을 좋아해서 볼셰비키를 좀 존경했거든요. (웃음) 반쯤은 돈 많은 사람만이 유기농과 친환경을 실천하는 환경주의자가 될 수 있다는 식의 마케팅에 대한 비판이고, 나머지 반은 어감이 찰져서 쓰는 농담이고 그래요. 이거 외에도 여러 가지 이유가 있긴 한데 지면에는 일단 이만큼만 싣기로 하죠.

 

Q. 정말 심오하다면 심오한 필명이네요. 사실 오늘 질문드리려던 것은 이번에 연재를 시작한 장편을 포함한, 유기농 볼셰비키라는 작가의 글에 관한 질문인데요. 어떤 글을 쓰고 계시는지 소개해주실 수 있으신가요?

두 작품이 있는데요, 하나는 <프라우다>라는 대체세계사 타임슬립 로맨스 액션물이고 또 하나는 <혁명적이시네요, 영애님!>이라는 빨간 맛의 로맨스 판타지입니다. <프라우다>는 2010년대에 사는 밀리터리 잡지사의 사진기자인 송진아가 러시아 전승기념일 밤에 모스크바에서 차에 치여 1941년 독-소전쟁기 독일군의 여성 종군기자 '릴리 슈타이너'의 몸에 빙의하면서 시작되는 이야기입니다. 주인공은 독일이 4년 뒤에 패망할 것을 알고 있지만, 원래 파시스트를 매우 싫어하는 똑똑한 여성이기에 독일의 승리를 원하지 않죠. 그래서 그녀는 자신이 가진 재능과 자원, 자신을 구해준 독일군 대위 레온하르트와의 관계 등을 통해 유럽을 탈출해 미국으로 망명하려 합니다. 그 와중에 여러 역사적 사건에 휩쓸리게 되고 그러면서 점점 성장해 나가고 역사를 개척하죠. 사랑과 로맨스, 낭만, 우정 등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격동기를 살아가는 한 여성의 이야기를 다룬 생존물입니다. 지금은 동료를 모으는 부분까지 진행했고, 앞으로 더욱 다양하고, 로맨틱하고, 사랑스럽고, 재밌는 킬... 아니 힐링 스토리가 펼쳐질 예정입니다.

두 번째 작품인 <혁명적이시네요, 영애님!>은 얼마 전에 연재를 시작한 따끈따끈한 신작인데요, 역사 소설이 가미된 로맨스 판타지로 돈을 벌어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탈 자금을 모으기 위해... 아니 로맨스 판타지 장르의 새로운 시도를 해 보기 위해서 만든 작품입니다. 주인공인 운동권 대학생 차화영은 미대생 등록금 인상 반대 투쟁을 위해 총장실에서 점거 농성을 하다가, 전자책 앱에서 할인 판매하는 별 시답지 않은 러시아혁명 모티브 로판 비극소설을 읽고 그 내용의 반동성에 욕을 하고 잠깐 잠이 듭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로판의 법칙, 회, 빙, 환! 이 펼쳐져서 책 속의 등장인물, 그중에서도 '제일 빨리 죽는 주인공의 친구' 인 아나스타샤 하빌리아노바 백작 영애에 빙의해 버리죠. 몸은 백작 영애지만 영혼은 진짜 운동권 좌파 성향인 아나스타샤의 혁명적인 인생역전 모험기를 즐겁게 감상해 주세요! 인터내셔널 깃발 아래 모두 전진 또 전진!

 

Q. 방금 말씀하신 글들이 모두 다 독특한 주제인데요. 어떻게 이렇게 글을 쓰실 계획을 세우신 건가요?

​글을 계획하게 된 이유는 그때그때 다릅니다. 예를 들면 최근에 트위터에서 화제가 된 <맥아더 보살님의 특별한 하루> 같은 경우에는 제가 인천에 거주하면서 만들었던 몇 가지 농담들을 모아서 인천에 실제로 존재하는 맥아더 보살님이란 전설적인(?) 존재의 스토리와 함께 합쳐보자는 구상에서 만든 거예요. 신내림이라는 주제는 예전에 한국의 무속 전통신앙에 대한 수업을 들을 때부터 흥미롭게 생각해온 것이었고, 러브크래프트는 그 특유의 스케일이 주는 약간의 코믹함과 광기가 좋았죠. 그래서 이 모든 것을 한 번 섞어서 브릿G 만우절소일장 참가작으로 써보자! 해서 쓴 건데 생각보다 엄청나게 히트를 쳐서 놀라기도 했었어요. 다른 장, 단편도 이렇게 일상생활에서의 경험, 또는 늘 생각하던 주제를 형상화한 것이 많아요. <프라우다>는 2015년 러시아 전승기념일 행사에 다녀와서부터 구상하고 시놉시스를 계속 개작해서 짜놓고 연재하는 작품이고, <혁명적이시네요, 영애님!>은 로맨스 판타지 작품들을 보면서 '아니 대체 왜 민주주의 국가에서 자란 여주인공들이 폭군 전제왕정을 이렇게 잘 옹호하지? 전제왕권을 타도하고 혁명을 하는 주인공은 없나?' 해서 책 빙의 포맷에 운동권을 넣어보자! 하고 가볍게 시작한 작품이에요. 다른 소소한 중단편들도 평소의 농담과 주변 지인들의 이야기, 제 배경 스토리를 약간씩 섞어서 쓰는 편이고요. 창의력은 일상을 잘 관찰하는 데서 시작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저는 언제나 일상의 새로운 부분을 관찰하고 그것을 창조적으로 해석하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래 봬도 저는 힐링 일상 순정물을 쓰는 작가랍니다.

