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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수 리스크 후폭풍…추락은 빨랐고 회복은 더뎠다지난 9개월간 진행한'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분석

재벌 3세의 물벼락 갑질 나비효과는 크고 길었다. 한 사람의 일탈 행위는 가족 전체의 비행을 폭로하는 기폭제가 됐고 해당 기업에 대한 이미지까지 추락시켰다. 법적 처벌은 간신히 면했지만 돌아선 민심까지 되찾아오기는 어려웠다. 이는 지난 9개월 간 <뉴스토마토>가 진행한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에도 투영됐다. '신뢰는 잃기 전에 지키는 것이 최선이다'라는 불변의 진리가 재확인됐다. 

 
<뉴스토마토>와 한국CSR연구소,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가 공동 기획한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는 재벌 기업과 총수 일가에 대한 여론을 수치로 제시하고, 이를 동력으로 바른 길을 제시하기 위해 지난해 5월 첫 조사를 시작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시한 2018년 자산총액 기준 기업집단 순위 중 총수가 존재하는 상위 30개 기업을 조사 대상으로 서울, 경기, 인천,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광주 등 전국 광역시도에 거주하는 성인남녀 500명에게 의견을 물었다. 
 
 
조사는 크게 두 부문으로 나뉘었다. 첫째는 일반인지 부문으로 각 재벌기업과 총수에 대해 신뢰하는 정도를 7점 척도로 물었다. 이를 다시 -100~100점으로 환산해 점수화 했다. 행태 부문은 ▲한국 경제성장에 기여하는 재벌 ▲한국 사회의 통합과 발전에 기여하는 재벌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재벌 등 3개 문항으로 구성된 긍정점수와 ▲국가 및 사회발전에 악영향을 주는 재벌로 구성된 부정점수를 합산해 도출했다. ▲사회에 영향력이 큰 재벌 문항은 긍정·부정 모두로 해석될 수 있어 점수 합산에서 제외했다. 총수의 경우 해당 기업의 성장에 도움 혹은 짐이 되는 여부도 판단했다. 조사 두 달 째인 6월부터는 재벌 3·4세에 대한 평가도 진행했다. 구광모 LG 회장의 선임과 함께 재계의 세대교체가 본격화 된 점을 반영했다. 
 
9개월간 상위권과 하위권의 순위 변동은 크지 않았다. 일반인지·행태부문 모두에서 재벌그룹 중에서는 LG가, 총수 중에서는 구광모 LG 회장(고 구본무 전 LG 회장 별세 후 조사 대상 변경)이 1위를 독식했다. 첫 조사에서는 여타 재벌들에 비해 부정적 노이즈가 적었던 점이 주효했고, 이후에는 구본무 전 회장의 별세와 함께 퍼진 미담들이 후광 효과로 작용했다. 범 LG가로 분류되는 허창수 GS 회장, 구자홍 LS니꼬동제련 회장이 장기간 상위권에 머무른 점 역시 LG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가 작용한 결과였다. 조사를 총괄한 안치용 한국CSR연구소장은 "신뢰는 사회적 자본에서 핵심으로 꼽힌다"며 "구 회장은 계량되지 않은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은 셈"이라고 분석했다. 
 
하위권에서는 한진과 조양호 회장의 지위가 독보적이었다. 조 회장은 일반인지·행태 부문 모두에서 단 한 번도 꼴찌를 놓치지 않았다. 한진도 일반인지 부문에서 두 차례(11월·12월) 부영에 꼴찌를 내어준 것을 제외하고는 줄곧 최하위에 머물렀다. 지난 2014년 말 발생한 땅콩회항의 여파가 채 가시지도 않은 상황에서 물벼락 갑질까지 더해지며 한진과 조 회장은 깊은 불신의 수렁에 빠졌다. 
 
총수의 비행이 발목을 잡은 사례는 비단 조 회장에 그치지 않았다. '1월 대한민국 재벌 신뢰지수' 일반인지 부문 조사 결과를 기준으로 하위 7명은 신문지상의 사회면에 한 번 이상 등장했던 경험이 있다.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의 기내식 파동 직후인 8월 조사에서 29위로 순위가 급락했다. 이호진 태광그룹 전 회장은 '황제 보석' 논란이 불거진 이달 조사에서 29위로 추락했다. 점수도 조사 시작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다. 
 
총수의 부정에 대한 낙인 효과는 지속 기간도 길었다. 1월 조사 기준 25위에 머무른 김승연 한화 회장은 수 년전의 '보복 폭행'에 여전히 발목을 잡힌 모양새다. 최태원 SK 회장은 조사 초기 하위권에 속했으나 '사회적 가치'를 꾸준히 강조한 끝에 순위를 끌어올릴 수 있었다. 이는 3·4세 경영인들에 대한 신뢰에도 같은 영향을 미쳤다. 향후 기업을 잘 이끌 것 같은 3·4세 경영인 조사 항목에서 조원태 대한항공 사장이 줄곧 최하위를 기록한 것. 조 사장 본인이 한진 일가의 부정에 일조하기도 했지만 '한진 사태'의 여파임은 분명했다. 김동관 한화큐셀 전무가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하는 점 역시 부친인 김승연 회장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반대로 허윤홍 GS건설 부사장은 대외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음에도 오랜 시간 5위권을 유지해 왔다. 이 역시 GS라는 이름값이라는 평가다. 조사를 수행한 KSOI는 "대중들은 재벌그룹이나 총수의 부정적 이슈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며 "이미지를 떨어뜨리기는 쉽지만 다시 올리기는 어려운 시대"라고 해석했다. 
 
한편 삼성에 대해서는 이중적인 인식이 계속됐다. 삼성의 사회적 영향력과 경제 성장에 대한 기여도가 크다는 데에는 대부분이 동의했다. 동시에 삼성이 사회에 미치는 악영향도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에 대한 부정적 인식은 독보적 꼴찌인 한진에 필적할 수준이었다. '삼성공화국'이라 불리는 대한민국의 민낯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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