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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 그늘 아래 - 송상훈의 풀과 나무 (11)
  • 송상훈 / 사단법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
  • 승인 2019.09.03 17: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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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수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다. 중국 주(周)나라 때에는 例樹(예수)라 하였고, 조선에서는 5리(2km)마다 오리나무를, 10리마다 시무나무를 심어 길잡이로 삼았다. ‘가로수’라는 단어는 20세기 일본 昭和時代(쇼와시대)에 사용되기 시작했으나 16세기에 이미 유럽에서 일반화 되었고 고대 이집트와 고대 중동지역에서도 그 흔적이 보인다. 초기의 가로수는 지금의 역할과는 달리 귀족이 지배하는 공간에 대한 상징, 즉 서민과의 경계였다. 가로수는 계급을 구분 짓는 휘장이었던 것이다. 사람 간의 계급이 희미해진 지금은 어떠한가? 자연에 대한 인간 전체의 편향적 사고가 작용한다. ㄱ_studio의 이훈길 대표 말에 따르면 인간의 편의를 위하여 가차 없이 진행되는 가지치기를 보면 관리 받는 자연에 대한 인간의 일방적인 이기주의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한다. 이러한 시각은 ‘들꽃이야기’ 저자 강우근도 같은데, 그는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가 간판과 교통안내판과 신호등을 가리고, 꽃가루를 날리는 외래종이라는 이유로 ‘양버즘나무를 도시의 몹쓸 나무로 이미지를 바꾸어 낸 도시장사치들과 정치몰이배들의 재주에 놀라고 또 양버즘나무를 뽑거나 자르고 소나무, 이팝나무로 바꾸는 작업이 마치 친환경적이고 생태 지향적인 것처럼 연출해 내는 그 재주에 혀를 내두르게 된다’고 한탄한다.

 

 

그러나 세상은 조금씩 변해가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창경궁 돌담길의 가로수 68그루 때문에 고민이라 한다. 임금이 사는 궁궐과 역대 왕족의 위패를 모신 종묘를 갈라놓으려 일본이 놓은 율곡로(돈화문∼원남동 사거리)를 넓혀 지하화하고 창경궁과 종묘를 녹지로 이어서 민족정기를 복원한다는 의미심장한 계획을 2010년부터 진행 중이지만, 시민들이 오래된 가로수 제거를 반대하기 때문이다. 이미 공정률 50% 넘긴 사업을 접을 수도 없고, 나무를 이식한다 해도 반드시 산다는 보장이 없어 수용하려는 주체도 없고, 이미 상당수가 병든 나무여서 고민이 깊다 한다. 성북구는 한성대입구역 사거리의 플라타너스 2그루를 베어 냈다가 주민 항의에 부딪혔다. 5분 먼저 가려고 50년 나무를 벤다는 게 있을 수 없다는 항의다. 구는 베어진 나무 2그루도 다시 살려야 할지 난관에 빠졌다. 이유야 어떻든 나무 몇 그루 베는데도 시민 감정을 고려해야 할 만큼 사회는 발전하고 있다. 속도와 효율을 중시하는 삭막한 시대를 지우고 자연과의 교감을 중시하는 시민들이 존경스럽고 감사하다.

이번 회에서는 서울시의 발전과 시민의 애환을 목도했을 가로수 몇 종을 간략하도록 한다. 가로수는 공해와 병충해에 강해야 하고 공기정화 및 수분을 뿜어서 열섬효과를 제거해야 하며,  더위와 추위에도 강해야 하고, 뿌리를 깊게 내려 바람에 잘 견뎌야 하며, 여름에는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고 겨울에선 잎을 떨구어 볕을 들여야 한다. 최근에는 인간의 편의를 반영한 기준까지 추가되었는데, 공간 점유가 작도록 줄기가 곧아야 하고, 너무 빨리 자라 간판을 가리리 않아야 하며, 가지를 치더라도 잘 견뎌야 하고, 낙엽은 청소하기 편해야 하며, 겨울 제설제인 염화칼슘으로 인한 고사 피해에도 강해야 한다.

2015년 현재, 서울에는 약 30만여 그루의 가로수가 있다. 은행나무가 37.3%인 11만3천여 그루이며. 플라타너스(양버즘나무)는 22.8%인 6만9천여 그루, 느티나무는 11.4%인 3만4천여 그루, 벚나무는 9.9%인 약 3만 그루, 이팝나무는 4.4%인 1만3천여 그루, 회화나무는 2.9%인 8천6백여 그루, 메타스콰이어가 1.8%인 5천3백여 그루, 소나무는 1.4%인 4천3백여 그루, 그 밖에 54종의 나무가 9.1%인 약 2만5천 그루를 차지하고 있다.

 

 

가로수에도 부침의 역사가 있는데, 일제강점기에는 미루나무나 포플러, 수양버들 등 버드나무과 일색으로 조성되어 오다가 해방 전후로 플라타너스가 가로수 주종이 되었다. 일제는 서울과 지방을 연결할 신작로를 건설하면서 성장이 빠른 버드나무류를 많이 심었다. 가지가 늘어져 그늘을 드리우는 ‘수양버들’은 하천변에 심어진 대표종이다. 그러나 봄이면 하얀 솜을 틀은 듯 거리를 굴러다니는 씨앗은 눈병과 알레르기 유발원인으로 오인 받으면서 1970년대 후반부터 플라타너스로 대체되어 1980년에는 서울시 전체 가로수 중 38%를 차지할 만큼 세를 넓혔고 지금도 상당수가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모두는 생활의 불편과 상업적 이유 및 오해로 사라지거나 줄어들고 있는 수종들이다. 참고로 이들의 포자는 매우 커서 알레르기와는 거리가 멀다.

