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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이 경쟁력이다한국, OECD 중 가장 공고한 유리천장 국가 …

-여성역량강화원칙(WEPs) 도입 등 서둘러야

-기업의 성과와 공정함은 동시 달성 가능한 가치

유리천장은 개인의 노력으로 깨지지 않는다. 각 분야에서 균열을 일으킨 소수의 여성이 “유리천장을 깼다”는 찬사를 받기도 하지만 아직까지 이는 예외적이다. 기업의 이상적 근로자가 ‘돌봄 부담이 없는 남성’으로 설정되어 있는 한 이 현상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남성은 그들이 유능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에서 근무하는 반면, 여성은 일과 가정이라는 이중 부담을 안은 채로 경쟁해야 하기 때문이다. 기업은 연일 여성 채용 비율을 늘리겠다고 발표하지만, “‘남성’이 하나의 스펙처럼 여겨진다”는 개탄과 자조는 여성 취업희망자 사이에서 공공연하다.

지난달 8일,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2019 유리천장 지수’를 발표했다. 한국은 OECD 29개 회원국 중 최하위를 기록했다. 유리천장 지수는 100점 만점에 20점을 겨우 넘겨 회원국 평균인 60점에 턱없이 밑돌았다. 이코노미스트는 “꼴찌인 한국은 남녀 간의 임금 격차가 터무니없이 크고, 경제활동 참여자 비율도 남성이 79%인데 비해, 여성은 고작 59%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 3일 취업포털 인크루트는 사업보고서를 공시한 시가총액 상위 30개 기업의 임원 형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30대 기업의 총 임원 3457명 중 여성은 153명(4.4%)에 그쳤다.

2022년까지 고위공직자의 10%, 공기업 임원의 20%, 정부위원회 위원의 40%를 여성으로 채우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성별균형 수준을 높이기 위해 기업이 따를 수 있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이유다.

 

여성역량강화원칙, 기업들에 성평등 지침 및 이행 방안 제공해

전 세계적으로 성평등 달성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가운데 유엔글로벌콤팩트(UNGC) 한국협회가 제공하는 여성역량강화원칙(WEPs)이 주목받고 있다. 여성역량강화원칙은 유엔글로벌콤팩트와 유엔여성기구(UN Women)가 2010년에 공동으로 발족한 이니셔티브(initiative)다. ‘평등이 기업 경쟁력이다’라는 부제를 가진 여성역량강화원칙은 다양한 국제 이해관계자간의 협의 과정을 통해 도출되었다. 직장 내 성차별 해소부터 여성 리더 양성에 이르기까지 기업들에게 구체적인 지침 및 이행 방안을 제공한다. 여성 역량 강화를 위한 새로운 정책의 도입까지 제안한다.

여성역량강화원칙은 7개 원칙을 바탕으로 기업 공동체의 지지와 참여를 요구하고 있다. 실제 기업 사례를 토대로 기업에게 현재 활동, 벤치마킹 사례 및 보고를 분석할 수 있는 젠더 렌즈를 제공한다. 젠더 렌즈는 성 역할 관점의 다른 말로 정책, 프로그램, 프로젝트, 활동 등에 여성과 남성이 얼마나 상이한 영향을 미쳤는지, 혹은 어떻게 영향을 받아왔는지를 측정하기 위한 분석 틀이다. 7개 원칙은 ▲양성평등 촉진을 위한 리더십 ▲동등한 기회, 포용 및 차별 철폐 ▲보건, 안전 및 폭력으로부터의 자유 ▲교육과 훈련 ▲사업 개발, 공급망 및 마케팅 활동 ▲지역사회의 리더십 및 참여 ▲투명성, 측정 및 공시 등이다.

참여를 원하는 기업은 최고경영자가 원칙 이행 의지를 담은 서명과 함께 신청서를 WEPs 웹사이트에 업로드하면 된다. 신청한다면 대내외로 WEPs 참여 및 성 평등 지지 기업임을 홍보할 수 있고 지지 기업 간 네트워크에 함께 할 수 있다. 2019년 3월 현재, 전 세계 약 2,200명의 최고 경영자가 원칙을 지지하고 있다.

