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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으로 성평등을 실현하다-커피 재배 현장의 성차별 심각여성이 재배한 커피 원두로 만든 ‘우먼스 커피’, 여성 농부들의 자립 도와

사진 : 커피콩

한국은 2016년 기준으로 한해에 원두 11만1906t을 수입했다. 커피 한 잔에 볶은 원두 10g이 쓰이는 걸 감안하면 한국 소비자들은 연간 커피 111억9060만 잔을 마신 셈이다. 커피 소비량은 나날이 느는 추세지만 우리가 내는 커피 값에서 커피콩을 수확한 농부들에게 돌아가는 몫은 1%도 되지 않는다. 원두 수출업자와 다국적 기업 등 중간유통업체가 수익의 대부분을 가져가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가 즐기는 커피 한 잔의 여유가 지구 반대편의 빈곤과 착취에 기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공정무역 커피에 관한 관심도 높아졌다. 공정무역은 중간유통과정의 착취를 배제해 생산자에게 정당한 가격을 주고 그들의 자립을 돕는 세계적인 운동이다.

이 같은 공정무역은 성평등 실현에도 기여한다. 공정무역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생산자 조직의 모든 회원들이 조직 내에서 그리고 의사결정 과정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며, 이윤은 생산자 협동조합 혹은 협회의 회원들에게 동등하게 분배되어야 한다. 이 같은 원칙에 입각해 여성 농부들의 경영참여 보장 및 소득증진 등 성차별 해소를 위한 노력이 이뤄지는 것이다. 공정무역은 여성의 토지소유 제한, 남성과의 임금격차 등 뿌리 깊은 성차별로 소득 올리기와 자립에 어려움을 겪는 여성 농부들을 지원한다. 공정무역 단체들은 여성 농부들의 자립과 발전을 돕기 위해 여성 직업 및 리더십 교육을 진행하며, 여성 농부들이 재배한 원두를 브랜드화해 판매 중이기도 하다. 세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 커피 생산자들이 처한 현실과 이들의 권익증진에 기여하는 공정무역 흐름을 소개한다.

 

커피 농가에서 여성의 위치와 지휘향상을 위한 노력

지리적으로 볼 때 대부분의 커피 생산국은 중앙아메리카와 아프리카에 퍼져있다. 이 국가들은 대체로 학살과 내전 등을 겪으며 남성 노동인구가 줄어든 상태다. 때문에 여성들은 가장 노릇을 하며 커피 노동을 병행하는 경우가 많다. 여성의 경제적 자립이 불가능한 구조인 셈이다. 이에 더해 남성보다 낮은 여성의 토지소유, 여성의 교육 및 정보 접근성 부재 등과 같은 성차별적 문화가 커피 시장에서 여성 농부들의 입지를 좁히고 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FAO) 또한 여성 농부들의 생산성이 남성 농부에 비해 20~30% 정도 낮은 이유로 이 같은 성차별적 문화를 지목했다.

이 같은 이유로 여성 농부들은 커피 재배부터 수확, 분류까지 노동과 시간을 들이면서도 수익을 얻진 못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커피 수확, 커피콩 분류를 하는 농부의 70% 이상이 여성이지만 커피 재배지의 20%, 커피 회사의 10%만이 여성 소유다. 이 같은 상황을 해결하고자 주체적인 노력을 기울여온 커피 생산자들도 있다. 인도네시아 아체 지역의 코코와가요 커피협동조합이 대표적이다. 아체지역은 오랜 내전과 지진해일(쓰나미)로 큰 피해를 입었다. 내전과 쓰나미를 겪으며 가장이 된 여성농부들은 남은 가족을 먹여 살리고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한 생계수단이 필요했다. 여성농부들은 커피농사와 집안일 모두를 도맡았지만 농장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과정에서 여성의 의견은 배제되고 있었다. 이 같은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아시아 첫 여성 커피협동조합이 코코와가요다.

사진 : 여성 커피 농부

코코와가요는 커피 농업을 통해 여성의 수익 증대와 경제 활동력 향상을 도모해 궁극적으로 여성과 그들 가족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코코와가요는 이를 위해 ▲여성 농부의 지위 상승 ▲가족 재무관리 역량 강화 ▲커피 농업인 조직과 무역에 대한 이해 증진 ▲지속가능한 농업 발전을 위한 사회적 인식 ▲교육·보건·환경 증진이라는 세부 미션을 제시하고 있다. 코코와가요가 커피 농장의 설립과 유지, 커피 재배 및 가공, 수출준비 등 전 과정에 여성의 참여를 보장하고, 농장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 전반을 여성이 관리하도록 하는 이유다. 코코와가요의 조합원은 총 386명으로, 아체지역 7개 마을의 농부들이 가입해 있다.

