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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에서 스모그를 없애는 데 30년 넘게 걸려…기상정책과 예보에 중장기 관점 필요”[인터뷰] 홍성유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장

"한국형수치예보모델로 기상예측 예측 정확도 높이고 기상예측 자주권 확보"

 

기상청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도입하는 2020년이면 한국은 세계에서 8번째로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해 운영하는 국가가 된다. 세계 5위 수준의 기상 예측 정확도라는 목표를 달성하는 동시에 기상 정책의 독자성 확보를 의미한다.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이 기후변화와 기상현상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기 위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하고 있다. 2015년 7월 세계 최초로 육면체구 자료동화 시스템을 개발했고 같은 해 실시간 독자 예보 시스템 구축에 성공한 뒤 현재 시험운영 단계에 있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로 양성한 전문 인력과 이들의 핵심기술, 노하우 등을 활용하면 기상재해, 미세먼지 등에 대한 정책 타당성을 높일 수 있다. 나아가 국제적 차원에서 동아시아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로 관련국들과 관측 자료를 공유하고, 동북아시아 모든 국가가 ‘호흡공동체’라는 인식을 형성해 인접국과 공동 대응 방안을 마련하는 발판으로 삼을 수 있다. 홍성유 한국형수치예보모델사업단장을 만났다.

홍성유 한국형수치예보모델사업단장

-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한수예 사업단)은 어떤 단체인가.

재단법인 한국형수치예보모델개발사업단은 기상재해 피해 경감 및 수치예보분야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한 독자적 수치예보기술 및 중장기 기상예측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목적으로 운영되는 기상청 산하기관이다. 2011년부터 2019년까지 9년간 기한사업으로 운영된 뒤 해산한다. 사업 중반인 2015년 기상청 산하 기타공공기관으로 지정됐으며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orean Integrated Model, KIM)의 개발과 평가, 보급 및 국제공동연구 등의 임무를 수행한다.

 

- 수치예보모델은 무엇인가.

수치예보모델은 대기현상을 지배하는 유체역학 방정식을 수치적인 방법으로 구하는 기법이다. 관측 자료를 초기 입력자료로 해서 미래의 기상 상태를 예측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집합체가 수치예보모델이다. 관측 자료 처리 및 대기의 모든 현상을 수학적 방정식으로 표현한 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구현한 20만여 줄의 첨단융합 과학기술 소프트웨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나라는 1998년 일본에서 들여온 모델을 사용하다가 2010년 영국 모델을 도입해서 현재까지 사용하고 있다.

 

- 기상선진국 이외의 다른 나라들도 독자적인 모델을 개발하나.

지구온난화 등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세계적으로 독자 기술로 기상예보 시스템을 갖추는 추세다. 미국, 일본은 이미 1950년대부터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해 기상예보에 활용하고 있다. 독일은 EU 국가들과 공동으로 개발한 모델 이외에도 2015년 독자 모델을 만들었다. 가장 최근 개발에 착수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2000년 독자 모델을 개발하기 시작해 2015년까지 막대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했다. 15년간 투입한 돈이 우리의 10배 이상이다. 반면 한국은 기상예보에 슈퍼컴퓨터가 도입된 2000년부터 일본의 수치예보모델을 사용하다 2010년부터는 영국 기상청과 협약을 맺고 영국 수치예보모델을 활용하고 있다. 이때부터 수치예보 성능이 높아지긴 했지만 외국 수치예보모델은 변화하는 기상현상에 빠르게 대처하기 어렵고 기후변화에 따른 지역적 현상을 반영하지 못해 제한적이다. 수치예보모델을 운용하는 국내 예보관들이 원천 개발자가 아닌 데서 생기는 문제다.

 

- 외국 모델을 사용하다가 한국형 모델을 만들게 된 계기는.

우리 예보 능력 자체는 계속 향상한다. 그런데 외국 모델을 사용하면 프로그램의 수정이나 개선에 한계가 있으니까 시간이 지날수록 예측 결과가 맞지 않게 된다. 게다가 외국의 수치예보모델은 한국과 동아시아 지역의 기상현상을 완벽하게 예측하기 어렵다. 지역적인 특성을 반영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만약 동아시아 지역의 강수현상에 관한 계통적인 오차가 발견돼도 모델을 개발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문제를 바로잡을 수 없게 된다. 결국 변수가 생겨도 이를 반영할 수 있게 수정하지 못하니 예측 정확도가 떨어지게 된다. 여기까지는 기술적인 문제다. 더 넓은 의미에서 보면, 외국의 수치예보모델 사용은 선진국 종속화를 불러올 수 있다. 국가 기상산업과 기상예보 정책의 종속화인 셈이다. 예를 들어 기상청이 사용하는 모델 개발 국가인 영국의 기상정책이 바뀌면 우리나라의 기상예보 정책과 방법도 바뀌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자체 기상산업 발전을 위한 연구개발보다 선진국 모델을 들여와 적용하기 위한 기술개발만 이뤄지는 구조적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동지훈 KSRN기자가 홍단장(왼쪽)을 인터뷰하고 있다.

