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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회계부정, 감사위원회 역할과 책임 강화로 막아야한국 기업의 ‘아킬레스건’으로 자리 잡은 분식회계, 기업 신인도 하락의 주요 원인

개정 외감법으로 감사위 역할 및 책임 강화 기대 ... 독립성과 전문성 해결돼야 

 

2018년 스위스 IMD(International Institute for Management Development) 국가경쟁력 평가 결과 한국은 평가대상 63개국 가운데 27위를 기록했다. 2013년 22위를 기록한 이후 순위 회복이 부진한 상황이다. 이처럼 한국의 국가경쟁력이 하락하는 주요 원인으로 세계 최저수준의 기업 ‘경영관행’, 즉 회계와 거버넌스의 불투명성이 지적된다. IMD는 이번 국가경쟁력을 발표하며 “회계 및 거버넌스(기업지배구조)의 불투명성은 기업 경영윤리에 대한 불신을 초래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다.

 

이 같은 상황은 기업 감사위원회의 유명무실화와 무관하지 않다. 회계 및 재무 전문성과 경영자로부터의 독립성이 약화됨에 따라 감사위원회의 경영감시기능이 약화된 것이다. 오는 11월부터 시행되는 외부감사법 전부개정법률안이 이 같은 상황 타개의 계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개정된 외부감사법에 따라 기업 회계부정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법적 책임이 강화돼 회계부정 감독이 더욱 철저해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 기업의 회계불투명성기업 거수기로 전락한 감사위원회

 

주주의 이익을 도외시하고 제 몫 챙기기에 급급한 경영자의 도덕적 해이, 이른바 대리인 문제는 한국 사회에서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한국사회에서 발생하는 대리인 문제의 전형은 기업들의 분식회계다. 기업 경영인들이 자산이나 이익 부풀리기 등으로 회계장부를 조작해 주가상승을 유도하는 한편, 주주들이나 투자자들은 부정확한 정보에 기초한 결정을 내려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 같은 기업의 분식회계는 국내 자본시장에 대한 신인도 하락으로 이어져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주식에 대한 저평가 기조) 우려를 낳는다. 2003년 SK글로벌이 1조 5587억 원의 회계분식을 저지른 이후 한국 기업들에 대한 신인도가 저하됐던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일부 외국계 은행들은 한국시장에 대한 여신거래 중단이나 한도 줄이기 등의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한 기업의 분식회계가 국가의 경제활동 비용까지 높인 것이다. 지난 2015년엔 대우조선해양이 5조원대 이상의 분식회계를 저지른 것으로 드러나 기업의 회계불투명성이 개선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줬다.

 

이처럼 한국 기업들에게 일종의 ‘관행’으로 자리 잡은 분식회계 문제를 종식시키기 위해선 실효성 있는 감사위원회 운영이 필수적이다. 감사위원회의 경영감시기능이 기업의 내부통제를 강화해 신뢰성 있는 재무제표 작성을 유도하기 때문이다. 감사위원회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 기업 내부 감사기구의 독립성을 강화하기 위해 도입됐다. 그러나 제도 시행 20년이 지난 현재 감사위원회는 실상 경영진의 ‘거수기’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지난 3월 27일엔 딜로이트 안진 회계법인 소속 전·현직 회계사들이 대우조선해양의 분식회계를 알고도 묵인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형의 실형이 확정됐다. 이들은 대우조선의 2013∼2015 회계연도 외부 감사를 하면서 대우조선이 분식회계를 저지른 사실을 파악하고도 감사보고서를 허위 작성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기업의 회계장부를 감시해 분식회계 발생 가능성을 사전에 차단해야 하는 외부감사인이 기업과 유착하는 동안 감사위원회는 이를 제대로 감독조차 하지 못한 셈이다.

 

외감법 전부개정법률안 시행감사위원회 역할과 법적 책임 강화될까

 

오는 11월부터 시행될 외부감사법 전부개정법률안은 이 같은 상황의 타개책으로 주목받는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4월 8일 외부감사법 전부개정법률안의 시행령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개정안의 목표는 감사기구 독립성 강화와 감사품질 향상을 통한 회계부정 예방 및 재발방지다. 개정안 시행으로 형성될 새로운 재무보고 환경 하에선 회계부정 발생 시 감사위원회의 역할과 책임에도 변화가 생겼다.

 

현행 외감법에선 회계부정 발생 시 감사위원회의 역할범위가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회계부정 보고를 받거나 회사 이사의 부정행위를 외부감사인에게 통보하는 것으로 제한됐지만, 개정안엔 조사보고와 후속조치로까지 그 범위가 확대됐다. 이에 더해 감사위원회가 회계부정에 개입하거나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 처벌이 강화된다. 회계부정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역할 뿐만 아니라 법적 책임 또한 강화되는 것이다.

