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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외면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현실

작년 8월, 이주노동자가 불법체류단속과정에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렸을 때 우리 사회는 무섭도록 조용했다. 누군가가 불합리한 이유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면 애도를 표하던 우리였다. 우린 이주노동자의 인권에 대해선 무관심하다. 심지어 인권의 공론장에서 배제된 것처럼 보인다. ‘불법체류’라는 단어는 범죄자에 대한 혐오시선을 유발하므로 앞으로의 논의에선 ‘미등록체류’라는 명칭을 사용하겠다.

​이주노동자가 겪는 인권침해는 단순히 악덕업주 때문에 혹은 단속을 벌이는 경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아니다. 사건 속 악덕업주를 처벌해도, 영장 없이 긴급체포한 경찰관을 처벌한다 해도 이주노동자가 겪는 인권침해는 사라지지 않는다. 개인에게 초점을 맞추면 인권침해를 생성한 구조는 덮어진다. 그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이주노동자를 향한 폭력은 계속 진행된다. 우린 사건 뒤에 숨어있는 여러 갈래의 큰 담론을 바라봐야한다. 이 담론들은 깔끔하게 분류되어 각각 다른 억압을 형성하지 않는다. 수많은 담론들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억압이 발생한다. 앞으로 드러내 보일 담론 중 그 어느 것도 부차적인 것은 없다.

 

한국의 인종주의·3D업종에 대한 혐오

한국은 단일민족의 역사로 인해 한민족의식이 강한 나라다. 이주노동자는 다른 나라에서 온 노동자이다. 자국민이 아니라는 인식으로 우리 사회에서 배제된다. 이와 더불어 우리에겐 서구중심의 인식, 즉 오리엔탈리즘이 존재한다. 오리엔탈리즘은 동양과 서양을 이분법으로 구분한다. 이에 따르면 서양인은 우월한 존재이며 동양인은 서양인들이 구원해줘야 할 미개인이다. 한국은 서양인의 위치에 ‘한국’을 끼워 넣으며 오리엔탈리즘을 역전시켰다. 대신 동양인의 자리에 유색인이 들어섰다. 유색인을 비하함으로써 우리 스스로가 서구와 비슷한 위치에 있을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이다. 이를 역전된 오리엔탈리즘이라 부른다. ‘한민족의식’과 ‘역전된 오리엔탈리즘’의 결합물이 ‘한국의 인종주의’이다. 따라서 한국의 인종주의는 백인이 아닌 유색인에 대한 차별로 나타난다.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는 유색인의 몫이 된다.

아세아 문제 연구소의 객원 연구원 케빈 그레이는 한국의 이주노동자를 ‘계급 이하의 계급’이라 얘기한다. 한국은 공장 노동자들을 ‘천하고 경멸할 만한 대상들’로 보는 전통적인 시각을 지닌 사회 중 하나이다. 이주노동자들은 3D업종 종사자라는 경멸의 시선과 한국 인종주의로 인한 배타적 시선을 이중으로 받고 있다. 따라서 같은 노동자계급에서도 그 이하의 계급으로 여겨진다.

 

미등록 체류를 강제하는 정부의 제도

이주노동자 인권운동은 한국인 활동가를 중심으로 이주노동자들이 주변에 머무는 형식이다. 이주노동자에‘의한’운동이 아니라, 한국인 활동가들의 이주노동자를 ‘위한’운동인 것이다. 이주노동자의 요구가 효과적으로 관철되기 위해선 이주노동자들의 주체적 활동이 필요하다. 그러나 미등록체류를 하고 있는 이주노동자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은 상황에서 주체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들이 전면적으로 운동에 나서려면 신분적 제약이 해결돼야한다. 여기에서 궁금증이 생긴다. 그럼 미등록 체류를 하지 않으면 해결되는 것이 아닌가? 이주노동자는 왜 미등록체류를 하는 것인가?

​1900년대 후반, 한국의 위상이 높아지면서 많은 이주노동자들이 국내에 들어왔다. 1991년 정부는 산업연수생 제도를 도입했다. 이 제도 하에서 이주노동자는 노동자 신분이 아닌 연수생 신분을 갖는다. 따라서 노동권이 전혀 보장되지 않는다. 그들은 법적 보호에서 배제됐다. 이 제도는 사업주가 이주노동자를 효율적으로 착취할 수 있도록 도와줬다. 이주노동자들은 장시간의 힘든 노동과 저임금, 열악한 근무 환경, 인권 침해에 시달렸고 여성 이주노동자들은 성폭력을 당하기도 했다. 사업장을 이탈하면 미등록체류자가 된다. 많은 수의 이주노동자들이 인권침해로 인해 사업장을 이탈했다. 따라서 미등록체류율이 급등했고, 정부는 미등록체류자에 대한 처벌을 면제하기 위해 출국 유예 조치를 실시하기도 했다. 이는 이주노동자를 위한 조치가 아니었다. 이주노동자의 인력이 빠졌을 때 국내 기업이 어려워지는 상황을 고려한 것이었다.