- 외국 모델을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은 어떤 의미를 갖나.

2011년 개발에 착수해 2020년까지 개발을 완료하고 실제 기상예측에 투입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기상예측에 슈퍼컴퓨터를 도입한 이래 의존했던 외국 모델에서 벗어나 자체 기술로만 완성한 모델을 사용하게 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기상선진국 기술 종속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발판으로 볼 수 있다. 또한 기상환경이 변하더라도 우리 기술로 개발했으니 자체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지구온난화와 같은 기후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게 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결과적으로 선진국의 기상 정책에 종속되지 않고 우리만의 정책을 확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 한국형 수치예보모델 개발까지 1년 반 남짓 남았는데 지금까지의 성과는.

2011년부터 초기 기술을 개발하고 예측시스템을 구축한 이후 개발 사업 중반인 2015년 7월 실시간 독자 예보시스템 구축에 성공했다. 현재는 시험운영 단계에 있다. 올해 1월 기준으로 기상청에서 사용하고 있는 모델 대비 96.4%의 예측 정확도를 보였다. 시험운영이 종료되는 7월께부터는 병행운영 과정을 거치면서 현행 모델과 비교 검증을 실시한다. 사업단이 해산하는 2019년 4월에 준현업운영을 시작한다. 2020년부터는 현재 사용하고 있는 모델을 대신해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사용해 대국민 기상예보를 실시할 예정이다. 개발은 90%까지 완성됐다고 볼 수 있다. 통상 새로운 수치예보모델이 나오면 국제 커뮤니티에서 평가하는데 우리 모델이 좋은 평가를 받았다. 학문적으로는 거의 완성된 상태다. 앞으로 남은 1년 반 동안에 성능을 향상하는 일만 남았다. 외부 기관이나 해외 협력 없이 사업단에서 자체적으로 만든 만큼 앞으로 남은 성능 향상도 수월하게 진행될 것이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 개발 및 현업화 세부 일정
한국형 수치예보모델(KIM)의 기상청 현업 모델(KMA UM) 대비 예측 성능 비교

 

- 2015년 7월 세계 최초로 육면체구 자료동화 시스템을 개발했다. 어떤 시스템인가.

육면체구는 구 모양인 지구를 격자 모양으로 표현한 것인데 정육면체의 여섯 개 면을 볼록하게 만들어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지구 모양으로 재현했다. 수치모델에 적용하려면 구를 평면으로 구현해야 하는데 기존 격자계는 지구 형태를 재현하는 데 제한이 많았다. 이번에 한수예 사업단에서 개발한 육면체구는 실제 지구와 가장 가깝게 만들어져 차세데 슈퍼컴퓨터에서 방정식계를 최적으로 구현한다. 여기에 관측한 자료를 접합하는 알고리즘이 자료동화 시스템이다. 육면체구를 만들고 자료를 동화함으로써 실시간 기상예측이 가능해졌다. 세계 최고 수준인 미국과 영국 기상청이 이를 벤치마킹해 차세대 모델체계로 육면체구를 채택해 사용하고 있다.

 

- 실생활에서 기대할 수 있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면.

EU와 영국, 미국, 일본 등 7개 국가만이 독자적인 수치예보모델을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완성되면 세계 5위 수준의 수치예측 정확도를 가진 국가로 발돋움한다. 한국도 기상선진국 대열에 합류하게 되는 것이다. 정확한 기상 예측이 가능해지면 기상재해 발생을 낮출 수 있다. 특히 개발 과정에 함께한 연구 인력과 이들의 핵심 기술, 노하우가 합쳐져 폭우와 태풍으로 발생하는 재해에 대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폭우가 내려도 기상예보자료가 상세하고 정확해지면 강우량에 따라 하수도가 처리할 수 있는 수치를 산출해내고 침수가 예상되는 지역이 대책을 세울 수 있다. 지금까지는 기상예보 소프트웨어가 외국 모델이라 우리 상황에 맞게 손댈 수 없어 방재 전문가들과의 소통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한수예 사업단이 개발한 모델은 언제든지 상황에 맞춰 조정할 수 있다. 외국 모델을 사용하지 않고 독자 모델을 사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효과 중 하나다.

 

- 기후변화가 가속화하면서 전에 없던 기상재해도 생겨나고 있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로 대응할 수 있는 새로운 기상재해가 있다면.