 

개정 외감법에서 기업의 회계부정과 관련한 감사위원회의 역할이 구체적으로 명시된 조항은 제22조다. 해당 조항은 회계부정 발견 시 조사부터 후속조치와 보고까지 감사위원회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다. 감사위원회의 변화된 역할은 크게 초기조치와 외부 전문가 조사, 시정조치 확인과 보고로 나뉜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기업 감사위원회는 회계부정 발생 시 ‘컨트롤 타워’로 기능하게 된다.

 

초기조치란 조사 목적과 개별 사건을 파악하는 단계다. 외부감사인으로부터 회계부정 통보를 받은 감사위원회가 회계부정의 성격과 관여자를 파악한 뒤 연루자를 업무에서 배제하고 관련 정보에 접근제한을 설정하는 과정이 초기조치에 해당한다. 초기조치를 이행한 감사위원회는 회사비용으로 회계 전문성과 회사로부터의 독립성이 담보된 외부전문가를 선임해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이후엔 조사결과를 바탕으로 왜곡된 재무정보 수정 및 취약한 내부통제 보완, 관여자 인사조치 등의 시정조치를 이행한 뒤 조사결과와 시정조치 결과를 증권선물위원회에 보고하게 된다. 이는 감사위원회의 회계부정 조사권한이 강화되었음을 의미한다. 이 밖에도 개정안은 회사가 외부전문가 선임 비용을 제공하지 않을 경우 3천만 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도록 해 절차의 실효성을 담보하기도 했다.

 

회계부정에 대한 감사위원회의 법적 책임 또한 강화됐다. 감사위원회가 회계부정에 개입했거나 부정을 발견하고도 적절한 조치를 이행하지 않았다면 해임·면직 또는 직무정지와 같은 제재를 넘어 형사처벌을 받게 될 전망이다. 개정 외감법은 감사위원회가 기업의 회계부정에 가담하거나 눈 감을 경우, 징역 10년 이하(제29조) 또는 회사에 부과된 과징금의 10% 금액을 과징금으로 징수(제39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더해 투자자나 주주 등에 대한 손해배상의 책임(제31조)도 명시되어 감사위원회의 기업 회계부정 감독 의무는 더욱 막중해졌다.

 

이에 더해 개정안은 외부감사인 선임 권한을 경영인으로부터 감사위원회로 이전했다. 외부감사인이 자신의 감사대상인 동시에 클라이언트였던 경영인들에 대한 눈치 보기를 어느 정도 차단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일련의 조치들로 외부감사인의 독립성과 감사위원회의 권한이 확대됨에 따라 경영인에 대한 회계 감독기능 또한 강화됐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정재규 선임연구위원은 “감사위원회가 회계부정의 기미를 포착하거나 발각했을 때 이 같은 조사 및 보고 절차를 제대로 밟을 수 있다면 투자자들의 판단은 물론 자본시장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위원회의 조사권 강화가 기업의 회계투명성 제고에 영향을 미쳐 한국 자본시장에서 회계부정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는 보호 장치가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감사위원회강화된 권한 행사 위해선 독립성과 전문성 회복 시급

 

하지만 감사위원회가 개정안을 통해 확대된 조사권한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으려면 이들의 독립성과 전문성 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계부정은 계획적 정보 누락이나 정보 접근 제한 등으로 조기 발견이 어려운데다 의도성 파악도 쉽지 않아 ‘부정’과 ‘오류’ 간 경계가 모호하기 때문이다. 감사위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낮으면 회계불투명성 우려는 높아질 수밖에 없다.

 

한국은 감사위원으로 선임되는 사외이사의 독립성과 전문성이 선진국에 비해 낮은 편이라는 지적이 꾸준히 나오는 만큼 이를 해결하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실제로 국내 기업의 감사위원 대다수는 학계 및 공직 출신으로 회계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더해 오너가 있는 사기업은 오너에 우호적인 인사가 감사위원을 차지하는 경우가 많아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지지 않아왔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보면 문제점은 더욱 명확해진다. 미국은 모든 감사위원이 재무정보에 대한 기본적 이해를 가져야 한다는 ‘파이낸셜 리터러시(financial literacy)’ 확보를 명문화해 감사위원의 전문성을 담보한다. 반면 국내는 ‘감사위원회 위원 중 반드시 1인 이상은 회계 또는 재무 전문가이어야 한다’는 규정만 두고 있다. 감사위원이 굳이 회계 전문가일 필요는 없는 것이다.

 

실제 회계법인 삼정KPMG의 조사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 KOSPI200 종목 중 감사위원회가 설치된 한국 기업의 감사위원회 내 전문가 수는 1.2명(38%)으로 나타났다. 반면 같은 조사에서 미국 다우존스지수 종목 30개 기업은 감사위원회 내 전문가가 3.1명(71%)에 달했다.

