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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과잉 공급, 무엇이 문제일까

많아도 너무 많다. 2015년 하반기 기준으로 한국의 편의점 점포 수가 2만 5,000개를 넘어섰다. 점포당 인구수로 계산해봤을 때 약 2,000명, 세계최저수준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편의점 관련 유통업계는 호황을 누리고 있다. 대형마트와 백화점은 부진을 거듭하고 있지만 편의점 업계의 이른바 ‘투톱’인 BGF리테일(CU), GS리테일(GS25)의 2015년 영업이익은 2014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했다. 유례없는 호황에 관련 업계 종사자들은 쾌재를 부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가게의 주인인 편의점주들의 사정은 다르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것일까?

 

2013년 편의점주들의 잇따른 자살로 가맹본부와 가맹사업자 간의 갈등이 쟁점이 된 적이 있었다. 이후 당시 새누리당 소속의 이만우·이종훈·강석훈 의원, 민주당의 김영주·민병두 의원에 의해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이하 가맹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되었으나 현실적으로 큰 효과는 보지 못한 듯하다. 발의자 중 한 명이었던 민병두 의원에 따르면 가맹사업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는 다음과 같다.

 

1. 근접출점을 방지하기 위한 영업지역 보호 의무화

2. 과도한 해지 위약금 부과 금지

3. 질병 및 심야시간대 매출이 저조한 경우 24시간 영업 강요 금지

4. 가맹점 사업자단체의 결성 및 협의 권한 부여

5. 잦은 리뉴얼-인테리어 강요 금지를 위해 가맹본부에 40% 분담금 설정

[출처] 민병두의 민생정치 이야기 - 네이버 블로그

 

위 내용에 관한 개정안은 각각 가맹사업법 12조의 신설된 항들에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조항을 자세히 살펴보면 법안의 실효성에 의문이 생긴다. 근접출점의 경우 ‘정당한 사유 없이’ 출점이 불가한 것일 뿐이며, 심야시간대 조절도 단지 새벽 1~7시까지에서 1~6시까지로 그 범위만 한 시간 줄어든 것이다. 따라서 본사는 여전히 근접출점이 가능하고, 심야시간대의 영업 부담 또한 큰 변화가 없게 되었다.

 

그 외에 문제가 되었던 것으로 가맹점 본사의 매출에 대한 과대광고가 있다. 편의점주들의 증언에 따르면 본사에서는 자영업 희망자들에게 평균적으로 월 400만 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광고를 내보낸다고 한다. 하지만 중소기업중앙회가 전국 300개의 편의점을 조사한 결과 본사가 말한 예상 매출액에 못 미치는 편의점 비율은 65.3%에 달한다. 또한, 그중에 17.6%의 편의점만이 흑자를 유지하고 있다. 법률적으로는 ‘매출 예상치를 객관적으로 산출’하여 광고를 하도록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객관적인 매출 예상이라고 해도 계산법에 따라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으므로 여전히 과대광고가 가능한 것이다.

 

 

우려는 현실로 나타났다. 법이 개정된 이후에도 폐점하는 편의점 수는 증가했으며, 같은 추세라면 2016년에는 4,000개에 달하는 편의점이 문을 닫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업체 간의 자유경쟁을 막을 적절한 명분이 없다 보니 근접출점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갈수록 늘어나는 편의점 수에 골머리를 앓는 것은 점주뿐이다. 본사에서는 점주의 상황과는 관계없이 손해 보지 않을 만큼의 점포만 늘리면 되고, 점주가 계약 조건을 위배할 시 위약금만 받고 다른 점주를 앉히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본사와 점주 간의 갈등은 비단 편의점만의 문제는 아니다. 편의점뿐만 아니라, 패스트푸드, 술집, 등 많은 업종의 점주들이 같은 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다. 이는 단지 가맹사업법이 허술하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가맹점의 공급 증가는 수요의 증가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수요의 증가는 자영업자의 증가를 가리킨다. 전국적으로 진행되는 고용불안문제와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맞물려 한국은 현재 편의점 과잉공급이 아닌 자영업자 과잉공급 상태에 봉착했다. 다시 말해, 편의점 과잉공급은 사회의 근본적인 고용불안 문제와 맞닿아 있는 것이다.

 

또한 개정안을 통해 규제의 범위를 확대하였으나 그것은 단지 형식적인 것에 불과하다. 왜냐하면 현재 통용되는 계약서상의 명백한 갑을관계는 가맹본부의 과실이 있다고 하더라도 점주가 본사에 해지를 요구할 수 없게 되어있기 때문이다. 공정위는 이에 표준가맹계약서를 발표했지만 이는 단지 권고사항일 뿐 점주들은 여전히 본사의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다. 결론적으로 사회에 내재된 고용불안 문제와 대기업의 계약과 관련된 ‘갑질’을 해결하지 않는 이상 점주들의 고통은 줄어들지 않을 것이다. 규제 중심의 근시안적인 접근보다는 더 거시적인 차원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하는 이유이다.

 

김동균

지속가능저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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