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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비원은 왜 침묵했을까?

지난 15일 인천 부평구에서 경비원 폭행 사건이 일어났다. 경비원 A씨가 차량을 빼달라고 주민 B씨에게 요구하자 B씨 가족은 60대 경비원 A씨에게 욕설을 하며 폭행을 가했다. 그로인해 경비원 B씨는 허리와 다리를 크게 다쳐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중이다. 지난 2월에는 서울 강남구 아파트에서 입주민 ㄱ씨가 주차장 출입 차단기를 늦게 열어줬다는 이유로 경비원 ㄴ씨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사건이 있었다. 경비원 ㄴ씨는 “급하게 적을 것이 있어 잠깐 놓쳤다”라고 수차례 사과를 했지만 입주민 ㄱ씨는 “처자식 보는 앞에서 욕을 해주겠다”라고 말하며 10분간 폭언을 했을 뿐만 아니라 멱살을 잡고 인중 부위를 두 차례 가격한 후 낭심을 무릎으로 가격했다. 이 두 사건의 공통점은 경비원 노동자들을 향한 아파트 입주민의 ‘갑질’이다.

주택관리공단에서 내놓은 통계에 의하면 연도별 아파트 경비원 폭행 및 폭언 건수가 2010년에는 46건, 2011년에는 74건, 2012년에는 126건, 2013년에는 194건, 2014년에는 276건으로 점점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2013년 국가인권위원회는 보고서에서 아파트 경비원 10명 중 3명(35.1%)은 주민들로부터 폭언을 들은 경험이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정신적·언어적 폭력은 심각한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하고 심지어 정신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지속적으로 당하는 경우 불안장애·우울증 등의 원인이 된다”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2014년 10월에 분신자살을 한 경비원도 아파트 주민의 폭언으로 인한 우울증을 앓고 있었다. 이만큼 경비원을 향한 갑질 문제는 현재 심각한 상태이다. 정창률 사회복지학 박사는 경비원을 향해 갑질이 이루어지는 이유가 “아파트 경비원들은 내 돈 내고 일하는 사람들이니까 내 마음대로 해도 돼”라는 이런 인식들이 우리나라에 많이 퍼져있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런 갑질이 근절되기 위해서는 ‘해고하면 그만이다’라는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어야 한다고 말한다.

현장에서 일하는 경비원 노동자들은 갑질 문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경비원 노동자들에게 직접 갑질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틀 동안 40명의 경비원 노동자들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그러나 1명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인터뷰를 거절하였다. 그들은 “관리사무소에 가서 허락을 맡고 와라”, “나는 그럴 권한이 없으니까 반장님한테 가서 여쭤봐라”, “나는 인터뷰 그런 거 할 능력이 없는 사람이다”, “우리는 매스컴에 출연하는 거 일체 허락하지 않는다”, “불만은 많은데 이런 거 함부로 했다가는 위에서 뭐라고 하거나 나를 해고할지도 모른다”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들 개인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그들은 상관의 허락 없이는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분명 갑질은 존재했으나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묵묵히 그것을 참는 것뿐이었다. 왜 그들은 침묵할 수밖에 없는가?

아파트 경비원들의 대부분은 업체에 의해 간접적으로 고용되는 계약직이다. 서울노동권익센터가 2015년 12월에 펴낸 '아파트 노동자 지원방안 연구'에 따르면 서울지역 아파트 중 관리회사에 위탁 관리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곳이 85.9%로 나타났다. 고용의 간접적 방식뿐만 아니라 단기 계약의 문제도 고용 불안정에 영향을 미친다. 아파트 관리업무를 위탁해서 관리하는 경우 위탁계약기간은 평균 1.3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요한 것은 아파트입주민회의와 용역업체가 계약이 만료될 시 아파트 경비원 모두가 고용이 승계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조사에 따르면 관리업체가 교체될 때 경비원 대다수가 재고용된다는 응답은 51.2%로 나타났고, 전원이 재고용된다는 응답은 25.9%였다. 반면 대다수가 계약해지 된다는 응답은 17.1%, 전원 계약해지는 5.8%이었다. 정리하면 경비원을 파견하는 용역업체는 아파트와 평균적으로 1년 동안 계약을 맺는데 이 계약이 종료되면 경비원이 일자리를 잃는 경우가 20%나 된다는 것이다. 노동자를 해고할 때에는 근로기준법 제23조에 따른 정당성 요건을 갖춰야 하지만 경비용역 업체 변경으로 인한 근로관계의 종료의 경우에는 이러한 요건을 갖출 필요가 없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계약 기간이 더 줄어들고 있는 추세이다. 광주시 비정규직지원센터가 2016년 경비원 212명을 상대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경비원들의 1년 단위 계약 기간은 60%에 불과했다. 고령 노동자에게 퇴직금을 주지 않기 위해 3개월 내지 6개월로 계약을 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지난 5월 대전노동권익센터에서 진행하는 경비원 실태 조사에 참여했을 때 경비원 노동자 25명에게 계약 기간이 얼마나 되는지 물어본 결과 3개월 혹은 6개월이라고 답했다. 계약 기간이 단축되면서 계약종료에 의한 해고는 더 쉬워지게 되었고 경비원 노동자들은 재계약을 위해서 업체에 더 굴복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종합적으로 간접고용, 단기계약 등 고용 불안정의 문제로 아파트 경비원들은 주민들의 폭언과 폭행 등 갑질에 이의를 제기할 수가 없다. 아파트 경비원들은 집을 지키는 경비견이 아니라 존중받아야 할 한 인간이다. 그 누구도 그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할 권리는 없다. 인터뷰 요청을 하러다니면서 경비원 중 몇몇은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말해봤자 이런 문제는 바뀌지 않는다. 세상에 내가 내 불만을 이야기하고 문제를 얘기해도 들어주기는 하나. 나 하나가 말한다고 해서 바뀌는 것은 절대 없다.”경비원들이 더 이상 침묵하지 않기 위해서는 정부 측에서 불합리한 고용 구조를 실효성 있게 타파하는 방안을 모색해야만 한다. 그리고 위탁고용 방식이 아닌 아파트 입주민회의에서 경비원과 서로의 의견을 맞추어 가는 직접 고용 방식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이제는 그들을 이용하는 것이 아닌 함께한다는 인식과 함께 자신의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할 수 있게끔 세상이 바뀌어야 된다.

 

금용선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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