 

한종수 KB금융 감사위원회 위원장은 삼정KPMG 감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감사위원의 주된 역할이 회계감독인 만큼 회계 전문가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며 “연구에 따르면 감사위원회에 회계 전문가가 있는 경우 주가가 상승하고 내부통제의 질이 상승하며 공시의 질도 개선된다”고 말했다. 감사위원의 전문성 강화를 위해 선임 절차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감사위원회가 경영진으로부터 독립성을 보장받을 수 있는 구조의 필요성도 제기된다. 미국과 EU는 감사위원회의 실무 보조 조직인 ‘내부감사부서’ 설치를 의무화하고 그에 대한 감독책임은 감사위원회에 부여해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꾀했다. 현장 일선에서 감사계획을 수립·수행하는 실무담당조직의 장(Chief Audit Executive, CAE) 임면, 조직 예산 편성 및 구성원에 대한 인사권한을 경영진이 아닌 감사위원회에 주는 것이다. 국내의 경우는 공공기관과 금융기관 이외에는 내부감사부서 설치가 의무화돼 있지 않다. 내부감사부서가 설치되더라도 공공기관과 금융기관을 제외하고는 감사위원회에게 감독권한을 부여하지 않아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확보하기엔 미흡하다.

 

감사위원회에 대한 책임의식 제고 필요

 

한편 현재 국내 감사위원회 위원들의 ‘책임의식 부재’도 개선되어야 할 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재규 선임연구위원은 “한국엔 감사위원회가 일종의 ‘명예직’처럼 여겨지는 분위기가 있다”고 말하며 감사위원회의 책임의식 부재를 지적했다. 기업의 감사위원이 퇴임한 관료나 교수가 일종의 ‘세컨잡(Second Job)’으로 택하는 자리로 여겨진다는 것이다.

 

정 위원은 “이처럼 감사위원을 권한만 있고 책임은 없는 직무로 여기는 사회의 인식이 타파되어야 한다. 감사 업무에 대한 책임의식 회복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회계부정의 예방과 적발의 주된 책임이 감사위원회에 있음을 인식하고 외부감사인에게 적극적인 부정 적발을 독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감사위원회의 회계부정에 대한 안이한 인식과 감사활동에 대한 책임 부재는 연 평균 감사위원회 회의 개최 수를 통해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국 기업들의 연 평균 감사위원회 회의 개최 수는 2017년 말 기준 5.4회에 불과해 9.7회인 미국과 현저한 격차를 보인다. 감사위원회의 운영 충실성을 담보할 조치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는 이유다.

 

이를 위해 언급되는 방안으로 감사위원 및 이사에 대한 충실성 평가활동 강화가 있다. 실제 영국의 모범규준은 FTSE350 기업에게 3년에 1번 외부기관에 의한 이사회 평가를 받을 것을 강제하고 있다. 뉴욕증권거래소(NYSE)는 상장규정에 매년 이사회 및 위원회에 대한 자가 평가를 의무화하기도 했다. 반면 한국은 KOSPI200 기업의 2016년 감사위원회 안건 총 1,892건 중 감사위원회 평가는 단 1건 밖에 없었다. 충실성 평가의 주기와 요건을 법제화해 해외 선진국 수준으론 높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에 더해 감사위원회가 회의 안건에 대해 충분한 합의와 토론을 거칠 수 있도록 일정한 감사시간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한다. 한종수 KB금융 감사위원회 위원장은 삼정KPMG 감사저널과의 인터뷰에서 “ACI 「감사위원회 저널」 3호에 따르면 국내 상장사 감사위원회 평균 개최횟수가 연 3.93회에 불과한데 이는 최소 수준”이라고 지적하며 “제대로 감사위원회 활동을 하려면 공식적으로 연 8~9회, 비공식적으로 3~4회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정 외감법은 기업의 규모나 업종 등을 고려해 일정한 감사시간을 보장하는 ‘표준 감사시간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는 외부감사인에게만 적용된다. 개정 외감법 시행 이후에도 감사위원회의 적정 회의시간을 확보할 방편은 마련되지 않은 셈이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정재규 선임연구위원은 “미국은 감사위원회 위원을 선임하며 연간 최소 100시간 이상 투입 가능한지를 확인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며 “감사위원의 적정한 직무 투입시간 확보는 회계품질 상승을 위해 필요한 필수조치”라고 전했다.

 

한편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은 6월 중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규준’을 공표할 예정이다. ‘감사위원회 운영 모범규준’은 지난해 4월 금융위원회가 발표한 ‘회계투명성 및 신뢰성 제고를 위한 종합대책’과 개정 외감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만들어지는 자율 규범이다. 기업 감사위원회의 실효성 있는 운영을 위해선 공표된 모범규준의 적극적인 활용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박예람 / KSRN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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