최근 기후변화와 사막화, 주변국들의 산업화로 오염 지수가 악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미세먼지 문제가 부각돼 대기환경 개선 요구가 커지고 있다.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대기 중의 여러 기상현상과 연관된 복잡한 문제인데 지금 정부가 대처하는 방식은 사후처방 성격이 강하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을 연계해 국민 건강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에도 활용할 수 있다.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도 기상현상의 하나로 묶어 같이 예측하는 방법이다.

 

- 수치예보모델로 미세먼지 농도까지 다루는 게 가능한가.

그렇다. 현재 미세먼지 예보는 기상예보모델의 결과를 가지고 미세먼지 농도를 예측하는 모델을 따로 구동해 발표된다. 기상장이 정확해지면 미세먼지 예보에 들어가는 자료를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에 적용할 수 있게 된다. 미세먼지나 대기 중 오염물질 예측도 10년 안에 가능해질 것이라 본다.

 

-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이 미세먼지까지 예측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했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미세먼지 예보에 가장 중요하게 작용하는 게 기상예보장이다. 기상예보장이 정확해지면 미세먼지 예측도도 높아진다. 향후 10년을 바라본다면 미세먼지에 포함된 화학물질도 하나의 기상현상으로 분류해 이를 토대로 대응방안을 마련할 수 있다. 기상현상이 화학물질에 많은 영향을 받는데도 기상예측에 화학물질을 반영하는 국가는 어디에도 없다. 모델이 완성되고 화학물질 분석도 가능해진다면 화학물질에 기반한 기상예측을 하는 최초의 수치예보모델이 된다. 세계 최초라는 점보다 기상예측에 미세먼지와 화학물질까지 고려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됐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 미세먼지 예측이 가능하다는 건 미세먼지를 발생시키는 요인들을 줄이는 데도 기여할 수 있다는 뜻인가.

그렇다.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에는 아직까지 과학적 근거가 빠져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줄이면 미세먼지도 줄어들 것이라는 접근은 논리적이기는 하지만 과학적 근거는 없다. 정부가 발표한 연구결과를 보면 미세먼지 방출량은 2007년을 기점으로 줄어드는 추세를 보인다. 그런데 몸으로 느끼기에는 미세먼지가 더 심해졌다. 기상변화를 감안하지 않고 미세먼지 농도만 측정했기 때문이다. 기상변화와 같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분석 없이 세우는 정책은 반쪽자리에 불과하다. 과학기술에 근거해서 정책을 세워야 한다.

 

- 실효성 있는 미세먼지 대책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인가.

노후 경유차를 없앤다거나 차량 2부제를 하는 식의 대책은 근거 없이 이뤄지는 사후처방이다. 단편적인 대응에 머물지 않고 근거가 바탕이 된 정책이 필요하다. 중국이 좋은 사례다. 과학기술에 근거해 방향성을 제시하면 정부가 정책을 세워 의지를 가지고 추진한다. 미세먼지라는 현상에는 환경 에너지 산업 등 다양한 분야가 얽혀있는 만큼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조언을 듣고 대책을 논의해야 한다.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전문성이 갖춰져 있는 데 반해 정책에 반영되지 않는 게 우리 현실이다. 여기에 더해 미세먼지 저감 기술과 같은 기술적 측면의 논의는 상대적으로 활발하다. 대신 기초과학에 대한 투자가 미흡하다.

 

- 미세먼지는 국제적인 이슈다. 이번 수치예보모델 개발이 동아시아 대기 환경 개선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는가.

미세먼지는 국내 배출원 규제 정책만으로는 해결하기 어려운, 복합적인 문제다. 특히 한국과 인접한 국가들의 환경이 변하면서 동아시아 지역의 대기환경이 변화한 원인도 짚어야 한다. 더구나 대기오염물질은 단기간에 사라지지 않는다. LA에서 원인 규명과 함께 강력한 정책 시행에도 스모그를 없애는 데 30년 넘는 시간이 걸렸다. 동아시아 미세먼지 고농도 현상은 여러 나라들이 얽혀있는 만큼 해결에 더 오랜 시간이 걸릴지도 모른다. 바꿔 말하면 미세먼지나 기상재해 등의 예측과 대응에는 인접 국가 간의 유기적 협력이 중요하다. EU 회원국들이 공동으로 개발한 세계 1위 예보모델인 유럽중기예보센터의 모델이 대표적인 예다. 한국형 수치예보모델은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의 지역적 특성을 고려한 모델이다. 한국이 기상재해를 넘어 미세먼지 등 재해예보서비스의 세계 거점으로 도약하는 데 이바지할 수 있을 것이다. 나아가 관측 자료를 공유하고 동북아시아 국가들이 호흡공동체라는 인식을 형성해 인접국 간 공동 대응 방안을 내놓을 수 있다.

 

동지훈 / KSRN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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