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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기업 - 배분의 문제

 

사회적기업은 각섹터의 고유한 자원유통 및 배분 방식을 창의적 결합합니다.

섹터별로 자원을 배분하는 고유한 방법은 어떤 것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통용되는 자원배분 방법은 거래입니다. ‘거래’가 지배적인 교환방식이 됐다면 그만큼 사회가 시장사회로 바뀌어가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리오넬 조스팽 전 프랑스 총리가 “시장경제는 받아들이지만 시장사회는 거부한다.”고 말한 데는 그만큼 시장사회화의 위협이 강력했기 때문입니다.

거래는 등가라는 가정 아래 시장에서 가격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교환입니다. 등가는 교리처럼 준수되지만 대부분 거래를 통해 강자가 약자에게서 차익을 취하는 합법적 눈속임입니다. 이때의 강자와 약자는 시장의 강자와 약자입니다. 정치적 강자와 약자는 시장에서 그 위상이 역전될 수도 있습니다. 눈속임만으로는 가치가 증식되지 않고 ‘거래 이후’ 또 다른 거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치를 덧붙이게 됩니다. 가치증식이란 ‘블랙박스’ 기능이 많은 폐해에도 불구하고 자본주의를 발전시킨 원동력이었습니다. 하지만 ‘블랙박스’ 없이 거래의 연쇄로 가치를 증식시킬 수 있다고 사회를 현혹시키고, 또 실제로 그런 거래를 성사시키고 합법화하고 보급하는 ‘물신(物神)세력’이 꽤 번성하고 있는 게 현대 자본주의 특징입니다. 1831년 괴테가 <파우스트>를 완성한 이후 거래대상이 영혼까지 포괄하게 됨으로써 거래는 자본주의라는 신의 가장 촉망받는 사도가 됩니다.

제2섹터, 즉 정부나 공공부문에서 자원을 유통시키는 방식은 재분배입니다. 받아서 다시 나누는 게 재분배입니다. 여기에는 굳이 등가라는 눈속임이 필요없습니다. 공정이란 가치를 폭력적인 집행체계를 통해 강제적으로 확산시킵니다. 때로 공정을 표방한 공정이란 가치가 공정하지 않을 때가 있고, 더러 전달과정에 비효율이 발생한다는 문제를 노정합니다.

제3섹터, 즉 시민사회에서는 호혜(互惠)를 통해 자원을 유통시키고 배분합니다. 지역화폐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누군가는 청소하고, 또 누군가는 피아노 레슨을 해주는 식으로 서로 주고받지만 시장에서 쓰는 화폐나 가격이 그 교환을 매개하지 않습니다. 호혜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거래’를 통하지 않는 교환방식입니다. 등가라는 눈속임이 없는 교환입니다. 자본주의에서 호혜가 상대적으로 덜 주목받는 이유는, 주고받는 호혜의 상생메커니즘을 통해 삶이 아무리 윤택해지더라도 호혜의 과정과 결과물은 국내총생산(GDP)에 잡히지 않기 때문입니다. 호혜가 아무리 많이 일어나도 거래를 발생시키지 않기 때문에 GDP는 늘어나지 않습니다. 한 사회의 삶의 질을 측정하는 수단으로서 어쩔 수 없이 GDP가 널리 활용되고 있지만 GDP무용론을 펴는 이들이 점점 늘어가고 있습니다. GDP지표를 아예 폐기할 수는 없겠지만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데는 공감대가 세계적으로 마련되고 있는 듯 합니다. 기업성과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새로운 수단으로 3BL이 제시된 것처럼 GDP와 호혜의 총량을 함께 잴 수 있는 혁신적인 사회지표가 실제로 서서히 모색되고 있습니다.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의 의뢰로 조셉 스티글리츠ㆍ아마르티아 센ㆍ장 폴 피투시 등이 “GDP는 틀렸다.”며 국민총행복을 높이는 새로운 지수를 찾기 시작한 게 대표적인 예이겠습니다.

호혜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사회가 아름다운 사회이고, 더 살만한 사회입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점점 고립되어가는 인간들이 계산을 중심으로 움직이고, 등가라고 착각하는 거래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들기 때문에 호혜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습니다.

거래의 플랫폼은 시장입니다. 지구온난화란 개념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닌 것처럼(인간에 의한 과도적인, 또 인위적인 지구온난화가 나쁜 것입니다.) 비록 등가라는 본질적인 눈속임이 있긴 하지만 시장 자체 나쁜 것은 아닙니다. 나쁜 시장이 나쁜 겁니다. 제대로 작동하는 건전한 시장을 만들려면 시장정보가 정확하게 수집돼 투명하게 전달되어야 하며 거래의 어떤 특정 당사자가 정보에서 소외되지 않아야 합니다. 본질적으로는 다중의 이익에 복무하는 시장규칙이 수립돼 지켜져야 합니다.

호혜가 잘 작동하려면 ‘좋은 시민’이 많이 있어야 합니다. ‘좋은 시민’들이 있어야 공동체를 복원할 수 있겠죠. 지역과 동네를 살리고 공동체를 복원하면서 익명성을 탈출해 자신의 신분이 드러나는 가운데 상호 ‘몸의 유대’를 확장시켜야 한다는 이야기입니다. 호혜의 기반은 사회적기업과 마찬가지로 신뢰입니다.

시장에서 자본의 축적이 필요한 것처럼 시민사회에서는 사회적 자본을 축적해야 합니다. 사회적 자본의 핵심자산은 두 말할 필요 없이 신뢰입니다. ‘호혜의 인프라=신뢰’인 것이지요.

소멸된 공동체를 되살려내 확산하고 사회 저변에 공동체의 영감을 불어넣어 구체화하는 데 사회적 기업이 직간접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사회적기업은 공공영역이나 시장에서도 할 일이 많이 있지만 특별히 시민사회 영역에서 많은 일을 해야 합니다.

사회적기업의 성과측정방법이 투자수익률(ROI)가 아니라 사회적 ROI이어야 한다는 지적은 사회적기업의 특질을 적확하게 드러냅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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