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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 사회적 ROI

 

사회적기업을 두고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돈도 벌고 세상을 구하는 비즈니스”입니다. 미국 아쇼카재단 대표이자 사회적기업계에서 구루로 통하는 빌 드레이튼은 그런 일을 하는 사람으로 사회적기업가란 용어를 처음으로 만들어 유통시켰습니다. 사회적기업가는 동시에 사회 혁신가로서 사회적기업을 운영하는 과정 그 자체에서는 물론 사회적기업의 특정한 산출물로 세상을 구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장애인을 고용해 사회적으로 가치 있는 상품을 산출하고, 또 거기서 생긴 이윤의 일부를 사회적 가치를 높이는 데 쓰는 방식을 떠올릴 수 있겠지요.

이때 만들어낸 사회적 가치를 측정할 때 ‘사회적 ROI’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경력 단절 여성을 고용해 어린이 교육사업을 펼치는 사회적기업 ‘우리미래’를 통해 사회적 ROI를 구체적으로 살펴볼까요. 우선 경제활동에서 배재되어 있는 경력 단절 여성들을 고용하는 까닭에 운영 과정 자체에 사회적인 목적이 배어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산출물 측면에서는, 어린이 역사교육만으로는 사회적인 가치가 구현됐다고 볼 수 없지만 저소득층 어린이를 대상으로 역사교육을 시행하는 부분은 사회적 형평성을 높이는 ‘사회적 성과’로 간주됩니다. 취약 계층 청소년층을 대상으로 한 공부방 운영 또한 일종의 사회적 서비스라고 할 수 있죠. 운영(고용)과 산출물(교육서비스) 양쪽 측면에서 모두 사회적 성과를 거두고 있는 셈입니다. 사회적 ROI 관점에서는 취업으로 인해 경력단절 여성들이 내는 세금(소득세), 또 만일 그들 중 일부에게 정부의 복지지출이 있었는데 이 지출이 더 이상 나가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사회적 ROI에 포함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우리미래’의 경제적 가치창출을 포함시켜야 하겠지요.

대체로 장애인ㆍ고령자ㆍ경력단절여성 등 세금 낼 형편이 안 되면서 복지수요를 초래한 취약계층을 취업시키면 사회적 ROI가 더 커지게 됩니다.

자원의 유통 및 배분 방식과 관련해서는 앞서 언급한 대로 신뢰의 플랫폼에서 각섹터의 방법들을 효율적으로 결합해 사회적 ROI를 극대화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도 시장의 방식인 거래에 익숙해져야 합니다. 하긴, 지금 한국에서 육성하는 사회적기업은 주로 ‘거래’의 사회적기업이니 이 문제를 걱정할 필요는 없을지 모르겠습니다. 오히려 호혜나 재분배에 눈을 돌릴 수 있어야 하겠네요.

국내에서 가장 성공(성공이란 말에는 여러 가지 단서가 따라붙을 수 있지만, 여기선 ‘그냥 성공’의 의미입니다.)한 사회적기업으로 통하는 ‘아름다운 가게’는 거래ㆍ재분배ㆍ호혜를 모두 사용합니다. ‘아름다운 가게’에서 최종적인 산출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원료에 해당하는 헌옷을 모아야 합니다. 헌옷은 거래가 아닌 기부를 통해 수집됩니다. 수선된 헌옷은 매장에서 상품으로 판매됩니다. 거래가 되는 것이지요.

일하는 직원은 다소 이중적인 존재입니다. 노동을 제공하고 노동력 값을 받는다는 측면에서는 ‘아름다운 가게’와 직원들 간에는 거래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그들이 받는 임금이 전부원가가격책정(Full Cost Pricing) 방식으로 결정되지는 않습니다. 여기에 약간 토론거리가 있을 수 있겠네요. 임금이 전부원가를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에 노동착취냐, 아니면 비정부기구(NGO) 전통에 따른 보수보다는 봉사를 우선시하는 관행이냐에 관한 토론입니다. (전부원가가격책정 방식에 근거하지는 않았지만) 임금을 받고 종업원에게 주어지는 보험혜택을 누리는 직원들 외에 이런 것 없이 전적인 봉사를 목적으로 한 자원봉사자들이 존재하기에 토론이 복잡해집니다. 토론을 상세하게 따라갈 필요는 없을 듯 하고, ‘아름다운 가게’의 인적자원 관리에 거래와 호례가 동시에 동원되고 있다는 점만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비록 ‘헌옷’이라고는 하지만 수선과정을 거친 품질 좋은 중고의류를 저가에 공급한다거나, 이익의 일부를 다른 사회적 기업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재분배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설정한 사회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신뢰인프라를 기반으로 해서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합니다. 그렇다고 마약조직을 운영하면서 고아들을 돌보는 방식이 사회적기업이 아니라는 사실은 너무나 명백합니다. 응당 시장을 전략적으로 공략할 줄 알아야겠지만 시장논리에 매몰되어서는 안 됩니다. 신뢰를 저버리지 않는 한 사회 도처에서 자원을 공급받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자선사업과 사회적기업은 어떻게 다를까요. 불쌍한 사람들에게 자기가 가진 돈을 그냥 퍼주기만 한다면 단순한 자선이겠지요. 자선을 사업화하는 데 효율적인 방식을 동원해 체계적으로 진행한다면, 사회적 ROI를 의식하며 사회적 효용을 극대화한다면 그 자선단체는 사회적기업입니다. 존 우드의 ‘룸투리드’가 그렇습니다. ‘룸투리드’는 기부의 기업화란 전략 하에 사회적 목적을 추진한 사회적기업입니다. 반면 거대자본을 보유한 빌 게이츠의 ‘빌 & 멜린다 게이츠 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은 창설자들의 ‘고귀한’ 이념이 핵심 운영원리로 보입니다. 따라서 이 재단을 사회적기업으로 부르기엔 다소 유보적입니다. 사회적기업이든 아니든 게이츠재단은 이미 사회적 목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인간사에서 자선은 오랜 역사를 자랑합니다. 따라서 자선은 전통의 관행으로, 사회적기업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새로운 가치를 고양하는 새로운 유형의 실험으로 이해하면 되겠습니다.

최고경영자(CEO)의 결단이나 종업원 등 관련자들의 도덕적 각성이 중요한 윤리경영과 달리 지속가능경영, 또는 사회책임경영은 자체적으로 생명력을 갖고 작동하는 특정한 시스템으로 제안됩니다. 자선단체와 사회적기업 간에도 이런 비교법을 쓸 수 있겠습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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