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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가능한 마을 미디어- 051FM에게 듣다

인간은 혼자 살 수 없으며, 누군가와 협동해서 살아남아야 하는 존재다. 아주 먼 옛날부터 사람들은 그렇게 모여 살며 ‘마을공동체’를 이루었다. 하지만 마을 공동체는 자본주의의 발달에 따른 도시화의 진행으로 와해되어 갔다. 특히 지역 공동체는 그 타격이 컸다. 급작스레 확산되는 자본주의와 젊은이들의 잇따른 서울행은 인구의 감소와 함께 지역 공동체마저 축소되는 결과를 낳았다.

지역 공동체가 유지되려면 지역 주민들이 서로의 의견을 교류하며 연대해야 한다.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여,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공론장을 만드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바로 ‘지역 미디어’이다. 지역 미디어는 중앙 언론이 일일이 담아내지 못하는 지역 내 주민들의 여러 목소리를 다각도로 담아낼 수 있다. 또한 이렇게 형성된 주민의 여론은 지역 내 연대를 이끌어내고 공동체를 활성화시킨다. 하지만 오늘날의 지역 미디어 콘텐츠는 주민들에게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심지어 주요 매체들에 제대로 노출조차 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 내에서,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생생히 전해주기 위해 지역 공동체 라디오 채널을 직접 운영하는 청년이 있다. ‘부산공동체라디오 051FM’의 정욱교(26), 김서희 (24) 공동 대표이다. ‘귀로 듣는 매거진- 하트 인 부산’, ‘051FM 뉴스’, ‘들리는 캠퍼스- 시즌 3’, ‘MP051’ 등의 프로그램을 통해 부산 주민들의 진짜 목소리를 반영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래서 오늘은 두 분을 모시고, 지역 미디어의 중요성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어 본다.

 

Q: 단체, 그리고 개인별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작지만 소중한, 지속가능한 공동체라디오, 부산 051FM입니다. 저희는 부산 지역에 있는 작은 이야기들, 특히 기성 지역 방송국에서 미처 다루지 못하는 콘텐츠를 다루고 있습니다. 또한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수익적인 방법을 다각적으로 고민 하고 있고요. 저희가 만드는 콘텐츠는 공익성, 지역성, 대중성 모두 지향합니다만, 기본적으로 지역성이 우선순위입니다.

정욱교 대표(이하 정): 우선 저는 기본 포지션은 PD라서, 기획,구성,연출이 주 업무고요, 때로는 진행을 맡고 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희 051FM에는 대표직원인 저와 김서희 대표 외, 4명의 활동가가 더 있습니다. <들리는 캠퍼스 –시즌3> 작가 겸 MC, PD 하시는 분이 계시고요, <051초대석>의 환정DJ와 재현DJ 님이 함께 활동하고 있습니다.

김서희 대표(이하 김): 저는 기본 포지션이 DJ이고요, 편집을 할 줄 알기에 편집도 겸하고 있습니다. 저희 단체는 활동할 때 본인이 부담가지지 않고 자유롭게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요. 그게 저희가 생각했을 때 최선의 방법인 것 같아요.

 

Q: 051FM을 세우게 된 계기는?

사실 저희는 부산의 청년 팟캐스트 단체인 <부산의 달콤한 라디오>를 기존에 했었어요. 하지만 저희가 지향하는 건 단순히 동아리가 아닌, 좋아하는 라디오로 수익을 창출하며 생계형 직업으로 이어 나가는 것이었지요. 하지만 그건 개인의 욕심이라는 생각이 들어, 그 곳을 나와 따로 051FM이라는 단체를 만들게 된 것이에요. 저희 두 사람의 방향성이 비슷하여, 같이 이 단체를 세우게 되었죠.

 

Q: 051FM이 가장 지향하는 콘텐츠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정: 지역성이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왜냐 하면 그 어떤 기성 지역 언론도 구 단위, 동 단위로는 절대 들어가지 못하거든요. 그들이 들어가지 못하는 그런 사소한 기록, 몇 십명의 사람들만 아는 것일지언정 그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있는, 그런 콘텐츠를 만듭니다.

사실 이 일을 하다 보니 사명감 같은 것도 생기네요.(웃음)

김: 맞아요, 사실 저희는 부산에서 지역 콘텐츠로 자생이 안 되면 살아남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또한 지역성을 기반으로 한 상업적인 것도 관심 많고요.