코코와가요 커피의 1위 수출국은 미국이다. 페루의 여성 농민 450여명이 만든 커피협동조합 카페 페메니노(Cafe Femenino, 여성의 커피)가 코코와가요의 커피 유통을 돕는다. 카페 페메니노는 전 세계 여성 소유 농장의 커피를 수매해 캐나다, 미국, 호주 등에 있는 60개 이상의 로스팅 회사들에게 유통하고 있다. 카페 페메니노는 수매가의 일부를 코코와가요에게 소셜 프리미엄으로 제공한다. 코코와가요 조합은 kg당 600루피아를 소셜프리미엄으로 받고 있다. 카페 페메니노는 소셜프리미엄 외에도 아동위탁시설, 놀이터 설치, 드라잉베드 지원 등 추가 지원 사업을 진행 중이다. 여성이 일하기 적합한 농장 환경을 조성해 여성 농부들의 경제활동을 적극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이다.

사진 : 여성 커피 농부

이 같은 여성농부의 경영 참여 확대와 수익 증진이 커피농업은 물론 사회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공정무역 비영리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 르완다센터에서 근무하는 베스틴도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열린 <르완다 청년농부 커피토크>에 연사로 나서 이 같은 주장을 펼쳤다. 여성 커피 농부의 역량 강화를 위해 힘쓰는 베스틴은 “1994년 집단학살 때 남성이 집중 타깃이 돼 현재 르완다 여성 인구 비율은 53%에 달하며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라며 “인구의 다수를 점하고 있는 여성들에게 농업 교육과 경제활동을 장려한다면 커피의 품질향상은 물론 세금확보를 통한 경제발전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2015년 UN 개발정상회의에서 채택된 지속가능개발목표(SDGs) 또한 농업·농촌개발을 위한 세부목표로 ▲평등한 이익 공유 ▲동등한 교육 제공 등을 제시해 성평등을 유도한다. 성평등이 농업·농촌의 역량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한국 공정무역 단체들의 기여

한국 공정무역 단체들도 여성 농부들의 권익증진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가 작성한 「여성 역량강화를 위한 공정무역의 5가지 방법」에 따르면 이들은 여성 커피 농부들의 역량 강화를 위해 ▲누구도 차별하지 않는 기준 설정 ▲여성 리더십 교육 실시 ▲여성 이니셔티브에 대한 기금 조성 ▲반복되는 성차별에 도전 ▲“여성의 일”에 대한 편견 깨기를 시행하고 있다. 뿌리 깊은 성차별 문화를 시정하는 동시에 교육을 통한 역량 강화로 여성 커피 농부들의 자립과 소득증진을 돕는 것이다.

국제공정무역기구는 공정무역제품으로 인정받기 위해 준수해야 하는 조항에 성별·결혼 상태에 근거한 차별 금지, 채용 중 임신테스트 금지, 성희롱·협박 금지 등을 포함시켰다. 뿐만 아니라 여성이 지역사회와 직장에서 의견을 낼 수 있도록 민주적인 의사 결정 과정을 준수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제품 판매 가격 외에 추가로 공정무역 프리미엄(추가 장려금)을 지급해 성 평등 관련 프로그램 실행과 고위직 여성비율 40% 유지와 같은 정책 시행을 유도하기도 한다. 기준 마련과 기금 조성이 현장의 성차별 해소를 유도했다면, 여성 농부들에게 시행한 재정·협상·의사결정 등에 관한 비즈니스 교육은 여성농부의 역량 강화를 유도했다. 토지, 투자, 정보, 신용 및 기술 지원 등 생산적 자원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 지역사회 내 여성의 영향력 강화에 일조하기도 했다. 국제공정무역기구가 여성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는 환경과 능력을 만든 것이다.

