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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무역은 공평하고 정의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거래기반의 파트너십"12~13일 세계 80여개국 다양한 행사 열려…국내에선 서울 신촌 등서 페스티벌

12일(5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

 

매해 5월 둘째 주 토요일은 세계공정무역기구(WFTO : World Fair Trade Organisation)가 제정한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다. 올해는 세계 80개국에서 500여 개 단체가 축제에 참여한 만큼 국제적인 축제로 거듭났다. 올해의 5월 둘째 주 토요일인 지난 12일, 서울 신촌과 혜화동 일대에서도 ‘2018 세계 공정무역의 날’ 페스티벌이 열렸다. ‘세계의 농부들 공정무역과 손잡다’라는 이름으로 12~13일 진행된 이틀간의 축제는 국내외 농부들의 화합과 연대의 시장을 모색했다. 세계 농부들의 요리 세리머니로 시작된 축제는 공정무역 상품을 접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공정무역 교육 및 체험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날 축제에서 목격한 모습과 다르게 오늘날 많은 무역 관계는 거래를 기본으로 하며 생산자·노동자를 배제하는 모습을 취한다. 다국적기업이 자유무역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는 동안 개발도상국에서 실질적으로 노동을 통해 제품을 만드는 이들은 생산이윤을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유일한 생계유지 수단을 쉽게 그만두지 못하기 때문에 열악한 노동환경과 빈곤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소비자 또한 불필요한 유통과정을 거쳐 온 상품을 구입하기 때문에 비싼 값을 지불한다.

공정무역은 바로 이러한 불공정한 고리를 끊어내고 국제무역에서 “공평하고 정의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거래기반의 파트너십”이 성립되도록 하는 운동이다. 현재 공정무역 국제단체들과 각 나라의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 단체들이 활발히 운동을 펴고 있는 공정무역은 단순히 기부와 원조를 통한 빈곤 문제 해결이 아니라는 점에서 시장의 핵심 플레이어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2017년 세계 공정무역의 날 행사사진/제공 아름다운 커피

공정무역, 원조 대신 무역(Trade not Aid)

 

공정무역의 필요성은 신자유주의 아래 저개발국가와 선진국의 무역이 불공정한 거래라는 인식에서 비롯된다. 리카르도의 비교우위론에 따르면 한 국가의 모든 재화가 상대국보다 절대 우위에 있더라도 상호 무역은 양국 모두에게 이익을 창출할 수 있게 한다. 그러나 현재 제 3세계의 상황은 이러한 이론상의 모형이 현실에선 완전한 법칙이 아님을 설명해준다.

신자유주의가 심화되면서 공산품의 수입을 위해 제 3세계는 자신이 수출하는 1차 산업 제품의 생산량의 증대해야만 했다. 수요가 제한된 상황에서 생산자들은 헐값에 자신의 상품을 제공할 수밖에 없게 되어 불리한 무역 위치를 취하게 된다. 이처럼 불평등하게 형성된 시장 관계에 기반하여 착취나 다름없는 거래가 이루어지는 현실을 문제 삼은 것이 바로 공정무역 운동이다. 또한 유통 과정을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를 새로운 방식으로 연결하려는 대안 무역의 형태를 띠고 있다.

최초의 공정무역을 살펴보려면 1940년대로 올라가야하지만 오늘날 우리가 알고 있는 공정무역 형태가 1960년대에 시작됐다고 보는 게 일반적이다. 초기 공정무역은 종교적 활동에서 시작했다. 미국 개신교의 메노파 중앙위원회(MCC : Mennonite Central Committee)는 1940년대 푸에르토리코 사람들에게 직조 기술을 가르쳐 이들이 생산한 수공예품을 본국에 있는 교회에서 판매하도록 했다. 사실상 개발도상국을 위한 기부의 연장선상에 있었다.

선교 활동의 일부로 시작된 거래의 형태는 지금의 공식 대안무역 단체 ‘텐 사우젼드 빌리지’로 거듭났다. 또한 현재 옥스팜 인터네셔널(Oxfarm International)이란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당시 영국의 옥스팜(Oxford Committee for Famine Relief)은 난민을 구제하기 위한 운동의 일부로 공정무역을 추진했다. 제2차 세계대전으로 생겨난 난민들을 돕기 위해 이들이 만든 수공예품을 소량으로 수입하는 활동이 그 시작이었다.