 

Q: 가장 뿌듯했던 일이 있나요? 있다면,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정: 저는 세 가지 있어요. 첫 번째로는 10월에 했던 <부산 라디오 큰잔치>인데요, 그걸 제가 자체적으로 기획해서 열두 팀을 모았어요. 사실 이런 행사가 수도권 외에서 개최되는 것이 처음이기 때문에. 참가한 사람에게 좋은 추억, 즐거운 보람을 주었다는 것 자체로도 너무 뿌듯했습니다. 두 번째로는, 서울에서 지역 문화 시장 창출 관련 행사에 저희를 초대한 것이에요. 우리를 그렇게 알아봐주는 게 매우 보람 있었답니다. 마지막으로, 이건 개인적인 부분인데요. 제가 여러 곳에서 미디어 강사 활동도 합니다. 강사 활동을 할 때, 학생들이 아쉬워 해주는 것, 좋은 시간으로 생각해주는 것? 저를 수업 외적으로 생각해주는 게 고마웠습니다. 전포동에서 2번 정도 갔다 왔는데, 아이들이 섭섭해 해서 안타까우면서도 고마웠어요. 만덕고도 1년째 (강의를) 하고 있는데, 올해 마지막이에요. 저를 아쉬워해준 점이, 아이들에게 너무 고마웠어요. 이 시간들이 조금이나마 도움 되고, 나를 편하게 대해 줬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김: 저도 라디오 축제 때가 뿌듯했어요, 그런데 방송 일 때문에 제 역량을 다는 못 드러낸 거 같아서, 그게 개인적으로 너무 아쉬웠답니다. 또 저희가 팟캐스트 팀 교육을 6팀 진행했었는데요, 그 중에 지속적으로 올리는 팀이 한 팀 생겼어요. 그걸로도 너무 뿌듯했고요. 저희가 그냥 부산에서 활동하니까 반가워해주는 게 그 자체로도 너무 뿌듯해요, 사실은. 열심히 한 만큼. 인정받는구나. 너무 과분한 걸 수도 있고, 겸손해야겠구나. 요즘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Q: 051FM을 운영하면서 현실적으로 힘든 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정: 돈이죠.(웃음) 인력은 곧 돈이에요. 사실 그 때문에 둘이서 각종 수익사업들을 하고 있어요. 구상해 놓은 아이템도 있고, 같이 하면 좋을 것도 있는데, 한계치를 때때로 느낍니다.

김: 사실 그리고 제일 고민되는 지점이 저희만큼 이 단체에 애정을 가질 인력이 없다는 거죠. 인력을 모으려면 돈이 필요한 데 저희는 금전이 부족해요. 활동가가 PD로 일하기에는 일이 너무 많고, 활동해도 저희들 뜻대로는 안 되고요. PD는 할 일이 많잖아요. 섭외부터, 편집, 기획까지. 이걸 단순히 활동가가 취미로 하기에는 메리트가 부족하죠. 지금으로서는 인건비 지원 사업을 제대로 파 보는 게 현실적이지 않나 싶어요. 여유가 된다면 제대로 된 PD를 고용하고 싶어요. 디자이너도 가능하다면..?

 

Q: 051FM이 여타 다른 마을 미디어와 다른 점이 있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정: 상업적인 콘텐츠인 것 같아요. 저희는 영리적입니다. 다른 단체들이랑은 그 점이 다릅니다. 마을미디어 사업이 있는데, 일부 단체들은 그 사업이 없음 자생이 안 되요. 반면에 저희는 이걸로 먹고 살겠다고 대놓고 말하죠. 도와줄 수 있는 사업이 있다면 그걸로 도와달라고 할 수도 있고요. 저희도 상업적 콘텐츠도 만들고 싶고 하니까. 제가 생각하기에 지속가능하려면, 지원금이 없어도 굴러가야 하는 것이에요. 지원금으로 굴러가는 미디어는 절대 자생력이 생길 수 없어요. 또 저희는 저희 정체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우리 자체 콘텐츠도 만들면서 상업적인 것도 늘려야 해요. 저희의 정체성이 끝나면 상업적 콘텐츠도 만들기 힘들어지니까요.

 

Q: 지속가능한 콘텐츠를 만드려면 가장 중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나요?

정: 앞에서도 말씀드렸듯이, 돈이 제일 중요해요. (웃음) 수익이 안 커도 되니까요. 그 (미디어 사업) 자체가 가지고 있는 수익이 물론 크면 좋겠지만, 크고 작기보다도 이거 자체로 조금이라도 뭔가 나오면 좋겠어요. 활동가들이 최소한 자신의 돈은 안 쓸 수 있는 구조. 플러스는 안 되도 마이너스는 안 되는 구조. 그게 이루어지면 저희가 없어도 이 단체가 자생력이 생겨요. 즉, 이 단체를 운영하기 위해서라도 돈이 필요한 거지요. 계속 이걸 고집하는 건 이게 그만한 가치가 있고 오래 하고 싶으니까요.