사진/ Pixabay

여성역량강화원칙 성 격차 분석 툴(WEPs Gender Gap Analysis Tool)은 기업의 성평등, 여성역량강화 현황에 대한 종합 분석을 제공한다. 참여 기업이 자가 진단을 통해 여성역량강화에 대한 강점과 약점, 진전사항을 파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와 유엔여성기구가 세계 170여개 이상의 기업들과 협업하여 개발했다. 체크리스트는 총 18개 문항으로 구성되어 있다. 올해부터는 국문 서비스도 제공된다.

여성역량강화원칙은 일곱 개 부문에서 각각 어떻게 여성역량을 강화하고 평가할 것인지도 제시한다. ▲채용과 근속 정책, 승진, 임금 및 복지에서 성차별을 철폐하고자 하는 회사의 의지를 강력히 표명할 것 ▲여성 근로자에게도 기업의 중요한 사업 및 전략팀의 일원으로서 활동할 수 있는 동등한 기회를 보장할 것 ▲성차별과 성희롱, 성폭력 사건에 대한 익명 신고 정책과 절차를 확립하고 실행할 것 ▲모든 직위의 여성 근로자들에게 커리어 개발을 위한 커리어 클리닉과 멘토링 프로그램을 제공할 것 등을 제안한다. 이외에도 고려해야할 점은 ▲기업의 양성평등 정책과 계획을 옹호하기 위해 지정된 이사급 책임자가 있는가 ▲기업이 성별, 직종, 직급 등의 기준에 따른 근로자들의 승진 경로를 추적하고 분석하고 있는가 ▲30%, 또는 그 이상의 충분한 수의 여성 근로자들이 고용되며, 면접 기회가 주어지는가. 충분한 수의 여성 면접관이 확보되었는가 ▲훈련 및 전문성 개발의 기회가 여성과 남성 근로자에게 동등하게 배분되고 있는가 등이 있다.

 

원칙에서 이행으로, 실효성 확보하고 있는 기업들

7개국 정상 및 정부는 2015년 G7 정상회의에서 여성역량강화원칙의 지지를 공동 선언문에 명시했다. 전 세계 기업들에게 이 원칙을 기업 활동에 통합할 것을 촉구했고, 그 결과 이미 기업들은 어떻게 여성역량을 강화시킬지에 대한 구체적인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다. 유엔글로벌콤팩트에서 발간한 책『리더십을 발휘하는 기업사례들 : 원칙을 실행으로(Companies Leading the Way : Putting the Principles into Practice)』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각국 기업들의 사례는 참고가 될 만한 구체적인 활동과 정책을 보여준다. ‘동등한 기회, 포용 및 차별 철폐’를 위해 동유럽의 한 소액금융회사는 폭넓은 데이터의 수집과 분석을 통해 실력 있는 여성 근로자들을 보다 많이 고용하고 있다. 그들의 근속을 보장할뿐더러 여성 근로자 대우 개선에 관한 의견을 수렴하여 개선했다. 한 다국적 철강회사는 경영진과 여성 근로자로 위원회를 구성하여 여성 근로자가 직면한 문제를 확인했다. 해결을 위해 교육 및 프로그램을 조직하기도 했다.

미국의 한 다국적 기술 회사는 IT 분야에서의 여성 커리어 개발 기회를 확대했다. 여러 국가의 여성 단체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어 여성에게 ‘교육과 훈련’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유럽의 한 대형 항공사는 청소년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하여 성별에 따라 제한된 직업이나 산업군에 대한 장벽을 없애고자 하였다.

영국 소재 은행은 여성 기업인의 역할이 확대됨에 따라 여성에게 특화된 ‘사업 개발, 공급망 및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다. 사업 내용은 금융 서비스와 소액 금융 및 사업 대출 등을 포함한다. 또한 중소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여성 사업가를 위한 온라인 지원 센터를 제공하고 있다. 스웨덴의 한 제조업체는 개도국에서 원료를 생산하는 여성 사업자가 제조업체와 직거래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이에 따라 공급 과정에서의 중계 수수료가 줄어 여성 사업자의 이윤이 증가했다.