2004년‘고용허가제’가 도입되면서 이주노동자에게도 노동관계법이 적용되었다. 고용허가제 실시 이후, 미등록체류의 비율이 35% 수준에서 3.3%로 줄었다. 그러나 이주노동자의 이동권 제약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는 휴업, 폐업, 그밖에 자신의 책임이 아닌 사유로 사업장에서 근무를 계속하지 못하는 경우에만 사업장을 이동할 수 있다. 이 이동의 횟수도 4회로 제한된다. 사업장을 이동하려면 어떠한 경우에도 사업주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2010년 경남이주민센터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주 근로자들의 다수는 작업장의 소음, 진동, 냄새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화재, 감전, 추락 위험을 느낀다는 비율이 70%에 육박했다. 사업주의 폭력, 성폭력, 계약위반 혹은 열악한 환경으로 사업장을 이탈할 때에도 사업주의 허락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결국 이주노동자들이 생존을 위해 사업장을 이탈하면 범죄자 신분을 갖게 된다. 산업연수생제도를 보완하며 등장한 고용허가제도 이주노동자의 이동권을 보장하지 않는다. 정부의 제도가 이주노동자들이 미등록체류를 하도록 강제하고 있다.

 

미등록체류 합법화를 외치다

정부는 2003년 11월에 대대적인 미등록체류자 단속을 시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정부의 단속을 앞두고 10여명의 이주노동자들이 자살했다. 과거의 비극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미등록체류율을 2018년까지 10%미만으로 줄이겠다며 대대적 단속을 공표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이 법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7년 7월까지 미등록체류노동자를 단속하면서 80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물론 집계된 숫자 이외에도 많은 미등록체류노동자들이 단속과정에서 다치거나, 사망했다. 이 점을 문제 삼아 유엔은 한국에 미등록 체류 비범죄화를 권고했다.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은 이주노동자의 인권침해를 막기 위해선 미등록 체류 합법화가 필요하다고 외치고 있다.

합법화 반대를 주장하는 이들은 합법화로 인한 이주노동자의 장기체류를 문제 삼는다. 왜 장기체류를 반대하는 것일까? 여기에는 두 가지 관점이 존재한다. 하나는 한국의 인종적 단일성을 유지하기 위함이고 다른 하나는 그들이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을 것이라는 우려이다. “이주노동자들이 국내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뺏는다.”에는, 외국에서 온 ‘이방인’이 ‘우리의 것’을 뺏는다는 부정적 시선이 존재한다. 그들을 약탈자로 간주하는 것이다. 이 주장은 이주노동자의 필요성으로 반박된다. 국내적으로 경제가 발전하면서 내국인의 소득수준과 학력이 높아졌다. 기능직 인력이 감소해 저임금 단순노동 인력이 부족해진 상황이다. 이주노동자들은 대부분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함에 따라 노동력이 부족해진 3D업종에 취업한다. 이주노동자는 한국 인력시장에 필요하다. 내국인노동자들의 일자리를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이주노동자를 쫓아내면 3D 업종의 인력부족은 더 심화될 것이다.

​미등록체류자들이 인권학대에도 불구하고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추방의 위협’이다. 국제적 불균등 발전으로 인해, 이주노동자는 자국이 아닌 한국에서 노동하길 선택했다. 이는 구조적 강제에 의한 선택이다. 자국의 불안정하고 불안전한 정세 때문에 생존에 위협을 느끼고 한국에 들어온 이들에게 자국으로 추방하는 것은 폭력이다. 생존을 위해 한국으로 온 이들에게 생존이 위협되는 곳으로 ‘강제추방’하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미등록체류자들이 폭력에 시달려도 경찰에 신고하지 못하는 이유는 추방의 두려움 때문이다. 그들은 모든 보호에서 소외된다.

 

이주노동자는 범죄자가 아니다

예멘 난민 입국 논쟁으로 한창 뜨거웠던 작년의 일이다. 사람들은 예멘난민이 들어오면 한국의 범죄율이 급등할 것이라 얘기했다.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선 그들의 입국을 막아야한다고 주장했다. 영웅이라도 된 양 한국인의 인권을 외쳤고 보란 듯이 난민의 생존권을 짓밟았다. 그들이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는 근거도 없었다. 우리 사회는 ‘유색인은 범죄자’라는 편견이 만연하다. 이 편견은 가짜뉴스로 재생산되어 확산되고 있다. 유색인 이주노동자를 향한 시선에 범죄자라는 공포가 침투하고 있다.

2007년 최영신은 미등록체류자의 출신 국가 별 범죄율을 분석했다.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네팔 출신의 미등록체류자들의 범죄율이 미국, 프랑스 등 선진국 출신 외국인 범죄율보다 크게 낮았다. 미등록체류자의 경우, 신분이 노출되면 당장 강제 출국될 위험이 있다. 외출을 제대로 하지 못하기 때문에 범죄에 가담하기 어렵다. 오히려 신분적 제약으로 범죄피해자가 되기 쉽다. 피해를 당하더라도 신분노출의 위협으로 제대로 대응할 수도 없다. 그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범죄에 가장 많이 노출되는 취약 집단인 것이다.

 

감히 당신에게 묻는다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에서도 이주노동자 문제는 완전히 배제되었다. 그렇다면 그들의 인권은 누가 외쳐주는가. 이주노동자의 범죄자-스테레오 타입을 부수고, 그 자리에 약소자-스테레오타입을 채워 넣자는 것이 아니다. 이주노동자는 범죄자도 아니며 무조건적으로 보호받아야만 하는 ‘불쌍한’ 약자도 아니다. 그러나 그들이 겪는 인권침해의 배경에는 악한 개인이 아니라 한국의 인종주의, 3d 업종 노동자에 대한 혐오, 몰이해, 그리고 정부의 제도가 견고히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이것들이 교차된 지점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한다. 그 어느 것도 부차적이지 않다.

​자, 이제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모두가 인권을 갖고 있느냐고. 혹은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진정으로 원하느냐고. 만약 그렇다면, 당신이 생각하는‘모두’는 누구인가. 우린 계속해서 모두라는 범주 안에서 많은 것들을 배제해왔을지도 모른다.

허모아 인턴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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