 

Q: 사실 요즘 사회는 유튜브와 같은 영상 콘텐츠가 훨씬 더 많이 소비되고 있습니다. 왜 장르를 라디오로 택했는지,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정: 제가 영상을 했으면 이렇게 많은 사람을 못 만났을 거에요. 제 인간관계의 90%는 라디오를 하면서 만난 사람들이죠. 라디오이기 때문에 섭외를 얘기해도 튕기는 경우가 거의 없어요. (웃음) 이게 라디오가 가진 장점이고 매력이죠.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미디어 중에서 가장 편한 플랫폼, 가장 진실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플랫폼. 그리고 전 세대를 아우를 수 있는 매체. 그리고 사실 오디오 콘텐츠 시장이 커지고 있어요. 이쪽 시장은 수요층이 확실히 있는 분야인 것이죠. 느리지만, 꾸준히 성장할 수밖에 없는 매체라고 생각해요.

라디오를 하면서 영상을 끼울 수도 있긴 한데, 어디까지나 눈에 안 보이는 콘텐츠를 소개할 때 필요한 것에 불과해요.

 

Q: 051FM은 지역에서 미디어 활동을 하고 있는데, 마을 미디어가 필요한 이유를 051FM의 입장에서 듣고 싶습니다.

정: 제가 대학 방송국 출신인데요, 제가 가졌던 아쉬움이 컸어요. 그 아쉬움을 토대로 만든 프로그램이 <들리는 캠퍼스>이고요. 가장 아쉬웠던 게, 진짜 열심히 하는 데 아무도 안 봐요. 대학 언론이 조금이라도 살려면 경쟁력이 생겨야 하는데, 그러려면 공동취재를 통해 양질의 콘텐츠를 끌어내야 한다고 생각해요. 부산 전체의 대학교 학보가 모여야 되는 거죠.

또 저희는 지역의 확성기 역할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초대석도 같은 개념. 저희가 영향력이 크진 않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른 곳에서 안 들어주는 이야기를 저희가 콘텐츠로 만드는 거죠. 마을 미디어 역시 그러한 맥락에서 필요하지 않을까 싶네요. 단 몇 명이라도 말하고 싶은 이야기, 목소리를 더 자세하게 들려줄 수 있는 것..? 흥행적인 가치보다는, 이 방송이 매개체인 것이죠. 방송을 통해, 주인공이 될 수 있는 겁니다.

 

Q: 051FM의 관점에서 봤을 때, 지역에서 가장 전달하고픈 이슈나, 가장 목소리를 전달하고픈 사람들이 있나요?

정: 음, 저희는 불러주면 다 가요. (웃음) 평범한 학생일 수도 있고 기관 사람일 수도 있고요, 필요하면 다 하는 게 기본 자세지요.

김: 개인적으로 제일 관심을 가지고 있는 계층은 노년층이에요.

정: 저는 청소년과 중장년층이에요.

김: 청소년들도 그렇지만 어머님들이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가 크잖아요. 그런 맥락에서 실버들을 위한 콘텐츠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사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이러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 드리면 너무 좋아하실 거 같은데, 실제로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어요. 이 계층의 니즈를 아직 잘 모르니까요.

 

Q: 051FM이 부산 시민들에게 어떤 식으로 인식되면 좋겠나요?

정: 크지는 않아도, 어떤 매체보다 가장 친숙하고 가장 쉽게 만날 수 있는 매체, 쉽게 만날 수 있는 방송. 언제든지 내가 주인공이 될 수 있는 방송.

김: 부산 지역에서 라디오 회사라고 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체. 이런 임팩트가 왔으면 좋겠어요.

 

Q: 앞으로 051FM의 방향과 계획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김: 저희에게 내년은 마지막 시험대에요. 과연 이걸로 자생이 가능한지. 내년에는 저희가 최선을 다 해보고 싶고,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 볼 거에요. 그리고, 이런 동료를 만나는 게 쉽지 않고요. 저희 둘이기 때문에 이끌어 오는 거고 열정을 쏟아도 후회가 없다고 생각해요.

  정: 내년은 저희가 자체편성으로 증명할 수 있는 해에요. 대중성, 수익성, 모두. 제가 제일 두렵다고 생각하는 게, 혹시 제가 능력이 없어서 인기가 없는데 그런 거 아니라고 자기 합리화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 점이 제일 두렵거든요. 저희가 할 것 만큼 다 해보고 아니다 싶으면 그 때는 후회 없이 빠르게 손을 떼게 되지 않을까 싶네요.

 

Q: 오늘 인터뷰와 좋은 답변 감사드립니다.

A: 네, 수고하셨습니다.

 

 

이수현

지속가능저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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