 

기업의 성과를 위해선 성 다양성 확보가 필수

일각의 우려와는 달리, 기업의 성과와 공정함은 동시 달성 가능한 가치이며 오히려 성장을 위해선 성 다양성 확보가 필수라는 견해가 늘고 있다. 비단 직원들의 삶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는 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 성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 부각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기업 고위직의 여성 비율이 올라가면 기업의 성과 역시 올라간다는 연구 결과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는 작년 ‘Why Diversity Matters’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2007년부터 2017년까지 10년간 연구한 결과 경영진에 ‘성 다양성’이 높을수록 기업의 성과도 높아진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영진의 성 다양성 수준이 상위 25%인 기업들은 하위 25%인 기업들보다 영업이익이 평균 21% 높았다. 인종과 문화적 다양성을 확보한 기업은 33%의 확률로 더 높은 수익률을 보였다. 앞서 2016년 모건스탠리인터내셔널(MSCI)도 기업 이사회에 여성을 보유한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보다 재무 성과가 높다고 분석한 바 있다.

소비자가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기 때문에서라도 기업은 성 다양성 추구를 선도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자신의 가치관과 신념에 부합하는 기업의 제품을 찾아 구매하는 경향이 지속적으로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 국민의 22%를 차지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까지 태어난 세대)는 물건 구매와 직장 선택 시 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중요시한다. 글로벌 리더십 자문기업 에곤 젠더가 올 초 미국, 영국, 중국, 인도를 포함한 7개국의 관리자급 임직원 약 25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의하면 밀레니얼 세대의 65%가 직장 내 다양성이 매우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들이 경제 흐름을 주도하는 사회의 핵심 계층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는 지금, 기업의 늘어나는 성 다양성 정책은 당연한 흐름으로 보인다.

 

사진 / Pixabay

7년 연속 꼴찌인 유리천장 지수, 내년부터는 달라져야

한국의 ‘유리천장지수’는 7년 째 OECD 국가 가운데 꼴찌다. 그러나 한국에서도 전 세계적인 흐름에 힘입어 기업 내 남녀 차별 ‘유리천장’ 깨기에 정부와 주요 경제단체들이 나섰다. 여성가족부는 지난달 2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10개 경제단체와 민간부문 여성 대표성 제고를 위한 ‘성별균형 포용성장 파트너십’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업무협약에는 대한상공회의소,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무역협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외국기업협회, 한국여성경제인협회, 한국여성경영자총협회, 벤처기업협회 등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업의 의사결정 영역에서의 성별균형 수준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함께 할 예정이다.

기업들도 자발적인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맥도날드는 약 1700명의 주부 크루를 고용해 주부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로 주목 받고 있다. 글로벌 맥도날드 역시 세계 여성의 날을 기념하여 유엔의 여성역량강화원칙에 서약했다. 전문직여성 한국연맹(BPW)도 창립 50주년을 맞아 여성역량강화원칙 캠페인에 동참하기로 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 원장은 국내 금융회사의 블룸버그 양성평등지수(Bloomberg Gender Equality Index) 편입 기념 오찬 간담회에서 “국내 은행 여성 비율은 글로벌 대비 여전히 낮은 수준으로, 성 다양성 제고 노력에 나설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대한상공회의소 박용만 회장은 지난달 25일 서울상공회의소에서 열린 ‘성별균형 포용성장 동반관계 업무협약’ 체결식에서 “업무 프로세스를 과학적으로 설계해 일을 예측할 수 있다면 여성에게 배려할 상황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 회장은“전근대적인 기업문화도 이제 바꾸어야 할 때”라며 “자체 설문조사 결과 여성이 업무에 소극적이라는 답변이 많았는데 그 이유가 상당부분 술자리나 야근 등 업무외적 요인에 기인하였기에 구태문화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좋지 않은 평가를 내린 관행도 하루빨리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편집 KSRN집행위원회(www.ksrn.org)

안세연 KSRN 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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