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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향 이야기

 

오디세이는 고전 100선 하면 반드시 들어가고 그중에 10개를 골라도 포함될 확률이 높은 책입니다. 오디세이에서 핵심 키워드는 귀향입니다.

성경의 출애굽기는 반대상황입니다. 형식상 고향을 떠나지만 그 고향은 진짜 고향이 아닙니다. 유대 민족이 살던 이집트는 노예생활을 하던 수치스런 땅이었습니다. 출애굽한 유대인들은 지금의 팔레스타인 지역에 왕국을 세웁니다. 하지만 왕국이 망하죠. BC 597~BC 538년 바빌론유수(幽囚)로 지배계층에 속한 유대인들이 바빌로니아로 끌려갑니다. 적국에 포로로 끌려간 유대인들의 마음 속에는 늘 귀향이라 단어가 떠돌고 있었을 겁니다.

유대인들의 선조이자, 믿음의 조상 아브라함의 땅 가나안 복지입니다. 하지만 아브라함에게 가나안은 타지였습니다. 아브라함이 태어난 곳은 이라크 남부 유프라테스강 근처로, 수메르의 도시국가가 번성했던 ‘우르’였습니다. 이슬람교도로부터도 조상으로 추앙받는 아브라함은 비옥한 초승달 지대에서 살았습니다. 신의 말씀을 듣고 아브라함은 태어나고 자란 정든 땅을 떠납니다. 유대민족의 역사는 귀향의 역사입니다. 비단 출애굽에만 해당하지 않습니다. 지금 가난안 땅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의 분쟁 또한 길고 긴 오랜 타지생활 끝에 유대민족이 다시 귀향해 비롯된 일입니다. 유대민족의 고향에 대한 집착은 정말 대단합니다.

수구초심(首丘初心)도 이런 수구초심이 없습니다. 수구초심에다 민족이란 이념이 덧씌워지고 배타성이 가미돼 나온 게 시오니즘입니다.

여우에게나 인간에게나 고향은 낙원과 비슷한 의미일 수 있습니다. 고대인에게 고향을 잃어버린다는 사실은 모든 것을 잃어버림을 뜻합니다. 귀향은 인간이 직면해야 했던 문제들의 보편적 해결책이었습니다. 인류역사는 끊임없는 전쟁과 약탈, 탐욕의 연속이었습니다. 지금도 국지적인 전쟁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지만 전반적으로 인류문명은 적어도 전화(戰禍)와 관련해서는 평화로운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며 이처럼 안정적인 상태가 된 건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반복된 전쟁 속에서 정복하거나 도망 다니는 게 일상이었고, 태어난 곳에서 성장해서 가정을 이루고 거기서 죽는다는 것은 상당히 축복받은 일이었죠.

귀향은 인류의 영원한 주제였고, 그러다 보니 귀향은 문학의 훌륭한 소재였습니다. 영화 <마틴 기어의 귀향>도 제목에서 드러나듯 귀향에 관한 작품입니다. 16세기 중반 프랑스 툴루즈 지방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영화로 만들었습니다.

아내가 있습니다. 어느 날 남편(마틴 기어)이 집을 떠납니다. 아내는 홀로 외롭게 고향 집을 지키면서 자식을 키우고 남편을 기다리면서 살아갑니다. 8년이 지난 어느 날 남편이 돌아옵니다. 돌아온 남편은 떠나기 전과 달리 자상하고 다정다감했으며 책임감 강한 남편이자 좋은 아빠가 되어 주었습니다. 오랜 기다림의 보상으로 아내는 행복한 나날을 보냅니다.

극적인 반전은 진짜 남편이 돌아오면서 일어납니다. 남들의 의심에도 아내는 가짜 남편을 진짜남편이라고 방어합니다. 아내만큼 남편을 잘 알 수는 없었기에 사람들은 가짜 남편을 진짜로 인정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진짜 남편이 오면서 모든 거짓말은 들통이 나고 가짜 남편은 사형을 당하게 됩니다.

가짜 마틴 기어가 귀향했을 때 아내가 가짜임을 몰랐을까요. 처음에는 몰랐다 치더라도 끝까지 몰랐을까요. 기다림에 지친 아내가 낯선 이를 남편으로 인정하고 말았을 겁니다. 더구나 가짜 남편은 가짜라는 것만 빼면 나무랄 데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외로우니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고향에 남겨진 아내나 고향을 떠나는, 즉 이향(離鄕)하는 남편이나 둘 다 고통을 겪었습니다. 아내에게는 남겨진 자의 고통이 있습니다. 버려졌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남편에게서) 버려졌지만 (고향을) 지켜야 했습니다. 남편에게도 고통이 없을 리 없습니다. 가장 큰 고통은 고향에서 떠나야 했다는 사실입니다.

아내는 재회를 목적으로 살아갑니다. 회자정리(會者定離)는 슬프지만 거자필반(去者必返)을 믿으며 말입니다. 남편은 이향을 귀향으로 바꾸기 위해 모진 세월을 견뎌나갈 것입니다.

아내가 기다린 건 무엇이었을까요. 아내는 왜 기다렸을까. 이런 질문에 답을 찾는 일이 재미는 있겠지만 이 자리에서는 단지 고향에만 집중하기로 합니다. 최소한 아내와 가짜남편의 비극적인 결말이 불륜 때문이었다고 대답할 사람은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환원하면 이 모든 문제는 고향을 떠났기 때문에 생겨났습니다. 이향이 원인인 것입니다. 고향에서 벗어나지 않았더라면 기다리는 일이 없었을 것이고, 그럼 자기 기다림에 대한 보상으로 가짜남편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고, 그래서 고향을 떠나지 않았더라면 진짜남편이 기를 쓰고 고향으로 돌아가려고 하지 않았을 것이고. 그러면 진짜와 가짜 남편이 서로 대립하고 결국 진짜남편이 자기아내를 범죄자로 만드는 이런 일이 벌어지지 않았겠죠.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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