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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멀 라이프: 주체적 소비와 더 소중한 가치를 추구하는 라이프 스타일

연말세일과 쇼핑중독 그리고, 미니멀 라이프

연말이 다가오면서 온라인, 오프라인 매장에서 온갖 세일 행사가 시작되었다. 나는 지난 주부터, 매일 밤 10시 50분, 11시 타임특가 세일 상품을 구매하기 위해 소셜커머스 홈페이지에 접속한다. 평소 필요했었던 물건을 싼값에 사겠다는 원래 의도와 달리, 여러 상품들을 둘러본다. 필요하다고 생각하지 않았던 물건들이 필요한 물건이 되고 내 장바구니 속에 담긴다. 반복되는 나의 이러한 행동에 문제의식을 가지게 되었다. ‘쇼핑중독’이 이것을 두고 하는 말 인가. 예전에 보았던 <미니멀리스트>라는 다큐멘터리가 생각났다. 다큐멘터리를 보았던 당시만 하여도, 좀더 편리한 물건이 있다면 그것을 사는 것이 더 현명한 것 아닌가? 다양한 패션을 추구하는 것도 삶의 재미가 될 수 있고 나를 표현하는 방법 아닌가? 라는 생각을 하면서 미니멀 라이프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지 않았다. 하지만 요즘, 소비를 권장하는 사회 속에서 미니멀 라이프가 내가 또는 우리가 추구해야 할 바람직한 소비기준, 소비습관의 답을 알려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리즘에서 미니멀 라이프로

우선, 미니멀 라이프의 유래에 대해 알아보자. 미니멀 라이프는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순함을 추구하는 예술 트랜드에 기반을 둔다. 미술장르에서 단순함 추구는 오래 전부터 있어 왔지만 1960년대부터 ‘미니멀리즘’이라는 용어를 본격적으로 사용하기 시작한다. 이는 사물의 고유한 특성인 본질만을 제시하기 위해, 예술적 기교나 작가의 주관 등으로 불필요한 요소들을 최대한 제거하는 것이다. 미니멀리즘은 미술, 음악, 문학, 건축 분야 등으로 확대되었다.

2010년대 영미권을 중심으로 미니멀리즘의 정신을 삶 속에서 적용하는 미니멀 라이프가 각광받기 시작한다. 조슈아 필즈밀번과 라이언 니커디머스는 <미니멀리스트>라는 책을 발간하면서 대표적인 미니멀리스트로서 트렌드를 이끈다. 이들은 물질적 풍요를 이루었지만, 삶은 더 공허해졌다는 경험담을 이야기하며,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인생의 보다 중요한 것에 집중하고 행복, 자유, 충만함을 느낄 수 있다고 주장한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에는 소유를 다시 생각해 보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재앙으로 인해 순식간에 물건들이 사라지고, 물건이 오히려 큰 위험을 초래하는 것을 보면서 간소하게 최소한의 물건으로만 생활하는 것에 낫다는 사람들의 인식이 증가한다. 이와 더불어 장기적으로 경기 불황이 이어지면서 소비습관 변화는 미니멀 라이프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2015년 일본에서는 ‘미니멀리스트’라는 단어가 ‘올해 일본의 유행어’ 대상 후보에 오른다.

2015년부터 한국에서도 해외의 미니멀리스트 관련 책들이 번역 출판되기 시작한다. 워라벨, 소확행, 저녁이 있는 삶과 같은 용어와 함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로 주목 받고 있다. 인터파크 도서는 2016년 상반기 핫이슈 키워드 중 하나로 미니멀리즘을 꼽고, 그 해 1~3월 미니멀리즘 관련 도서의 판매량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3배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조슈아와 라이언:  미니멀 라이프는 인생에서 더 소중한 것을 찾는 여정이다.

미니멀리스트가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이며 어떤 방법으로 미니멀 라이프를 실천할 수 있을까. 미국의 대표적 미니멀리스트인 조슈아 필즈밀번과 라이언 니코디머스는 미니멀리즘이 단순히 소유한 물건을 버리는 것은 아니라고 말한다. 물건을 버리는 것은 미니멀 라이프의 한 부분을 차지하지만 그것이 핵심은 아니다. 미니멀 라이프의 핵심은 더 적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에서 정말 중요한 것들을 더 많이 가지는 것이다. 이 때 중요한 것이란, 물건이 아니라 건강, 관계, 열정, 성장, 시간 등을 말한다.

