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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기업을 소비할 것인가?

작년 10월 대법원이 내린 ‘일본 전범 기업들은 한국의 강제 징용 피해자들에게 1억 원의 손해배상을 하라’라는 판결에 대한 보복 등의 이유로 일본의 아베 총리는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소재 3종의 한국 수출을 규제했다. 이러한 아베 총리의 극단적인 조치는 국민들을 충분히 분노하게 만들었고 일부 국민들은 불매운동을 하기 시작했다. 이에 유니클로 본사 임원 오카자키 다케시는 “한국의 불매운동은 길게 가지는 않을 것이며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크지 않을 것이다”라는 발언을 했고 국민들은 한국의 분노와 위력을 몸소 보여주려는 듯이 “NO JAPAN”을 외치며 더욱 많은 사람들이 불매운동에 동참하기 시작했다. 국민들은 기존에 사용하던 일본 제품을 대체할 수 있는 국산품을 찾기 시작했고 유니클로는 자연스레 불매 대상 1순위 기업이 되었다.

 

일본 불매운동 슬로건 /출처: 동아일보

 

그러나 유니클로가 대표적인 불매기업으로 자리 잡게 된 데는 아베 총리와 유니클로 관계자가 초래한 정치 및 사회적 원인 외에도 저변에 깔린 역사적인 원인이 있다. 유니클로는 오래전부터 전범기가 그려진 의류나 쇼핑백을 판매해 왔으며 독도는 일본땅이라고 주장하는 우익교과서를 후원하는 등 역사 방면에서도 매우 비윤리적인 모습을 보인 대표적인 전범 기업이다. 이번에도 유니클로는 한결같이 강제 징용이라는 과거의 역사적 불합리를 바로 잡으려는 대법원의 판결에 반대하며 역사적인 문제에 오히려 불매운동은 실적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하며 경제적으로 안일하게 대응했다.

 

전범기가 그려진 옷을 판매하는 유니클로 /출처: 조선일보

 

기업은 비영리 단체가 아니기 때문에 이익 극대화를 추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자본 흐름에 있어서 기업의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이러한 논리에 따르면 유니클로가 경제적인 면에서 실적을 언급하며 대응한 것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유니클로는 기업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간과했다는 점에서 큰 사회적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유니클로가 지핀 불매운동의 불씨를 보며 이처럼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기업들의 기업 윤리 및 사회적 책임에 대해 찾아보게 되었다. 찾아보는 과정에서 의외로 유명하거나 대규모의 다국적 기업들이 비윤리를 많이 실천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그중 일부 기업들은 오히려 긍정적인 이미지를 내세워 제품을 홍보하고 있었다.

국내 기업 중에서 그나마 많은 사람들이 소신껏 불매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기업이 바로 남양유업일 것이다. 남양유업은 지난 2013년 대리점이 주문하지도 않은 제품을 강제 할당했으며 이를 판매하도록 종용해 일부 피해 대리점주들이 남양유업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밀어내기 갑질 사건’이 발생했다. 이후에 결혼하는 여직원을 계약직으로 전환하고 임신한 여직원들에게 퇴사를 강요할 뿐만 아니라 육아휴직 후 부당한 대우를 지시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남양유업은 또 한 번 비윤리적 경영으로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여러 논란을 거치면서 비윤리적인 행동을 뉘우치고 잘못을 바로잡음으로써 문제를 해결하기 보다는 문제를 덮음으로써 이미지를 쇄신하는 방법을 선택했다. 남양유업은 빨대가 동봉된 제품의 경우 기업명이 적힌 부분에 빨대를 붙여 기업명을 교묘하게 감추었으며 남양우유를 이용해 아이스크림을 제조하는 백미당의 경우 남양유업 브랜드를 일절 언급하지 않음으로써 백미당을 자체 브랜드 이미지로 굳히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남양유업은 여전히 ‘아이꼬야 곰팡이 주스 사건’, ‘분유 녹가루 사건’ 등 각종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화장품을 판매하는 여러 기업들 또한 동물 실험과 관련해 각종 비윤리적인 행동을 범하고 있다. 동물 실험을 실시하고 있는 화장품 제조 기업을 나열하기보다는 동물 실험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당당하게 홍보하거나 동물 보호 시민 단체 ‘카라’가 인증한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기업들을 전체 화장품 제조 기업에서 제외하는 것이 더 빠를 정도로 동물 실험은 화장품 제조 기업들 사이에서 무분별하게 시행되고 있다. 이러한 비윤리는 특히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강조하는 고가의 화장품 기업 사이에서 더욱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동물들은 주로 화장품 개발 과정에서 특정 물질이 인체에 미치는 효과나 부작용 등을 사전에 확인하기 위해서 희생되고 있으며 실험 과정에서 동물들이 고통을 호소함에도 불구하고 정확한 결과 측정을 위해 진통제 등을 제대로 처방받지 못한다. 또한 실험 과정에서 고통받는 동물들은 실험이 끝나고서도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며 대부분의 경우 안락사를 당한다.

 

동물 실험 현장 /출처: 한겨레

 

갑질, 동물 실험 외에도 노동 착취, 정보 조작 등 기업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자들의 눈을 피해 비윤리를 행하고 있다. 비윤리 기업들은 지금까지 불법적인 수단을 통해 엄청난 부를 축적해 왔으며 소비자들은 이에 대해 무지하거나 알면서도 무시하고 묵살하면서 기업의 제품을 꾸준히 소비해왔기 때문에 비윤리 기업들은 비윤리를 계속해서 당연한 듯이 행하고 있다.

비윤리 기업들이 스스로 잘못을 바로잡을 필요성을 깨닫게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불매운동을 통해 감소하는 경제적 이익을 직접 명시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하지만 소비자도 자신이 원하는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자유가 있기 때문에 불매운동을 강요할 순 없다. 다만 이 글을 읽은 후 제품을 구매할 때 자신의 소비가 기업 및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잠깐이라도 생각이 들거나 선뜻 구매하기가 망설여진다면 기업에 대해 검색한 후 자신의 소비에 대해 책임질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한 후 결정한 대로 소비하는 건 어떨까 조심스레 묻고 싶다. 이제 소비자는 기업의 제품을 단순히 구매하는 단계에서 더 나아가 제품을 직접 기획하고 피드백까지 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따라서 소비자는 자신의 소비에 대해 생각하는 주체적인 소비를 해야만 기업을 윤리적인 방향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다.

 

박연수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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