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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를 위한 사회인가요-노동자 사망 사건 중심으로

“제주시 조천읍 제주도개발공사의 제주 삼다수 공장에서 30대 노동자가 기계 수리 작업을 벌이다 숨진 사고가 있었다.”

“지난 10월 29일 오후 10시쯤 대전 대덕구 문평동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A(57)씨가 몰던 트레일러에 B(34)씨가 치였다. B씨는 CJ대한통운의 하청업체와 계약한 일용직 노동자이다. 택배 상차 작업 마무리 후 컨테이너 문을 닫는 과정에서 택배 물건을 싣고자 후진하던 트레일러에 끼였다. B씨는 바로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30일 오후 6시 20분쯤 끝내 숨졌다. 사고가 난 물류센터는 지난 8월 아르바이트하던 20대 대학생이 감전돼 끝내 숨진 곳으로 사망사고가 난 지 3개월도 안 돼 또다시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출처: 헤럴드경제, ;2017

 

잊을 만하면 들려오는 노동자들의 사고 소식. 수면 위로 드러난 것은 이 정도의 사건들 뿐이지만, 사실은 오늘도 많은 노동자들이 생명의 위험을 무릅쓰고 일을 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산재 사망자 수는 969명(2016년)으로 전년대비 14명 늘어나는 등 좀처럼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사망사고만인율(근로자 1만명당 사망자 수 비율)은 0.58로 미국(0.36)·독일(0.16)등 주요국보다 월등히 높다. 관련 통계를 발표한 OECD 14개 회원국 가운데 멕시코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그렇다면 이런 일들이 왜 이리 자주 발생하는 것일까? 단순히 예시에 포함된 제주도 개발공사와 CJ대한통운이 매우 악덕기업이라서? 그렇다면 CJ대한통운이 오늘부터 택배 유통업을 중단하고, 제주도 개발공사가 삼다수 생산을 중단하면 될 일일까? 그렇게 단순한 결론을 내리기에는, 좀 더 근본적인 것이 필요하다. 다시는 애꿎은 한 노동자의 목숨을 앗아가지 않을 근본적인 해법이.

제주 삼다수 사고가 있은 뒤에, 제주지역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기자회견에서 “산업안전협회의 지적사항만 제대로 이행했더라도 30대의 젊은 노동자의 안전사고는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지적사항을 이행하지 않은 제주도개발공사의 책임이 더욱 무겁다”고 말했다. 또한 산업안전협회는 “점검보고서를 통해 삼다수 공장 안 계단이나 작업장 등 통로 바닥이 미끄럽고 추락 위험 등이 있다고도 지적했다. 이를 위해 추락 위험이 있는 장소 주변에는 난간 등을 설치하라고 주문했다.” 고 한다. 더구나 위와 같은 권고사항은 7개월 전에 미리 경고를 받았었다고 한다. CJ대한통운 역시 예외는 아니었다. 노동자의 안전보다는 기업의 이익을 우선한 처사로 인해 애꿎은 노동자들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한 매체의 보도에 따르면, 시민단체들은 기자회견에서 “지난 8월 CJ대한통운 대전 물류센터에서 감전사한 알바노동자 김 군에 대한 책임이 CJ대한통운에게 있으며, 그 책임은 CJ대한통운 박근태 사장이 마땅히 져야 한다고 대표이사들을 고발했지만 변한 것은 없었다”면서 “다시금 발생한 CJ대한통운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은 노동자 개인의 죽음을 넘어서, 대기업이 얼마나 후진적으로 안전관리를 하며 노동자가 죽은 뒤에도 아무런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고 밝혔다. 단체들은 “노동자가 계속해서 사망함에도 대기업은 하청노동자·알바·비정규직에게 위험한 업무를 떠넘기고, 알바노동자의 안전관리에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있음은 계속되는 노동자의 죽음으로 증명됐다”면서 “가장 큰 이윤을 얻지만 이윤을 위해 모든 ‘을’을 희생시키는 대기업의 파렴치한 행위를 우리 사회가 더 이상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일련의 사고들은 어쩌다가 일어난 것이 아니라, 미리 예견된 일이었다. 빠른 대량 생산을 요구하는 시대 속에서 한 사람 한 사람의 목소리는 무시되고, 잊혀진다. 이번 사건들에서 우리는 근본적인 것을 짚어야 한다. 삼다수 공장이 안전 장치를 추가적으로 설치하고, CJ대한통운이 단순히 물류센터를 잠정적으로 중단하고 안전 대책을 세운다고 완전히 해결되지는 않는 것이다. 더 많은 이윤을 위해 자본가들은 노동자들에 대한 비용을 아끼고 있다. 대량 생산 구조 속에서 한 사람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이 사회에서, 이들은 별다른 보호를 받지 못한다. 물론 근로기준법과 노동법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자본의 논리 앞에 노동자들이 파리 목숨인 것은 여전하다. 사람을 소모품으로 취급하는 근본적인 인식이 바뀌지 않는 한, 이러한 사건은 계속 반복된다.