조슈아와 라이언은 30살이 되었을 때, 그들을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물질적 부를 성취하였다. 높은 연금, 비싼 차, 큰 집을 갖추었다. 하지만 이런 물건이 있다고 해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물질적 부를 축적하기 위해 많은 시간을 노동에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스스로 시간을 조정할 수 없어졌다. 즉 인생의 통제권을 잃은 느낌을 받았고 인생의 의미에 큰 의문이 들었다. 미니멀 라이프를 통해서 물건을 최소화하는 대신 소중한 것에 더욱 집중하기 시작하였고 인생의 의미를 찾아가게 되었다. 조슈아와 라이언은 미니멀리즘에 다음과 같이 정의 내린다. “ 미니멀리즘은 당신의 삶에서 과하게 느껴지는 것들을 제거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이를 통해 당신은 행복과 충만함 그리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

그들은 3개월 동안 33개의 옷, 액세서리, 신발만을 사용하는 <333프로젝트>를 진행한다. 놀랍게도 프로젝트 내내 주변 사람들이 그들이 같은 물건을 반복 사용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했다고 한다. 우리는 멋진 옷을 입음으로써 우리가 멋진 사람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하지만 사실 타인은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조슈아는 ‘우리가 유명한 그림을 벽에 건다고 해서 단번에 예술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한다.  우리의 정체성은 우리가 가진 물건으로 정의 내릴 수 없는 것이다.

 

사사키 후미오: 미니멀리스트는 소중한 것을 위해 줄이는 사람이다.

사사키 후미오는 <나는 단순하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을 통해서 소유한 물건들을 버리면서 얻게 된 변화와 행복에 대해 이야기한다. 미니멀 라이프의 목적이 단순히 물건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인생 자체를 새롭게 바꾸는 의미라고 주장한다.

사사키 후미오 역시 평범하게 더 많은 것을 갖추기 위해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갔다. 우연히 미니멀리스트를 알게 되었고, 15개의 물건을 가지고 사는 사람, 애플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의 가구 없이 텅 빈 집에 충격을 받았다고 한다. 그들이 가진 자유로움에 반하여 물건들을 줄여나가기 시작한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것만 남기고 물건을 버리면서 남과 비교하는 습관이 없어졌다.‘이 정도는 가지고 있어야지’, ‘이런 집에 살아야 해’ 같은 생각으로 불필요하게 소비하거나 상대적 박탈감에 시달리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직업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사라졌다. 사사키 후미오는 자신이 가진 물건들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결정되고 행복으로 이어진다고 믿는 현대인들의 왜곡된 심리를 이야기한다. 물건에서 자유로워지면 오히려 시간이 생기고, 생활이 즐거워지고, 남과 비교하지 않게 되고,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않게 되고, 행동하는 사람이 되며, 집중력이 높아지고, 순간을 즐기며 감사하는 삶을 살아가게 된다고 말한다.

저자는 물건을 정리하는 것을 어려워하는 사람을 위해 다음과 같은 본인만의 물건정리 기준을 제시한다.

‘예전부터' 소중하지도 않았고, '언젠가' 쓰일 지도 모르는 것이 아닌 '지금' 사용하고 있는 물건인가 아닌가.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에 필요한' 것이 아닌 '나를 위해 필요한' 것인 가 아닌가

'좋아하는가 안 좋아하는가' 가 아닌 '필요한가 아닌가'

추억과 추억의 물건은 별개. 소중한 것은 내 머리 속에 새겨진 기억이지, 물건이 아니다.

 

소비권장사회, 미니멀 라이프의 의미

 ‘나는 소비한다, 고로 존재한다.’ 라는 말이 있듯이, 현대 사회에서 소비는 단순히 돈을 쓰는 것보다 그 이상의 의미가 되었다. 소비는 필요를 충족시키는 수단이 아니라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 되었다. 어떤 차를 타고, 어디에 사느냐에 따라 ‘내’가 누구인지가 정해지는 것이다. 하지만 미니멀리스트들은 물질적 조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보여 줄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히려 그러한 과도한 소비가 인생에서 중요한 시간, 자유, 인간관계를 위한 공간을 차지해버릴 수 있다고 경고한다. 미니멀 라이프가 소비권장사회에 던지는 가장 큰 메시지는 주체적 소비를 통해 인생의 소중한 가치에 더 주목하자는 것이다.미니멀리스트라면 나처럼 단순히 싼 가격 때문에 쇼핑을 하는 대신 친구와 의미있는 시간을 보내거나 자신을 위해 시간을 쓸 것이다. 그것이 주체적으로 소비하고 의미 있는 삶이기 때문이다.

 

빈경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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