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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의 20대 - 극한알바

극한알바. 

말 그대로, 일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극한을 느끼게 하는 아르바이트를 일컫는 신조어이다. 미생, 무한도전 등의 방송 콘텐츠를 거치며 극한알바는 이 시대의 화두로 떠올랐다. 심지어 병제의 극한알바, 무한도전 극한알바와 같은 게임 콘텐츠까지 등장했으니 이제 극한알바는 우리에게 너무나 친숙한 이야깃거리가 되었다.

 

극한알바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친숙한 주제임에도 불구하고, 포털 사이트에 극한알바의 종류를 검색해보면 명쾌한 해답이 나오지 않는다. 애시 당초 ‘극한’이란 개념이 상대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이번에는 검색 창에 극한알바 후기를 쳐본다.

 

‘유레카!’ 찾았다, 극한알바 후기.

이 다섯 글자가 정확히 들어있는 블로그 포스팅을 발견했다.(http://blog.naver.com/kinha_?Redirect=Log&logNo=220402678253) 스누퍼란 닉네임을 가진 블로거가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였다. 그것도 하루에 적어도 2000명의 사람들이 방문하는 블로그! 그의 극한알바 경험담을 좀 더 생생히 듣고자 서둘러 메일을 보냈다. 다행히도 그는 아주 흔쾌히 인터뷰에 응해주었다. 아르바이트를 많이 해왔다던 그는 이야기 나누기를 좋아하는 보통의 20대였다. 가장 최근에 그가 한 극한알바는 화장실 보수 공사 현장에서의 막일이었다.

 

스누퍼의 블로그 스누퍼(snooper)의 삐딱한 세상 몰래 바라보기에 올라와 있던 화장실 보수 공사 현장의 사진

 

- 화장실 보수 공사 현장에서 막일하는 건 어떤 계기로 시작하셨나요?

방학이라서 할 일이 없었어요. 어쨌든 돈은 벌어야 하고요. 우연찮게 인테리어 공사 일을 하는 아는 형이 “언제 한 번 일 나갈래?”하고 물어보더라고요. 그래서 “알겠다.”고 하고 나갔죠. 사실 특별한 계기는 없었어요. 지인의 권유가 계기라고 할 수 있죠. 블로그에는 화장실 보수 공사 현장에서 일했던 걸 극한알바 후기라고는 적었지만 더 힘든 일도 많이 해봤어요. 택배 상하차 알바를 해봤는데 진짜 힘들더라고요.

 

-아 택배 상하차 알바도 하셨어요? 그 얘기도 들려주세요! 택배 상하차 알바는 시작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제가 알바를 안 하고 있던 적이 없었어요. 과외만 계속 했는데 수능 끝나고 고3 학생들이 과외를 그만두고 나서 과외를 못 구했어요. 다른 일도 하다가 그만 둔 상태였고요. 거기에 군대 문제까지 걸리니까 장기적으로 하는 일을 하기도 어렵더라고요. 그런데 그 때 돈이 딱 떨어지는 거 에요. 

저는 20살 때부터 용돈도 안 받고 오히려 집 인터넷 요금 같은 것도 제가 냈거든요. 핸드폰 요금, 보험료 이런 요금을 내야하니까 ‘잔액부터 빨리 채워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단기로 할 수 있고 돈을 그날그날 받을 수 있는 것들만 검색했더니 택배 상하차 단기 알바가 나오더라고요. 그게 힘들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때는 뭐 힘들고 말고를 따질 겨를이 없었어요. 결국엔 화장실 보수 공사랑 택배 상하차 알바 모두 돈 때문에 간 거죠.

 

 

- 화장실 보수 공사 현장에서 일할 때 일과는 어땠나요?

아침 6시에 차를 타고 7시쯤에 작업현장에 가서 일하고 오후 5시에 집에 도착을 해요. 저는 기술이 없으니까 주로 전날에 나온 쓰레기 치우고, 기술자 분들이 일하기 편하게 박스테이프 뜯어 놓는 일을 했어요. 또 공구 심부름도 하고요. 제가 치워야했던 쓰레기가 보통 바닥 깰 때 나오는 돌덩이에요. 

그러다 보니까 쓰레기 자루 하나에 30kg~40kg쯤 되거든요. 일하는 내내 쓰레기 자루를 화물용 엘리베이터로 계속 나르는 거죠. 중간에 다른 심부름 시키시면 화물용 엘리베이터는 못 쓰니까 5층에서 일하다가 1층까지 뛰어 갔다 뛰어 오기도 하고요.(웃음) 원래 건축 폐자재는 트럭에 실어서 가져가면 매립지에서 기계로 내려주는데, 저희는 차가 봉고차여서 일일이 자루를 내려서 던져놓아야 했어요.

