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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 구멍가게로 기억되고 싶은 '이문동 커피집'

비 오던 2016년의 어느 주말, 까몽이 있던 자리에는 새로운 카페가 단장 중이었다. 오픈도 하지 않아 아직 어수선하던 내부를 정리하던 사장님은 아쉬워하는 손님에게 한두 평 남짓한 공간과 음료, 빵을 내주었다. 이후 여자사장님과 합세한 남자사장님은 맞은편 안동맥주가 있던 곳으로 자리를 옮겨 가고 이전의 조그마한 공간에서는 여자사장님이 드립커피를 내리기 시작했다. 현재 그 조그마한 공간에는 네일샵이 들어섰고 두 사장님은 이문동커피집에서 이문동 사람들과 함께 새로운 일상을 쓰고 있다. 

 

‘이문동커피집’ 외관. 초행길이라면 그냥 지나칠만큼 소탈하다.

 

재개발에 들어간 이문동에서 신이문으로 향하는 길, 매 학기 어김없이 찾아와 피할 수도 없는 시험기간,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이문동 사람들의 나날에 당연스레 자리 잡은 이문동커피집은 대체 어떤 공간인건지. 카페 안에는 이문동의 학생들이 머리를 맞대고 제작한 책자와 이문동커피집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전시의 포스터와 팜플렛, 사진들이 놓여있다. 바와 손님들이 앉는 공간의 경계는 모호하고 사장인 듯 친구 같은 두 사장님은 얼마만의 방문이든 어제 보고 오늘 또 보는 사이마냥 맞이하신다. 미닫이 나무문에는 문이 자동으로 닫히게끔 추가 달려 있다.

마음이 지칠 때 쯤 찾아가면 12월의 밀크티 같은 위안을 받는 그 곳에 대해 사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그 이야기를 들어보고자 한다.

 

Q 16년 어느 날, 플랫 피플로 등장한 후 여사장까지 합류하시며 이문동 명소로 부상했는데, 이문동커피집과 두 분 소개 부탁드립니다.

A 명소라기엔 좀 부끄럽고요. 그냥 학교 옆 작은 구멍카페랄까요? 저는 김사장, 김세민입니다. 이문동커피집에서 에스프레소 파트를 담당하고 있고요. 박사장, 박미진 사장님은 이문동커피집의 얼굴이고 브루잉(드립커피)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Q 플랫 피플로 시작해 브류밸류를 거쳐 지금은 이문동커피집이라는 이름으로 가게를 운영 중이신데, 이름 변천 역사와 이름에 담긴 의미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A 음, 먼저 이름을 살펴보자면. 플랫 피플이란 이름은 사실 제 꿈을 표현했던 것 같아요. ‘인생을 그래프처럼 선형으로 나타낸다면. 내 삶은 플랫한 직선으로 표현되면 좋겠다.’랄까요. 욕심 부리지 않는, 과하지 않은 그리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는 삶이요. (그래서인지 가게가 자주 문을 닫는 것 같네요.)

이에 반해 브루 밸류는 박사장의 좁은 2평의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커피를 손님에게 대접하겠다는 가치관을 대변해요. 물론 비싸고 질 좋은 재료를 사용해 좋은 커피를 만들 수도 있겠지만, 저희가 만들고자하는 커피는 그런 커피가 아니거든요. 커피라는 매개체가 줄 수 있는 다양한 공감각적 만족감을 찾아 그것을 손님에게 주는 것이 바리스타라고 생각한다면 브루 밸류(brew value)라는 이름이 조금은 설명되지 않을까 싶네요.

플랫피플이 16년도 3월에 처음 문을 열었고, 약간의 해프닝으로 인해 17년도 9월에 지금의 이문동커피집 자리로 17년도 9월에 옮기게 되었어요. 그와 동시에 브루밸류가 플랫피플이 운영되던 자리에 문을 열게 되었죠. 그러면서 이문동커피집 이란 이름을 쓰기 시작했고요. 두 매장이 어떤 공통점을 가지고 손님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까 고민하다보니 정해진 이름이에요.