초기 공정무역이 작은 거래량에 그쳤으며 원조 활동 중 하나였다면, 1960년대의 공정무역 운동은 신제국주의에 대항하여 보다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정치적 행동이었다. 특히 1968년 UNCTAD가 채택한 “원조 대신 무역(Trade not Aid)”이라는 슬로건은 북반구와 남반구의 공정한 무역 관계를 지향하는 당시 공정무역 운동의 가치를 잘 대변해준다. 그 변화의 예로 활동 초기에 소규모의 수공예품 거래를 주로 다루던 월드샵(World Shops)이 ‘연대커피(Solidarity Coffee)’라는 이름으로 무역의 전 과정을 아우르는 공정한 거래를 창출한 것을 들 수 있다.

2001년에는 세계공정무역연합(WFTO), 공정무역라벨기구(FLO), 유럽세계상점네트워크(NEWS), 유럽공정무역연합(EFTA)이 모여 파인(FINE) 네트워크를 결성함으로써 공정무역을 위한 국제적 연대가 더 강해졌다. FINE은 “대화와 투명성, 존중에 기초하여 국제무역에서 보다 공평하고 정의로운 관계를 추구하는 거래기반의 파트너십”으로 공정무역을 정의하며 “공정무역은 지속가능한 발전에 기여한다”고 말했다. 더 나은 거래 조건으로 생산자에게는 자립을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윤리적 소비를 실현케 한다.

주체나 운영 방식에 차이가 드러나나, FINE 네트워크의 구성원들은 세계공정무역연합(WFTO)과 국제공정무역기구(FI)가 합의하여 정리한 ‘공정무역 핵심원칙’, 즉 ▲취약한 생산자들을 위한 시장 접근성 ▲지속가능하고 공정한 무역관계 ▲역량구축 및 강화 ▲소비자 인식 증진과 옹호 ▲사회적 계약(social contract)으로서 공정무역을 준수한다.

 

국내 공정무역 운동

 

2000년대 들어 공정무역 운동의 주목할 만 한 점은 그전까지 공정무역 운동이 시장 이외의 영역에서 진행되었다면, 2000년을 기점으로 시장의 핵심 주체인 기업이 공정무역 시장에 들어왔다는 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인식 하에 다국적기업들은 공정무역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소비자들도 윤리적 소비의 개념을 인식하고 ‘착한’ 제품을 선호하게 되면서 공정무역 제품을 취급하는 것이 이제 많은 회사들에게는 일종의 마케팅 전략이 된 셈이다.

지자체 단위의 공정무역 운동도 눈에 띤다. 일명 ‘공정무역마을 운동’은 2000년 영국의 작은 마을 가스탕(Garstang)의 후예들이 18세기의 노예무역 과오를 씻기 위해 실행한 운동에서 비롯되었다. 주민들의 요구로 작은 슈퍼마켓에서 공정무역 식품을 팔게 된 것부터 시작해 공공기관도 해당 제품을 쓰게 된 모습은 작은 단위에서의 변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알려준다. 이처럼 기업과 지자체의 참여는 공정한 무역 관계를 향한 노력이 비영리법인이나 사회적 기업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 공정무역 운동의 역사는 북미와 유럽에 비해 짧지만 그동안 적잖은 성과를 일궜다. 국내 공정무역 운동은 2002년 아름다운 재단의 움직임으로 시작됐다. 아름다운 가게에 한국 최초로 대안 무역 상품 판매가 성사되면서 2000년대 후반부터는 아름다운커피, 두레생협, 페어트레이드코리아, 한국YMCA 등 사회적 기업 및 비영리법인이 주축이 되어 국내 공정무역 운동이 본격적으로 활성화하였다. 이들은 공정무역 상품의 생산, 유통, 판매의 전체 과정에 참여해 공정무역 제품으로서의 신뢰성을 높이는 한편, 대중 캠페인을 통해 국내 공정무역의 가치를 확산시켜왔다. 또한 공정무역 단체들을 중심으로 2008년부터 매해 세계 공정무역의 날 한국페스티벌을 열었다. 2012년부터는 한국공정무역협의회가 주최하고 서울시가 공식 후원을 시작하면서 한국도 세계적인 공정무역 운동 움직임에 발을 맞추는 모습을 보였다.

