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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즈 게임은 현실이 아니다

요즈음 내가 하루의 일과를 마치고 집에 와서 자주 하는 게임이 있다. 그 이름은 심즈 (SIMS). 유저가 직접 심즈의 캐릭터 즉 심을 외모, 특징, 가족관계 같은 모든 것을 정하고 인생 줄거리를 만들어주는 생활 시뮬레이션 오락이다. 게임 속에서 심은 인간이 하는 모든 활동을 한다. 식사하기, 샤워하기, 잠자기 등의 기본적인 의식주 충족부터 학교 및 회사 가기, 다른 심들과 교류하기, 심지어는 사랑 나누기까지. 인간과 심은 모두 똑같이 24시간의 하루를 살아가지만, 둘은 게임을 조작하는 주체와 조종되는 객체로 분명히 구분된다.

취업에 대한 고민과 막막함 그리고 주변 사람들보다 뒤처지는 느낌 때문에 유독 스트레스 심한, 눈앞에 닥친 현실을 애써 부정하고 싶은 날이 있다. 그럴 땐 머리를 최대한 비우기 위해 심즈 게임을 하게 된다. 그리고 그 속에서 내 심들에게 현실의 내가 이루지 못한 이상적인 삶을 살게 해주려 부단히 애를 쓴다. 게임 화면의 오른쪽에서 확인할 수 있는 욕구 게이지는 심들의 욕구가 현재 얼마나 충족되어있는지 보여준다. 잠을 계속 못 자고 깨어있는 등 오랜 시간 동안 욕구가 채워지지 않으면 심은 화를 내는 듯 불쾌한 기분을 표출한다. 그럴 땐 바로 심의 욕구를 최대치로 채워주는 치트키를 사용해준다. 그러면 캐릭터 기분 창은 심의 상태가 언제 나빴냐는 듯 금세 ‘행복함’으로 바뀌어 있다. 심이 화나지도 슬프지도 않은 자신의 삶에 마냥 만족한 그 상태는 나에게 왠지 모를 안정감을 준다.

사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고 새로운 관계를 잘 시작하지 않는다. 지금까지 살아오며 나름대로 인간관계에 대한 스스로의 규칙도 만들었고 성격에 크게 불만이 있지 않았다. 그러나 대학에 입학한 이후론 억지로 사교성 좋고 활발한 척을 해야 하는 경우가 종종 생겼다. 그때 처음으로 내 성격이 밉다는 생각이 든 거 같다. 그래서 심을 만들 때 ‘사교적임’ 특성을 가지도록 설정했다. 심즈 세계에서의 그의 주된 일상은 마을의 이웃 심들과 만나며 대화하며 소통하는 것이다. 그렇게 나는 나와 정반대의 성향인 심을 조작하며 대리만족을 하는 중이다. 그렇다고 게임을 끝낸 후에 내 성격에 대한 박탈감을 느끼진 않는다. 난 단지 나와 다른 성향의 사람을 잠깐 체험해 본 거라 생각하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가상의 캐릭터를 통해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수많은 심즈의 이용자들이 있다. 그 중엔 나처럼 최고의 삶을 누릴 수 있도록 조작하는 사람도, 정반대로 일탈의 최고봉 캐릭터를 키우는 사람도 존재한다. 결국, 각자의 심들은 이용자들에 의해 인생의 목표가 정해지고, 할 일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내 인생을 조종하는 그 누구도 없다. 인생의 목표와 할 일은 다 본인이 정해야 할 몫이다. 감정의 치트키 또한 없다. 그렇기에 분노와 고통이 회복되는 것은 치트키 작동처럼 한순간이 아니다. 그것은 스스로가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과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해결해주며 동시에 내면을 단단하게 완성 시켜 준다.

우리 모두는 심즈 게임처럼 살아갈 수 없다. 심즈에 아무리 많은 사건이 존재한다 해도 현실에 일어나는 수많은 이야기와 견줄 순 없다. 어쩌면 예상치 못한 일들이 많기에 오히려 하루하루가 기억에 남는 것은 아닐까? 오늘 있었던 특별한 일에 대해 친구들과 하하호호 이야기하는 시간이 재미있는 건 그 때문일 것이다. 그러니 심의 완벽한 하루를 너무 부러워하진 않아도 될 것 같다. 어떤 유저는 게임 중에 심으로부터 자신은 미완성된 우리네 인생을 동경하고 있다는 알림을 받았다고 하다니까. 믿거나 말거나!

 

유채연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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