 

Q 머리카락 색을 바꾸고 방문해도 알아보시는 눈썰미를 가지고 계신데, 수많은 손님들을 기억하시는 비결과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A 알아보는 비결이라면 그 손님들이 엄청 자주 오시는 게 비결 아닌 비결인 것 같네요.

 

Q 같은 맥락에서 많은 식음료점이 무인주문기를 도입하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서 손님과의 면대면 소통을 통한 관계 유지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손님들을 기억하는 이유는 아마도 그게 저희가 즐겁게 매장을 운영 할 수 있는 최고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다만 요즘 김사장은 바 안에서만 움직여서 새로 오시는 손님들 얼굴을 알고 싶어도 모릅니다. 무인주문기는 저희도 생각을 안 해본 건 아니에요. 하지만, 이 가게의 매력과 정체성을 해치는 부분이라 안 하기로 결정을 했던 부분입니다. 무인주문기의 장점은 확실해요. 인건비 절감, 대기시간 감소. 하지만 레트로한 감성을 좋아하는 김사장은 좀 더 불편한 게 아직은 좋은가봅니다.

손님과의 유대관계는 사실 우리 같은 소규모 자영업자들이 중요하게 생각해야 하는 요소입니다. 매장의 분위기는 구성원들이 다 같이 이뤄가는 것이고, 구성원 중에서도 절대 다수를 차지하는 게 손님들이니까요. 소비자의 입장에서도 본인을 잘 알고 말하지 않아도 원하는 메뉴를 척척 내어주는 사장님이 좀 더 편하지 않을까요?

 

바를 담당하는 김사장님이 음료를 만들고 있다. 식사시간이라 자리를 비운 박사장님의 몫까지 하시느라 바빠보인다.

 

Q 오픈 할 때부터 쭉 지켜본 바에 의하면, 단순히 커피를 만들고 파는 일을 넘어 이문동과 이문동 사람들에게 많은 애착을 가지고 지역과 공생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신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역과의 상생에 대한 두 분의 가치관과 두 분의 동네이자 일터인 이문동이 갖는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A 너무 거창한 질문인데요. 이문동커피집을 저희는 어디까지나 공간에 대한 애착보다는 사람에 대한 애착이 더 커요. 우리를 찾아주는 학생들, 손님들 모두가 이문동을 구성하는 구성원들이기 때문에 이문동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건 필연적이죠. 우리는 아직 작은 가게이고, 우리가 이문동 혹은 이문동 사람들에게 무언가를 크게 해줄 수 있다고는 생각하진 않아요. 다만, 누군가가 먼저 손을 내밀어 도움을 원한다면 작게나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함께 할 준비는 언제든 되어있는 정도랄까요.

이문동은 참 모순적이에요. 학생들도 항상 입버릇처럼 ‘탈이문’을 외치지만. 가끔은 연어처럼 돌아와 둘러보게 되는 매력이 있는 동네인 것 같아요. 우리 두 사람에게도 이문동은 힘듦과 즐거움이 같이하는 모순적인 동네에요. 플랫피플 시절 너무 힘들어서 떠나려고 마음먹었던 기억이 아련하네요. 요즘은 너무 즐겁지만요. 이문동은 저희에게 고마운 곳이에요. 이제는 떠나지 못할 것 같은 느낌적인 느낌이 드네요.

 

Q 한국외대 학생들이나 비영리단체에 공간을 선뜻 공유해주시는데 가게를 연 시점부터 생각하신 일인지 궁금합니다. 또, 최근 공유 주방이나 공유 오피스 등 공간을 공유하는 것이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공간 공유에 대한 두 분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A 이문동무인도는 지하의 남는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되었어요. 이 장소를 이용해서 손님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라는 고민을 하기 시작했고, 1회차 이문모아와 조규혜 작가님의 제개발리듬을 시작으로 2회차 경희대 쿠캣의 길고양이 요양소, 사진전. 그리고 지금은 3회차 김성현작가의 캘리그라피 전시로 이어지고 있어요.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미정이지만, 작은 도서관으로도 운영해보고 싶고요. 우리를 좋아해주는 손님들에게 재미를 줄 수 있는 것들을 해보고 싶어요.