당연한 듯이 편리함과 자본을 사람보다 우선으로 생각하는 풍토는 결국 수많은 노동자들을 오늘도 위험으로 몰아넣고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과연 누구를 위한 사회인지, 무엇을 더 지켜야 하는 사회인지를 돌아볼 때가 되었다.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눈 앞 이윤일까, 사람일까?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지난해 11월 도내 생수 업체에서 일하다가 기계에 몸이 끼어 숨진 현장실습생 이민호 군의 아버지가 찾아 "아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지 1년이 다 됐지만 아직도 사고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다"며 "당시 사고원인이 정확하게 밝혀지고 다른 공장에 대한 점검도 이뤄졌다면 이번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고 오 사장에게 1년 전 사고가 재발한 데 대한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 대해 제주도개발공사가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는 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3일 오후 제주동부경찰서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제주도개발공사 등은 제주시 조천읍 교래리에 있는 삼다수 공장에서 노동자 사망 사고 원인을 밝히기 위한 합동 감식을 벌였으나, 공장 내 페트병 제작 기계를 만든 일본 업체가 "사고 당시 기계 작동 이력을 모두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제주 삼다수 공장 내 폐쇄회로 TV(CCTV)가 없던 상황에서 사고 당시 기계작동 이력까지 확인이 어려워지며 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는 데 난항을 겪고 있는 것이다.

제주 시민사회단체 연대회의는 25일 논평에서 “대표적인 지방공기업에서 말도 안 되는 사망사고가 발생했다는 점에서 사고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할 이유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망사고는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기업의 이익을 우선시하는 제주도정과 개발공사의 노동인식과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비극적”이라고 피력했다.

연대회의는 “기업이익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보다 우선된다는 제주도개발공사의 왜곡된 인식이 자리 잡고 있다”면서 “생산라인이 늘어났는데 그에 따른 정원을 충족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생산을 진행하면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결과적으로 그동안 제주도개발공사가 오로지 산업적인 측면, 경영적인 측면만으로 기능하고 있다는 사실을 이번 사고는 명확히 보여준다”며 “지방공기업으로써 지켜야 할 노동에 대한 존중과 막중한 사회적 책임을 방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시민사회는 “중요한 사실은 이런 개발공사의 잘못된 구조가 원희룡도정에서 기인하고 있다는 점”이라며 “개발공사의 운영자체가 물산업 육성에만 방점을 둔 원희룡도정의 정책을 충실히 반영하다보니 기업운영 전반에 걸쳐 공공성이 현저하게 저하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노동문제에 대한 제주도정의 안일한 인식과 부족한 관심도 이번 사고의 핵심적 문제”라며 “개발공사의 영업이익 확대에만 관심을 가진 결과 생산현장의 노동조건이나 환경에 대해서는 무관심했다”고 지적했다.

시민사회는 “오로지 이익실현을 위한 형태로 운영되는 제주도개발공사 시스템을 전면적으로 점검하고, 노동조건과 환경을 안전하면서도 공공성과 공익성이 중심이 되도록 개혁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노동건강연대와 알바노조, 정의당 청년본부 그리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택배지부가 CJ대한통운 박근태 사장과 대표이사인 손관수, 김춘학 등 3명을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5일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했다.

이들 단체들은 5일 오전 서울 서소문동 CJ대한통운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건 개요와 고발 취지 등을 밝혔다.

단체들은 반복되는 물류센터 노동자 사망에 대해 “엄연한 대기업의 ‘범죄행위’”로 규정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정부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참가자들은 “고용노동부는 지난 8월 알바노동자 감전사 이후 CJ대한통운 대전물류센터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으로 수많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을 찾아냈지만 CJ대한통운이 받은 과태료는 고작 650만 원에 불과했다”면서 “노동자가 사망해도 650만 원이면 된다는 생각이 또 다시 한 명의 노동자를 죽음에 이르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대기업을 비롯해 사용자들은 더 많은 이윤과 탐욕을 위해 간접고용·하청·외주화·도급과 같은 나쁜 일자리를 양산하고, 산업재해를 비롯해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회피·은폐하고 있다”면서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갖고 있고, 이들의 노동으로 가장 많은 이익을 누리는 자들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고 밝혔다.

이들은 “영국, 호주, 캐나다는 산재사망 일으킨 기업주를 ‘기업살인법’으로 처벌하고 있다”면서 “검찰과 정부, 법원이 의지를 갖는다면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참가자들은 “스스로 촛불 혁명을 통해 탄생한 촛불 정부임을 자처하는 문재인 정부와 문재인 정부의 노동행정을 책임지는 노동부는 임기 내 산업재해 사망자를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약속을 한 바 있다”면서 “오늘 기자회견에 참가한 우리는 문재인 대통령과 노동부가 스스로가 공약한 약속을 지키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10월29일 협력업체 노동자가 트레일러에 치여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한 CJ대한통운 주식회사 대전물류센터는 지난 8월에도 택배 상·하차 업무를 하던 노동자가 감전 사고를 당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한 사업장으로 대전지방고용노동청은 해당 사업장에 대하여 특별근로감독을 실시, 2달간의 부분 작업중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

노동건강연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7년까지 CJ대한통운 물류센터에서 사망한 노동자는 11명에 달한다.

 

 

이수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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