공정무역 비영리재단법인 아름다운커피는 오는 10월 르완다 여성 커피 농부들이 만든 ‘우먼스 커피(Women’s coffee)를 출시할 계획이기도 하다. 재배와 수확 단계에만 참여하던 여성들이 가공·판매·마케팅·교육 등에 참여하도록 해 ‘진짜 여성이 만든 커피’를 브랜딩하는 것이다. 여성 중심으로 커피 사업을 이어가려는 노력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이 같은 우먼스 커피의 시장 출시는 여성농부들의 직접적인 소득 창출로 이어진다. 남성 중심 농장소유와 소득창출이라는 기존의 가계 질서가 바뀌는 것이다. 베스틴은 <르완다 청년농부 커피토크>에서 “우먼스 커피로 여성의 소득이 올라가면 그 가족의 생계 수준도 높아질 수 있다. 커피생산으로 얻은 수익으로 다른 수입을 위한 활동에 투자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사진 :  아름다운커피 인도네시아 조합원 ( 아름다운커피 제공 ) 

우먼스 커피의 지속적인 생산을 위해선 가정과 사회, 협동조합 차원의 변화가 필요하다. 아름다운커피는 여성이 커피 만들기와 판매하기 전 과정에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여성의 토지소유권 보장 및 리더십 및 기술 트레이닝을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여성들을 위한 저축 및 융자 계획이 수립되었으며, 여성위원회를 창설해 ▲우먼스 커피 프리미엄 관리 ▲여성 간 연대 구축 ▲여성의 기존 시장 접근성을 높이기 등을 도모하기도 한다. 커피 만들기에 여성의 참여를 확대함으로써 가정의 성역할 변화는 물론 여성농부 가시화와 소득증진을 이뤄낼 수 있는 것이다.

 

여성을 위한 공정무역어떻게 확장할 수 있을까

아름다운커피 르완다 센터의 베스틴은 “성평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며 해외 바이어들도 여성이 생산한 커피에 관심을 갖는 추세”라고 말했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윤리경영이 강조되며 우먼스 커피의 시장가치도 높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우먼스 커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다.

영국의 공정무역단체 트윈이 제작한 보고서 「우먼스 커피가 더 큰 성 평등을 가져온다(Women’s coffee bringing greater justice)」에 따르면 소비자의 85%가 우먼스 커피의 가장 큰 문제로 소비자 인지도 부족을 제시했다. 윤리적 소싱에 관심 있는 미국과 유럽 전역의 소규모 로스터부터 수입업자, 장인 로스터를 포함한 100명의 구매자들에게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도 마찬가지였다. 이들은 “제3세계 여성을 돕는다는 상품의 취지가 좋고, 상품의 품질도 좋다”면서도 “아직까지 상품 인지도가 낮아 찾는 이들이 많지 않은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우먼스 커피의 소비자/소매상 수요를 높이기 위한 방안으로 페이스북, 홈페이지 등 마케팅 통로 다양화는 물론 우먼스 커피의 사회적 가치 홍보 필요성도 제기된다. 공정무역 커피시장도 나날이 경쟁이 심화되는 만큼 ‘여성이 만든 커피’라는 특성, 재배현장에서 실현되는 성평등과 같은 가치 차원의 마케팅에 힘써야 한다는 것이다. 「우먼스 커피가 더 큰 성 평등을 가져온다(Women’s coffee bringing greater justice)」에 따르면 미국인 응답자 중 77%는 여성농부들의 이야기를 기반으로, 유럽인 응답자 중 80%는 우먼스 커피가 성평등 실현에 기여하고 있다는 정보를 기반으로 홍보에 나서길 바라고 있었다.

사진 :  아름다운커피 인도네시아 조합원 ( 아름다운커피 제공 ) 

아름다운커피는 보고서를 통해 “스마트폰과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이 발달하며 공급망 연결성도 커지고 있다”며 “우먼스 커피의 생산과정을 추적해 생산 과정에서의 성평등 실현 정보를 제공하는 한편 우먼스 커피의 숨겨진 이야기를 퍼트려 제품 마케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생산과정 추적은 우먼스 커피에 대한 소비자 신뢰도 상승과 제품 품질 향상을 담보하며 여성 농부들의 숨겨진 이야기는 소비자 인지도 상승에 기여한다.

아름다운커피 이혜란 홍보캠페인팀장은 “저개발국가의 가난한 농부들이 처한 현실에 공감하기도 어려울 수 있는데, 그 중에서도 여성농부들의 소외를 알리고 우먼스 커피에 공감을 만들기는 쉽지 않다”며 “물론 여성농부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현지에서 활동하는 여성농부들의 역량을 강화해 맛있는 커피를 소비자에게 소개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박예람 KSRN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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