 

Q. 그렇다면 “유기농 볼셰비키”라는 작가가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을까요?

작품마다 조금씩 달라요. 하지만 공통점이 있다면, 제 장편 작품에선 여성 주인공들은 '욕망을 가진 한 인간'으로서 자신의 삶과 세상을 개척하는 살아있는 인물로 그리고 싶다는 거예요. 제 인물들, 특히 그중에서도 여성 주역 인물들은 자신의 욕망에 솔직하고 원하는 것과 신념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는 인물이에요. 결코, 도덕적으로 완벽하지도, 올바르기만 하지도 않고요. 흔히 말하는 '성녀'스럽거나 착한 인물이 아니에요. 오로지 자신이 원하는 것을 위해 상황에 따라 그때그때 판단을 내리고 행동하지요. <프라우다> 같은 경우는 상황 윤리에 대한 부분이 강조되는 지점이 있을 거예요. 지금까지도 조금씩 그래 왔지만, 앞으로는 더 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아요. 극한 상황을 겪을 일이 훨씬 많이 남아 있으니까요. <혁명적이시네요, 영애님!>도 마찬가지예요. 주인공 차화영은 앞으로 수많은 모험을 겪을 것이고, 그에 따라 올바르지 않은 일도 감수해야 할 수 있어요. 하지만 영웅이냐 악당이냐, 선인이냐 악인이냐는 상황에 따라서 판단되는 타인의 시선에 속하잖아요. 한 개인의 삶에는 모든 것이 복합적이에요. 이 친구들은 멋진 주인공들이긴 하지만, 저는 결코 이 친구들을 평면적으로 '착하고 위대한 성녀, 개념 있는 여성'으로 만들지 않을 거예요. 저는 제 작품의 여성 주역들이 어떠한 사상, 신념, 체제, 관념 등의 단순한 스피커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살아있는 인물이 되길 원해요. 그들을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 응원하느냐 비판하느냐는 오로지 독자 여러분들의 몫이죠. 어때요. 정말 재밌을 거 같지 않나요? 그리고 단편 같은 경우는 워낙 주제가 다양해서 뭐라고 하나로 종잡아서 말씀드리긴 힘든 것 같아요. 각 작품을 음미하시면서 작품의 주제를 잘 찾아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런데 제 중단편에서 그런 걸 찾는 분이 과연 계실까요? (웃음)

 

Q.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버티는 사람이 승리한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러니 끝까지 열심히 써야죠. 논문 쓰면서도 쓰고, 부업 하면서도 쓰고, 다른 활동 하면서도 게을리하지 않고 틈틈이 쓰고 또 쓸 것입니다. 최근에 <혁명적이시네요, 영애님!>을 연재하면서 핫한 반응과 함께 정말 많은 응원을 받았는데요, 그 중에서 인상 깊은 댓글이 있었어요. “토지만큼 많이 연재해 주세요.”라는 글이죠. 다른 분 댓글에는 “‘토지’만큼은 아니더라도 ‘임꺽정’이나 ‘태백산맥’ 정도만 써 주세요.”라는 거였는데... 사실 좀 감동을 받았답니다. 두 장편소설은 여러분들의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게 분량이 꽤 될 거예요. ‘토지’만큼인 지는 잘 모르겠지만 <프라우다>는 완결까지 최소 3~4년, <혁명적이시네요, 영애님>은 약 2년 정도 잡고서 쓰고 있으니 당분간은 심심하시지 않게 즐기실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성원해 주셔서 너무 감사하고, 즐겨주시는 만큼 저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주체적 여성, 여성 서사의 매체가 주목받는 지금, 유기농 볼셰비키는 사람들이 요구하는 수요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 생각한다. 처음 주목받은 계기는 ‘한국형 크툴루 신화’인 ‘맥아더 보살’ 이었지만, 그는 그 화제성에 머무르지 않았다. 여성이 주체가 되는 내용, ‘한국적 크툴루 신화’와 ‘역사 로맨스 판타지’라는 장르적 개척성, 그리고 장편소설 연재와 개성적 단편 소설 투고로 지속적인 발전 가능성을 보이는 그는 앞으로가 기대되는, 훌륭한 작가 중 한 명이다.

인터뷰 내내 유기농은 호탕하게 웃으며 즐겁게 질문에 응했다. 그리고 인터뷰 말미, 내게 약속을 하나 했다. 만약 지금 쓰고 있는 글이 대박 나게 된다면 나를 포함한 지인들에게 한우를 쏘겠다고. 빠른 시일 내에 한우를 먹게 될 날이 왔으면 하는 기대감이 내심 샘솟았다. 여러 의미로 건필하기를 기대하는 바이다.

 

김규로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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