 

-일 마무리 단계에는 택배 상하차랑 비슷했겠네요. 점심시간이나 휴식 시간은 어떻게 주어졌나요?

몸으로 하는 일이 먹는 건 오히려 더 철저히 먹어요.(웃음) 쉬는 시간은 점심시간 말고는 딱히 없어요. 고용주 입장에서도 제 입장에서도 중간에 쉬면서 일하는 것보다 빨리 일하고 빨리 마치는 게 좋으니까요.

그런 일을 할수록 먹는 건 더 철저히 먹는다는 그의 말에 문득 그의 점심 식사가 궁금해졌다.

 

- 점심으로 뭐 드셨어요?(웃음)

하루는 석쇠불고기 먹었고요. 하루는 또 별로 안 좋은 거 먹었어요. 콩국수?(웃음)

 

- 알바하고 나서 생활에 어떤 여파가 있었나요?

사실 이번에 하고 온 일을 다른 사람이 했으면 극한이라고 했을 수는 있는데 저는 그렇게 힘들지 않았어요. 그보다 더 힘든 알바도 많이 했었고 또, 원래 운동하는 것도 좋아하거든요. 아까도 말씀드렸던 택배 상하차가 힘들었어요. 거의 밤을 새다 시피 일을 하거든요. 하루 하고 나서 피곤해서 자야지하는 생각 밖에 안 들었어요. 그리고 택배 상하차는 아웃소싱(용역)으로 가는 거라 중간에 수수료도 많이 떼였어요. 힘든 거에 비해 보수도 적고 일하는 환경이 별로 좋지 않아서 좀 그랬죠. 일할 때 정말 욕설이 난무해요.

 

-극한알바는 ‘______’다?

극한알바는 한 번만 해보면 된다.

“이런 일을 하시는 분들이 있구나.”하는 걸 깨달을 수 있으니까 경험 삼아 한 번 정도 하면 좋은 거 같아요. 극한알바만 주구장창 하라는 건 너무 가혹하잖아요. 안 할 수 있으면, 한 번 정도만 해보고 안하는 게 좋은 거 같아요.

 

-극한알바 말고 했던 ‘꿀알바’는 없으세요?

꿀알바라고 할 수 있는 알바도 했었어요. 아는 분이 회의장에서 음향 부분을 확인해 줄 수 있는 영어 통역 할 사람이 필요하대서 갔어요. 음향 부분 확인하는 일로 갔어도 실제로는 회의 오신 분들이 USB에 녹음 내용 복사해달라고 하면 복사만 해주는 게 다였어요. 오전 6시부터 일해서 오전 9시 30분쯤에 끝나고 영어 통역도 정말 몇 마디 안했는데 화장실 보수 공사한 거랑 페이가 똑같았어요. 생각해보니까 웃음이 나더라고요.

 

-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저 같은 경우는 극한알바를 어쩔 수 없이 한 경우도 많아요. 부모님이 두 분 다 일을 못하시는 상황이라서 경제적으로 일찍 독립을 해야 했거든요. 제 입장에선 어떻게 보면 억울하죠. 집안 환경이나 개인사정 때문에 졸업도 남들보다 늦고, 다른 자격증이나 스펙 같은 것도 없어요. 그렇다고 학점이 높은 것도 아니고요. 제 용돈을 제가 벌면서 학교 다니는 게 생각보다 되게 어려워요. 전에 학교 다니면서 과외 4개를 한 적이 있는데 그렇게 생활하다보니까 제 시간이 너무 없는 것 같아서 잠자는 것도 아까웠어요. 

그래서 일부러 잠을 안 잤죠. 저만의 자유로운 시간인데도 깨어있는데 그냥 놀려니까 또 마음이 불편한 거 에요. 남들은 토익이다 토플이다 하는데 그냥 노느니 영어라도 들으면서 놀자면서 미국드라마만 봤어요. 아님 책을 읽기도 하고요. 솔직히 나쁘게 생각하면 저 말고 다른 젊은 사람들도 똑같이 저처럼 해봤으면 좋겠어요. 혼자만 이렇게 사는 것 같으니까요. 그렇지만 제가 아는 사람이 저처럼 산다고 하면 너무 안타까울 것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이런 문제가 빨리 해결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하죠.

 

인터뷰를 하는 동안 많은 얘기를 그로부터 들을 수 있었다. 그는 학점과 스펙을 걱정하는 여느 20대와 다르지 않은 보통의 20대였다. 그렇지만 보통내기는 아니었다. 취업난과 여러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캥거루족, 연어족이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그가 극한알바를 포함한 숱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쌓은 내공은 다른 어떤 스펙보다도 빛을 발하는 순간이 있을 것이다. 그 순간이 올 때까지 그를 응원할 것이고 아르바이트를 하며 저마다의 극한을 인내하고 있는 모든 20대들을 응원할 것이다.    

 

 

이우주

지속가능저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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