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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혐오 제품은 NO

당장 오늘 하루 동안 아예 한 푼도 안 쓰려고 한다면 어떨까. 전혀 불가능한 일은 아니겠지만 분명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집 나가면 다 돈이다’라는 것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쉽지 않은 일을 한 달에 한 번씩 그것도 지속적으로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여성소비총파업(이하 여소총)에 참여하는 사람들이다. 여소총은 소비자로서 여성들의 영향력과 중요성을 명확히 드러내고자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매월 첫째 주 일요일이 여소총의 날이다. 이들이 지갑을 닫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그 시작에는 끊임없이 쏟아져나오는 여성혐오 광고들이 있었다.

 
 
 출처 : 논란이 된 PALK’S COFFEE와 MEMEBOX의 광고

 

작년 한해만 해도 공차, 롯데푸드의 돼지바, 스타벅스, BHC, 삼양의 불닭볶음면 등 많은 유명 브랜드들의 여혐 논란이 재조명되며 주요 불매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렇게 여성혐오 마케팅 논란이 비일비재해지면서 SNS상에서는 점점 ‘여혐기업 불매 리스트’가 퍼지기 시작했다.

 

출처 : 쭉빵카페 

 

위 사진은 여혐기업이라고 정리된 불매 리스트의 극히 일부에 해당한다. 이렇게나 많은 데이터가 쌓일 수 있었던 것은 여성들이 여성혐오 마케팅을 뿌리 뽑고자 문제 된 제품들을 불매하려는 의지를 강하게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문제 된 광고를 알리고 불매운동을 독려하는 자체만으로 큰 성과를 거둘 때도 있었다. 특정 제품이 논란에 휩싸일 때마다 곧바로 해당 광고가 삭제되거나 공식계정에 사과문을 올라오는 등 일부 기업들로부터 즉각적인 피드백을 받아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불매 리스트의 몸집이 하루가 다르게 커지면서 문제가 생겼다. 여혐광고를 근절시키려면 철저한 불매를 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여혐 논란이 없는 기업이 없기 때문이다. 결국 완벽한 불매를 위해서는 여성들은 아무것도 소비하지 말아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지게 됐다.

여소총 또한 더 넓은 차원의 불매 운동이라는 점에서 생각해 볼 지점이 있다. 최근 많은 여성 유튜버들의 여소총 브이로그를 살펴보면 대부분 그날 하루만 집에서 자급자족하며 생활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루종일 밖을 나가지 않고 지내기 위해서는 집에 모든 생필품이 갖춰져 있어야 한다.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그 전날 필요한 것들을 잔뜩 사놓는 식으로 여소총을 준비한다. 결국 정해진 하루를 제외하고 그 전 후에 몇 배의 소비를 하는 조삼모사의 소비 패턴이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심지어 여소총은 특정 제품만 소비하지 않는 일반적인 불매 방식과는 다르게 모든 소비를 중단한다는 점에서 그 효과를 눈으로 확인하기가 더 어렵다. 작년 7월부터 시작한 여소총은 곧 1주년을 맞지만 여전히 잘 알려지지 않아 소수만 참여한다는 인식이 강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여소총 뿐만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여러 불매 운동 또한 참여하는 사람보다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 많다. 효과적인 불매를 위해 그 기준을 구체적으로 재정립하는 것이 시급한 때다.

 

-무엇을 어떻게 불매할 것인가

심각성이나 파급력의 정도에 상관없이 여혐 논란이 난 기업들은 무조건 불매 리스트에 오르는 것이 현재 일반적인 불매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선택과 집중이다. 100개의 기업이 100개의 여성혐오를 한다고 해도 모든 기업에 전부 똑같은 에너지를 쏟을 필요는 없다. 그것이 사회에 미치는 파급력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문제의 심각성은 다르게 매겨져야 한다.

일례로 여성혐오 사건을 일으켜 나란히 불매 리스트에 오른 A사와 B사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A사는 미투 운동을 조롱한 광고를 냈고 B사는 사내 성폭행 사건을 덮어버린 일이 폭로돼 큰 논란이 됐다. 불매 대상이 된 두 기업이 저지른 여성혐오에 경중을 둘 수는 없지만, 불매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불매에 쏟는 노력을 차등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광고는 삭제되면 그만이지만 성폭행 사건은 실제 피해자가 존재하고 간단히 해결될 만한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활발한 불매를 위한 방법은 무엇인가

• 대체재로 여성친화 기업 소비하기

우리 사회에서 가장 잘 알려진 불매의 성공 사례는 바로 ‘남양’이다. 많은 사람이 남양유업을 꾸준히 불매할 수 있었던 이유는 매일유업이라는 분명한 선택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남양유업은 2013년 대리점 갑질 사건을 기점으로 지속적인 매출 하락세를 보인 것에 비해, 매일유업은 여성친화 기업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사업 다각화로 급성장하면서 두 기업의 전세가 역전됐다.

이처럼 최대한 많은 소비자가 지속적인 불매를 할 수 있게 독려하려면 “ㅇㅇ기업 불매하자” 보다 “여혐기업인 ㅇㅇ사 말고 여성친화기업인 ㅁㅁ사를 소비하자”라고 불매 방법의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제시해주는 것이 좋다. 여성친화 기업들이 크게 성장하면 이들의 사회에 여성친화 문화를 널리 퍼뜨릴 기회가 많아지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다.

 

출처 : 여성소비총파업 인스타그램

 

-불매보다 효과적인 방법은 없는가

• 여성혐오 기업 총공

여성 임금 차별이나 고용 문제와 같은 거시적인 사회 문제는 하루아침에 달라질 수 없다. 그러나 여혐 광고는 집단 항의를 통해 기업에게 빠른 피드백을 얻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만큼 ‘여성혐오 기업 총공’은 개인의 불매만큼이나 중요하다. 현재 트위터를 중심으로 퍼지고 있는 이 운동은 매달 첫째주, 셋째주 일요일에 선정된 특정 기업에게 민원, 엽서 등으로 피드백을 요청하고 한 달 동안 불매 운동을 벌이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모두가 행동한다면 불매만큼 기업을 움직이게 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없다. 그러나 무차별적으로 이뤄지는 불매는 불매의 가치가 떨어진다. 화력이 분산될 뿐만 아니라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또한 무기한 진행되는 불매는 소비자를 지치게 할 뿐이다.

세상은 넓고 여혐은 많다. 여성혐오로 가득 찬 사회에 제대로 맞서려면 기승전 ‘불매’만으로는 부족하다. 좀 더 전략적이고 지속가능한 방법이 필요하다. 즉 여혐 광고에 따른 상품 불매에서 한 단계 더 나아가 경력단절이나 고용 및 임금의 성별 불평등처럼 더 실질적인 측면의 여성혐오를 공론화하는 활동도 활발해져야 한다. 우리가 궁극적으로 겨냥해야 하는 건 개별 기업이 아니라 그 안에 뿌리 깊은 여성혐오라는 것을 늘 잊어서는 안 된다.

 

이나연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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