 

 

플라타너스는 피나무, 느릅나무, 칠엽수(마로니에)와 함께 세계 4대 가로수이다. 그리스어 ‘플라티스(Platys)’는 넓다는 뜻이지만 우리는 수피의 얼룩을 보고 양버즘나무라 부른다. 성장 속도가 매우 빨라 간판과 표지판을 가리며 잎이 커서 하수도를 막는다, 키가 너무 커서 전선줄과 얽이며 열매 씨앗털이 알레르기를 일으킨다 등 이러저러한 이유와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플라타너스 한 그루는 에어컨 8대를 다섯 시간 켰을 때 나오는 정도의 수분을 내뿜어 열섬현상을 줄이고. 추위와 공해에도 강하며, 웬만한 가지치기도 매우 잘 견딘다고 한다. 더불어 연간  6.9kg이 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할 정도로 공기정화 능력도 뛰어나며 가을 단풍도 볼만한 수종이니 기후변화시대에 적합한 수종이라 할 수 있다.

 

 

플라타너스에 밀려 만년 2위였던 은행나무가 서울시 가로수 1위로 올라선 계기는 88올림픽인데, 단풍이 아름답고 도시공해와 병충해에 강하며 온도변화에도 적응력이 좋고 뿌리가 보도블럭을 망치지 않는다는 이유로 1970년대에 비해 무려 35배 이상 늘었다. 서울시 은행나무 중 30% 이상이 악취를 풍기는 암나무인데 은행나무는 15~20년 자랄 때까지 암수 구분하지 못한데서 기인한다. 열매 껍질의 은행산(nkgoic acid)과 열매를 감싸는 빌로볼(Bilobol)이 악취의 원인이었기에 90년대 이후 지금까지 느티나무와 벚나무로 대체 중이다. 그러나 최근 ‘은행나무 성 감별 DNA 분석법’이 개발되어 1년생 묘목 단계에서 암수를 가려 수나무만 골라 심을 수 있게 되었다 하니 은행나무 가로수는 계속 늘어날 것이고 거리의 악취도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나무의 탄소흡수율은 튤립나무(백합나무)의 35% 에 불과하여 탄소저장량과 이산화탄소 흡수량도 튤립나무, 양버즘나무, 메타세쿼이아에 미치지 못하니 수종변경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다수는 가로수의 탄소흡수와 저장은 숲에 비할 바 아니게 미미하므로 삭막한 도시 미관을 완화하는데 집중하자고 한다.

 

가로수 수종별 이산화탄소 흡수율. 자료: 경기개발연구원

 

한 때, 민족정서를 대변하는 소나무를 가로수로 집중육성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서울시 중구가 2007년부터 가로수로 소나무를 을지로에 식재한 이후 전국 여러 지자체에서 소나무를 도입했다. 하지만 소나무는 성장이 느리고 재선충 등 병충해와 기후변화에 취약하며, 키는 높이 자라지만 잘 쓰러지고 그늘도 빈약하며 제설제인 염화칼슘에도 약해서 고사하기 쉽다고 한다. 또한 비싸지만 옮겨 심으면 다른 나무에 비해 쉽게 죽는데다가 이산화탄소 저장량은 47.5kg으로 플라타너스의 13%에 불과해서 가로수로서는 한계가 있다고 알려졌다. 그러나 이탈리아에는 멋진 소나무 가로수가 존재한다. 그들이 어떻게 소나무 가로수길 조성했는지 면밀한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선결과제라 여겨진다.

 

 

가로수종은 정치인의 선호도에 따라 변하기도 한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배롱나무(목백일홍)를 좋아해서 그 시절 많이 심었다. 고건 전 서울시장은 메타세콰이어를 좋아했고 난지도에 직접 심기도 했다. 이명박 전 서울시장이 지금의 청계천에 심었고 대통령 시절 많은 지차체에서 심었지만, 김대중 대통령도 남산에 식재했던 나무는 이팝나무이다. 꽃이 쌀밥처럼 보이는 이팝나무는 흙이 얕은 곳에서도 번식할 만큼 생명력이 강하고 꽃도 오래 지속된다.

서울시는 가로수를 시민과 기업, 단체가 직접 관리하도록 ‘가로수 입양하기(Adopt-a-Tree)’제도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관리를 원하는 가로수 노선을 직접 선택할 수 있다고 한다. 1985년 미국 텍사스주에서 시작한 제도로 현재 미국 50여개 주와 캐나다, 영국, 일본 등 선진국에서 확산되었다. 기업과 단체는 입양구간에 자신들 표지판을 설치할 수 있어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으며, 학생들은 환경보호활동을 강화할 수 있는 좋은 정책이라 여겨진다.

바라건대, 반려동물을 통해 위로 받는 것처럼 식물을 통해 위로 받을 수 있는 사회가 가까웠으면 좋겠다. 자신이 관리하는 가로수 밑에서 등을 기대어 책을 읽고 가로수와 대화하며 미래에 열어 볼 타임캡슐도 묻어 보는 동화 같은 세상을 그리며 작은 미소 띠어 본다.

 

송상훈 / 사단법인 푸른아시아 전문위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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