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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꽃 이야기 - 송상훈의 풀과 나무 (12)
  • 송상훈 / 사단법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
  • 승인 2019.09.03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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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박람회에서 프로테아(King Protea)를 본 적 있다. 높이 2m까지 자라는 관목이며 지름 15~30cm의 꽃을 피우는 밀원식물이다.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신을 잘하는 바다신 프로테우스의 이름에서 빌렸다 하는데, 이 꽃 역시 그 종류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주로 열대지방에 자생하는데 남아프리카 나라꽃(국화)이라고 표기되어 있었다.

큰 꽃을 보자니, 인도네시아의 나라꽃인 라플레시아(rafflesia)가 떠올랐다. 고약한 악취로 곤충을 불러 모으는 지름 1m의 큰 꽃이다. 인도네시아는 자스민도 나라꽃이라 한다. 문득 각국의 나라꽃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우리나라 나라꽃이 무궁화이듯 다른 나라도 나라꽃이 있을 것이라 생각하는 게 보통이지만, 실제로는 몇 나라만이 법으로 정하고 있을 뿐이며 대부분의 나라는 법이 아니라 국민정서와 역사에 따라 정해진다고 한다. 우리의 무궁화 역시 법으로 정한 나라꽃이 아니다. 조금 벗어난 이야기지만 ‘애국가’ 또한 법으로 정하지 않았으며 오직 ‘태극기’만이 ‘대한민국국기법’에 근거하여 국기로 결정되었을 뿐이다.

나라꽃을 표방한 시기는 2차 세계대전 이후 자국의 자존을 확인하면서부터이며 법으로 정한 곳은 몇몇 국가에 지나지 않는다. 이번 회에서는, 법으로 정했건 국민정서와 역사관념에 따르건 구별하지 않고 통념의 나라꽃을 알아 본다.

색도 모양도 크기도 다양하며 향기롭고 개화기간이 긴 장미는 모든 이에게 사랑 받는 꽃이다. 그런 만큼 장미를 나라꽃으로 여기는 나라도 많다. 불가리아, 이라크, 모로코, 룩셈브르크, 영국이 그러하다. 영국도 법으로 정해진 나라꽃은 없으나 왕실의 휘장이었던 장미를 모두가 좋아하면서 굳어졌다 한다. 백장미(Rosa alba)가 나라꽃인 경우도 있는데 루마니아가 그렇다.

 

 

중앙아시아 파미르고원에서 자생하다가 터기 콘스탄티노플(과거의 비잔티움. 현재는 이스탄불)을 거쳐 17세기에 자유무역금융시장인 네덜란드에서 상업화되어 자본주의 특유의 투기광풍을 일으킨 튤립은 꽃이 이슬람교도의 터번과 비슷해서 붙여진 이름인데, 네덜란드, 터키, 헝가리, 아프카니스탄에서 나라꽃 대접을 받고 있다.
미국은 커다란 연방국가답게 주 단위로 주화가 있는데 인디아나주의 꽃이 튤립이다. 참고로 캘리포니아주는 캘리포니아 양귀비 또는 금영화로 불리는 캘리포니아 포피(Califonia Poppy), 버지니아는 미국산딸나무, 미주리는 산사나무, 하와이는 히비스커스(Chinese hibiscus. 하와이무궁화), 알레스카는 물망초이다.

종교적 성격이 짙은 나라꽃도 있는데, 몽골과 베트남, 스리랑카의 나라꽃인 연꽃이 그러하다. 몽골은 국민 90%가 티베트(라마) 불교도이고 스리랑카도 70%가 불교도이며, 베트남 국민 70% 또한 다오 펏(Dao phat) 불교도이면서 연꽃축제를 벌일 정도로 연꽃(Nelumbo)을 사랑한다.

혹자는 인도의 나라꽃을 연꽃이라 하는데 이는 붓다를 연상한 오해이다. 대부분이 힌두교도인 인도의 나라꽃은 양귀비이며 이를 파파벨라라고 부른다. 파파벨라는 인도 왕자가 꿈에서 보았던 아름다운 여인과 새의 이름이면서 궁에서 발견한 꽃의 이름이기도 하다.

같은 불교국가인 캄보디아의 나라꽃은 수련(Nymphaea)이다. 수련은 이슬람이 강한 방글라데시의 나라꽃이자 나일강 유역이 원산지고 부활의 신으로도 불리며 미라에 헌화하기도 했던 이집트 나라꽃이며 카메룬의 나라꽃이기도 하니 수련에 대한 아시아, 아프리카의 강한 애정을 느낄 수 있다.

 

 

연꽃과 수련은 모두 수련과에 속하는데 굳이 구분하자면 연꽃은 잎이 수면 위로 솟고 때로 수면과 같은 위치더라도 잎이 크고 둥글며 꽃대가 높이 오른다. 수련은 잎은 반쯤 갈라지고 공기구멍이 있어 수면 위에 뜨며 꽃대도 물과 가깝다. 우리가 연밥(암술머리), 연근을 말할 때는 연꽃을 말함이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나라꽃들도 많다. 캐나다 국기에 그려진 설탕단풍나무, 영화 ‘The Sound Of Music’의 배경인 스위스와 오스트리아의 나라꽃 에델바이스, 중앙아메리카가 원산지이지만 19세기 초 러시아에서 본격 재배하여 다시 북아메리카로 유입된 러시아의 나라꽃 해바라기가 그렇다. 참고로 페루의 나라꽃도 해바라기다.
스웨덴의 나라꽃은 숲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앙증맞은 은방울꽃인데, 이웃나라 핀란드에서도 투표로 은방울꽃을 나라꽃으로 정했다. 우리에게 매우 친숙한 카네이션은 모나코와 온두라스의 나라꽃이며. 국화과의 데이지는 이탈리아, 꽃이 탐스러운 다알리아는 멕시코의 나라꽃이다. 프랑스는 루이 왕조의 문장인 아이리스(흰붓꽃) 또는 백합이 나라꽃이다. 스코틀랜드 나라꽃 엉겅퀴는 전에도 소개한 바 있다.