비단 저희 뿐 아니라 공유공간의 개념을 가진 곳들이 앞으로 더 늘어나지 않을까 생각해요. 한정된 재화의 효용성을 극대화하기 위해 국가가 지원해주지 못하는 공공재의 빈자리를 개인들이 채우지 않을까싶어요. 그리고 곰곰이 생각해보면 몇 년 전부터 이어져오던 미니멀리즘의 연장선이기도 한 것 같아요.

 

Q 요즘 카공족(카페에서 장시간 공부하거나 일하며 자리를 비키지 않는 사람들)으로 인해 여러 카페들이 콘센트를 없애거나 작업할 수 있는 테이블을 비치하지 않는 전략을 취하며 커피 및 대화 중심의 공간을 만들어나가고 있습니다. 이문동 또한 잠시 머물며 수다를 떨기에 좋은 공간인데, 카페라는 공간에 대한 두 분의 생각과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은 사회현상들에 대한 의견이 궁금합니다.

A 공부, 수다, 독서, 음악 감상 등 카페는 상당히 쓰임새가 다양한 공간이에요. 이에 따라 카페 사장들도 본인 카페의 정체성을 결정하고 그에 맞는 인테리어를 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고 콘센트나 와이파이 등을 다 막는 건 반대해요. 카공족이 무조건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거든요. 사장님 입장에서 시간제한을 두기는 어렵겠지만 어느 정도의 가이드라인을 정해주면 카공족 손님들도 적응할 테니까요.

 

Q 소비자를 유인하는 이문동커피집만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합니다.

A 이문동커피집의 매력은 정겨움에 있지 않나 생각해봅니다.

 

작지만 잠깐 생각을 정리하며 쉬어가기에 부족함이 없는 창가의 풍경

 

Q 메뉴 개발 시 중시하는 요소와 다가오는 여름, 추천해주실 만한 음료가 있다면 소개 부탁드립니다.

A 첫째는 역시나 맛이죠. 제조 편의성이 그 다음이고 주변 상권에 겹치는 메뉴가 있는가도 고려해야 합니다. 여름 추천메뉴로는 아마도 이어지는 시즈널 에스프레소 메뉴 중 하나인 시즈널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추천하지 않을까 싶네요. 독특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맛보게 되실 것 같아요.

 

Q 마지막으로 향후 계획과 이문동커피집이 이문동 주민들과 학생들에게 어떤 공간으로 기억되고 싶으신지 마지막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A 앞으로 해야 할 가장 큰 프로젝트는 아마도 로스팅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좀 더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이기도 하구요. 저희가 보유한 로스터기계가 용량이 한계가 너무 작아서 현재는 사용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지난 학기 시도했다가 체력적인 문제가 계속 발생해서 시기를 미뤘습니다. 콩볶이가 역시나 가장 큰 이슈가 아닐까 싶어요.

그리고 이문동 구성원들에게 저희는 구멍카페이고 싶어요. 내 어린 시절을 기억하는 고향집 동네 구멍가게 할머니 같은 구멍카페요.

당신들의 20대를 기억하는 이문동 동네 구멍카페로 남길 바라요.

항상 고맙고 감사합니다.

 

작은 소품 하나에서도 애정이 느껴지는 공간. 선반에 붙여진 두 사장님의 즉석사진이 눈에 띈다.

 

동네 구멍카페로 기억되고 싶다는 이문동커피집은 사장님들의 바람대로 따뜻한 바람이 가득 차 넘실거리는 곳이었다. 시끄러운 일상에 지친 마음을 달랠 때 찾고 싶은 곳, 평소에는 미처 말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천천히 풀어놓기에도 좋은 곳이다. 이제껏 잘 안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속마음을 듣거나, 또는 특유의 정겨운 분위기에 새로운 인연을 맺을 수도 있을 것만 같다.

누군가는 목을 축이러, 또 누군가는 기대앉을 곳을 찾아 이문동커피집의 문을 두드렸을 것이다. 어떤 이유로 이곳을 찾든 늘 그 자리에서 한 결 같은 마음으로 당신을 맞아줄 구멍카페다. 마음을 녹여 줄 밀크티와 함께 이곳에서 쉬어가는 건 어떨까. 다가오는 여름에는 시원한 아이스커피와 함께 잠시 땀을 식혀주는 것도 좋겠다.

 

김승아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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