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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원차트에 횡행하는 음원 사재기

유명하지 않았던 가수의 음악이 어떤 계기로 인기를 얻게 되는 현상을 ‘역주행’이라고 한다. 인기 아이돌들과 달리 팬덤이 크지 않은 무명 가수나 인디 가수들의 노래가 음원 차트의 상위권을 차지하고 유명세를 갖게 되는 현상이다. SNS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역주행 신화는 늘어갔는데, 이는 여러 무명가수들에게 희망을 주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를 악용한 음원 사재기가 음원차트를 장악하며 역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음원 사재기’란, 소속사에서 브로커를 통해 업체에게 돈을 일정 금액 지급하면 업체에서 해당 가수의 음원을 스트리밍하여 차트를 조작하는 행위이다. 별로 유명하지 않던 뮤지션의 노래가 차트에 오르게 되는 현상은 역주행과 비슷해 보이지만 여러 면에서 음원 사재기와 역주행 현상은 구분이 가능하다. 우선, 역주행은 하루아침에 이유 없이 나타나지 않는다. 어떠한 계기로 인해 가수가 화제가 되어 노래가 알려지게 된 후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대표적인 역주행 사례로 유명한 아이돌 그룹 EXID와 여자친구를 예로 들 수 있다. EXID 멤버 중 한 명의 무대영상 직캠이 SNS에서 화제가 되면서 ‘위아래’라는 곡도 함께 인기를 얻게 되었다. 아이돌 그룹 여자친구도 비가 와서 무대 바닥이 미끄러운 상황에서 안무를 하다가 넘어지면서도 계속 일어나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카메라에 담겨 화제가 되었다. 이후 유명세를 타며 노래도 음원 차트에서 상위권을 차지할 수 있게 되었다. 또 다른 차이점은, 역주행은 음원차트에 순식간에 순위를 올리는 것이 아니라 일정 기간을 두고 서서히 나타난다는 점이다. 반대로 음원 사재기는 비교적 짧은 기간 안에 순식간에 차트 상위권을 달성한다. 앞서 언급한 여자친구도 한달 동안 서서히 상승세를 보인 이후부터 상위권을 차지했고 EXID 또한 상위권에 오르기까지 세 달 이상이 걸렸다. 그러나 음원 사재기의 경우, 짧으면 하루, 길면 몇 주만에 1등을 차지하기도 한다. 실제로 음원 사재기 의혹을 받는 몇몇 가수들의 음원차트 그래프를 살펴보면, 그래프 모양이 거대한 팬덤을 가진 아이돌들보다도 급격하게 상승하는 모양임을 알 수 있다.

최근 음원차트의 집계 방식이 달라지면서 오전 1시부터 7시까지는 실시간 차트를 공개하지 않는데, 음원 시장에서 이를 이용하여 사재기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보인다. 실시간으로 기록이 보이지 않는 것을 이용해 새벽 시간 동안 스트리밍하여 아침에 순위가 공개되었을 때 상위권에 놓이도록 하는 것이다. 음원 사재기는 ‘사재기’라는 불법적인 행위 자체로도 문제가 되지만, 음원 시장의 분위기와 아티스트들에게 큰 영향을 끼친다. 우선, 정정당당한 경로로 역주행을 한 가수들에게도 피해가 간다. 이용자들의 입장에서는 자신이 모르던 가수가 차트 상위권에 있는 것을 보면 사재기 의심부터 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음원차트의 상위권에 있는 음악들의 댓글 반응을 살펴보면, 사재기라는 근거가 없이 상위권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의심을 받는 아티스트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이런 현상은 무명가수들이 큰 팬덤을 가진 아이돌이나 유명한 가수가 아니라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자신의 노래를 노출시킬 기회를 잃게 하고, 설령 자신의 노래가 유명해진다고 하더라도 어딘가 불편한 마음을 갖게 한다. 아티스트뿐만이 아니다. 이용자들도 노래를 듣기 전 상위권에 있는 처음 들어보는 가수들의 노래는 사재기 의심부터 하게 되고 불편한 마음으로 들어야 하는 이상한 일들이 음원 시장에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우선, 음원 회사와 문화체육관광부의 공식적인 해명 또는 입장 발표가 필요하다. 얼마 전에 일어났던 한 가수의 사재기 의혹에 대해 문체부에서 확인해 본 결과 사재기가 아니라는 결론을 발표했다. 그러나 결론만 지었을 뿐, 그에 대한 근거와 이용자들이 제시한 의혹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이러한 자세는 오히려 음원 이용자들의 신뢰를 저해하고 더 큰 의심을 키우게 된다. 따라서 공식적인 입장과 납득 가능한 설명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현재는 일일차트 집계 방식을 사용하고 있는데, 주간차트 집계 방식으로 바꾼다면 사재기에 대한 시도가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현재 기획사들의 목적은 소속 아티스트들의 음악을 노출시킴으로써, 인지도를 높이고자 하는 것이다. 이렇게 사재기에 대한 논란이 뜨거운 상황 속에서 나쁜 반응을 감수하면서도 사재기를 한다는 것은 일단 노출되면 인지도는 올라간다는 인식 때문이다. 이를 기대하고 기획사에서는 음원차트 사재기에 투자를 하는 것인데, 주간차트로 집계 방식을 변경하게 되면 비용 측면에서 일일차트와 큰 차이가 나타나게 된다. 일일차트로 집계될 당시에는 새벽 시간 동안의 스트리밍에 대한 비용만 지불하면 됐었지만 주간차트로 변경하게 되면 7일간의 비용이 생겨나게 되기 때문이다. 이러한 비용부담은 음원 차트 사재기를 억제할 수 있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차트의 장르를 여러 음악 분야로 나누는 방법이 있다. 앞서 말했듯, 인디가수나 덜 유명한 가수들의 기획사는 팬덤이 큰 아이돌이나 유명가수들의 음원에 비해 소속 가수의 노래를 노출시킬 수 있는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재기를 통해서라도 가수와 노래를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갖고자 하는 회사들이 늘어나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들에게도 자신들의 음악이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노출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면, 그러한 시도가 줄어들게 될 것이다. 아이돌, 밴드, 인디, 힙합 등 여러 분야로 차트를 나누어 음원 순위를 공개하는 등 비교적 많은 가수들의 음악이 차트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재기로 얻은 인지도와 인기는 합리적인 경쟁과 노력이라고 볼 수 없다. 이는 당장의 이익과 성취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아티스트에게 중요한 이미지와 평판에 나쁜 영향을 끼칠 것이며, 나아가 음원 시장 전체 분위기에도 피해를 입힌다. ‘역주행 신화’라는 타이틀은 아직 빛을 보지 못한 많은 가수들에게 희망이 되어왔다. 그러나 음원차트 사재기라는 그림자는 수많은 가수들에게 유명세에 대한 두려움을 안겨주었다. 하루빨리 음원 시장의 사재기 문제가 해결되어 아티스트들도 정정당당한 경쟁을 펼치고 이용자들도 마음 편히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혜영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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