 

 

유용한 식물들이 나라꽃인 경우도 있다. 혹자는 프루메리아(독참파)가 라오스의 나라꽃이라고 하지만 정답은 벼이다. ‘베트남 사람들은 벼를 심고, 캄보디아 사람들은 벼 성장을 보며, 라오스 사람들은 벼 익는 소리를 듣는다’고 할 정도로 라오스는 느긋한 나라이고, 여행자들이 조용히 자신을 돌아보고자 할 때 가고 싶어하는 1순위 국가이다. 한반도 보다 큰 면적에 연간 3.5모작이 가능하며 가장 많은 인구가 농업에 종사하지만 불행하게도 인도차이나반도에서 유일하게 쌀을 수입하는 나라기도 하다. 관계수로가 부족하여 사실상 년 1모작밖에 못하고 그나마 도정기술이 낙후하여 수확한 벼의 50%를 상실하기에 그렇다. 이러한 고단한 현실이 벼에 대한 그리움을 키워 나라꽃으로 반영된 듯하여 마음이 찡하다.

 

 

라이베리아는 후추를, 말레이시아는 코코수야자(Cocos nucifera)를, 가나와 사우디아라비아는 대추야자(Phoenix dactylifera)를, 그리스는 올리브 외에도 향기제비꽃과 아칸서스(acanthus)까지 나라꽃으로 삼고 있다.

우리 이웃의 나라꽃을 살펴보면, 북한은 함박꽃나무(산목련), 중국은 매화, 일본은 벚나무와 국화이다. 김소월에 의해 민족의 꽃이 된 진달래는 1964년까지 북한의 나라꽃이었다.

진달래는 사실 매우 소박한 꽃이지만 돌연 그 붉은 빛이 적화야욕을 상징한다고 폄하되기도 했었다. 진달래의 퇴장은 1964년 5월 김일성이 황해북도의 휴양소에 들렀다가 함박나무를 보고 칭찬하면서부터이다.

중국의 나라꽃은 청나라 때부터 부귀를 상징하는 모란이었지만 신해혁명 이후 1929년 법을 통해 매화로 바꿨다. 중화민국(대만)은 여전히 모란을 나라꽃으로 삼고 있다.
국화는 일본왕실의 문장이고 신화에 자주 등장하는 벚꽃은 서민이 좋아하는 꽃이어서 나라꽃으로 인식되지만 모두 법으로 정해진 건 아니다.

 

 

위에서도 밝혔지만 법으로 정해진 우리의 나라꽃은 아직 없지만 나라꽃 법률안을 만들자는 움직임은 있다. 우리가 나라꽃으로 여기는 무궁화(Hibiscus syriacus)는 아욱과로, 동아시아 원산이고 영명은 샤론의 장미(The Rose of Sharon)라 하는데, 하와이 주화인 하와이무궁화(Chinese hibiscus)나 부용(Hibiscus mutabilis)과 사촌 간이다. 꽃은 새벽이 피고 저녁에 지며 매일 봉오리를 떨군다.

 

 

무궁화의 나라꽃 적부논쟁은 6.25 이후부터 지금까지 있어 왔다. 식물의 다양성만큼이나 사람들의 호불호도 각각 다르기에 여기서는 각각의 주장만 나열하도록 하겠다.

부적격론자는 우리나라 자생식물은 3,500종이나 되는데 귀화종이 나라를 대표하는 건 부당하며, 진딧물이 많이 껴서 볼썽 사납고, 별로 아름답지도 않은데다 향기도 없다고 주장한다. 무궁화 대신할 식물로 ‘울 밑에 선’ 봉선화를 추천하기도 하고, 한가지에서 사이 좋게 줄지어 피어나는 개나리를 추천하기도 했으며, 주변에서 흔히 보이고 향기로운 들국화를 거론하기도 했다. 한 때 민족의 꽃 진달래가 유력하기도 했으나 북한에서 나라꽃으로 지정하자 없던 이야기가 되었으며, 도라지, 동백, 철쭉, 국화 등 여러 식물이 나라꽃으로 입에 오르내렸다.

한편, 무궁화를 지지하는 쪽에서는 민족과 동거동락한 꽃이며, 한반도에 들어온 지 2000년이나 지나 이미 토착종이 되었고, 한 나무에서 100일 동안 수천 송이가 피고 지는 생명력이 강한 식물이므로 나라꽃으로 손색 없다고 한다. 또한 이미 입사행 삼부는 물론 각종 공공기관에서 무궁화 문양을 사용하고 있음을 거론하기도 한다.

무궁화의 나라꽃 적부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독자들도 이를 화재로 주변인과 대화하면서 나름의 생각을 정리해 보시라.

 

송상훈 / 사단법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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