한편 인천시, 부천시, 서울시, 화성시, 시흥시, 성북구, 금천구에 이어 최근 경기도도 공정무역 도시를 만들기 위한 사업을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지역 이기주의를 뜻하는 님비(NIMBY)와 핌피(PIMFY) 현상과는 반대로 국가를 넘어선, 지역 단위에서부터 지구촌의 이웃을 생각하는 모습을 띠는 것이다. 지리적으로 멀리 있을 수 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상품의 노동자·생산자에게 정당한 대가를 주자는 윤리적 소비의식이 확대된 결과다.

한국프랜차이즈산업협회는 국제공정무역기구 한국사무소와 공정무역 관련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는 등 국내 산업계도 변화를 보이고 있다. 사회에 동반성장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공정무역 또한 산업계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른 것이다. 시작단계이지만, 공정한 거래를 만드는 것은 모든 경제 주체의 의무라는 사실이 확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공정무역 관련 단체들은 시장의 핵심 참여자들의 노력 없이는 ‘원조 아닌 무역’이 성사될 수 없다는 사실을 계속해서 강조해왔다.

 

연대 강조한 올해 ‘세계 공정무역의 날’

 

지난 12일은 ‘세계 공정무역의 날’이었다. 2001년 유럽ㆍ미국ㆍ일본의 공정무역 단체와 아시아ㆍ아프리카ㆍ남미의 생산자 조직이 함께하는 세계적 운동으로 발전시키기로 합의하면서 WFTO는 공정무역을 기념하는 날을 제정했다. 2002년을 시작으로 매해 5월 둘째 주 토요일을 WFTO를 비롯해 전 세계의 생산자와 소비자, 공정무역 상점, 환경단체, 비정부기구 등이 공정무역 박람회나 워크숍 등 각종 행사를 열어 공정무역 운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도 지난 주말 세계 80개국에서 공정무역을 널리 알리고 각 주체들의 참여를 촉구하기 위한 기념행사, 축하파티, 할인행사 토론회 등이 펼쳐졌다.

국내에서도 공정무역의 날을 ‘2018 한국 페스티벌’이 지난 12~13일 양일간 신촌 연세로와 혜화동 일대에서 열렸다. ‘국내의 농부들의 화합과 연대의 시장’을 주제로 진행된 이날 축제는 생산품의 핵심 당사자인 농부, 요리사, 수공예가 등이 참여하는 도시형 장터 ‘마르쉐@’과 손을 잡은 행사이다. 마르쉐@은 혜화동 마로니에 공원에서 매달 두 번째 일요일 정기 개최하는 행사로, 이번 페스티벌을 기념해 ‘공정무역 존’을 함께 운영했다. 블루파인, 라이브유빈, 노이즈보이즈 등의 문화 공연을 관람한 참여자들은 부스별로 마련된 공정무역 상품을 구경했다. 공정무역 관련 단체들은 판매뿐만 아니라 공정무역의 발전 과정과 작동 원리를 알려주는 교육과 체험 프로그램도 마련해 참여도를 높였다.

한국 최초로 공정무역 운동을 시작해 2008년부터 지난 10여 년간 한국 공정무역 단체와 함께 매해 페스티벌을 주도해온 ‘아름다운커피’는 연대에 초점을 둔 공정무역 행사를 기획했다. 기념일 당일 청소년 공정무역 캠페이너를 위한 <공정무역교실 성과보고회>를 진행했으며 그 전날인 11일에는 해외 파트너 구마모토 가쿠엔 대학이 기획한 <히말라야의 선물 다큐멘터리 상영회>를 마련했다. 5월 한 달간 서울, 포항, 전주 등 소규모 카페에서 공정무역 아메리카노를 1,000원에 만나볼 수 있는 이벤트도 진행한다.

아름다운커피 한수정 사무처장은 “공정무역의 가치를 널리 알리기 위한 대중 캠페인도 계속돼야 하지만 공정무역을 오랜 기간 지지해온 국내외 파트너와의 관계 및 연대강화를 위한 고민도 필요하다”며 공정무역을 지지해온 파트너들과의 협력 행사를 진행한 이유를 밝혔다.

 

 

 

 

서지윤 / KSRN 기자  sustainability@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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