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연재 호모 코오퍼러티쿠스
사회적 기업 - 국가의 역할

 

이쯤에서 잠깐 국가의 역할에 대해 살펴볼까요. 사회적기업을 이야기하면서 왜 국가를 거론하느냐고요. 사회적기업이 여러 섹터에 걸쳐있고 사회적기업 선진국들에서는 부분적으로 국가의 기능을 보완하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국가는 대외적으로 외적의 침입을 막고 내부적으로는 국민을 잘살게 하는 역할을 수행합니다. ‘국민을 잘살게 한다’에는 국민들 중에 약하고 힘없는 사람들도 보듬고 가는 한다는 의미가 포함돼 있습니다. 국가가 제공하는 공공재에서는 배제가 일어나지 않습니다. 배제하지 않다보니 공공재에서는 무임승차자(프리라이더)의 문제가 생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정 공공재가 상대적으로 더 필수불가결한 것이라면 계속 공급되어야겠지요. 왜냐면 공급자가 국가밖에 없으니까요.

국가가 직접 나서지 않고 공기업을 통하거나 공기업의 소유권을 민간에 팔아 민간이 하게 할 수도 있습니다. 공기업이나, 특히 민간기업은 프라라이더 때문에 화를 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어떻게든 배제시킬 수 있는 묘안을 찾아내든지, 아니면 정부한테 지원을 요청하겠지요.

엄밀한 의미의 공공재는 아니지만 뭉뚱그려 공공재 성격의 사회서비스가 제공될 때도 이런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국민생활과 관련해서는 사회서비스 가운데 ‘사회적 돌봄(Social Care)’ 영역이 중요합니다. 통상 국가가 담당하지만 종교단체 등 시민사회에서 역할을 분담하기도 합니다.

정부가 이 일을 할 때 재원은 당연히 세금입니다. 사회적 돌봄 기능이 발달한 유럽의 여러 복지국가들에서는 그 반대급부로 세금이 과도해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떨어뜨리고 사회 전체의 효율을 저하시킨다는 논리를 펴는 이들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수준의 복지가 적정하냐를 두고 오랫동안 논쟁이 있었고, 아직도 진행중입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민을 책임지는 ‘내니 스테이트(Nanny State)에 대한 논쟁입니다. ’내니‘는 보모 같은, 돌봐주는 아줌마입니다. ’내니 스테이트‘의 비효율성은 첫째 앞서 얘기했듯 세금증가로 근로의욕을 떨어뜨린다는 것입니다. 둘째로 무임승차자를 지속적으로 만들어낸다는 문제가 제기되겠지요. 전달체계의 문제점도 늘상 거론됩니다.

첫째ㆍ둘째 논의에 비해 전달체계의 비효율성에 대해서는 비록 해법을 두곤 의견이 엇갈리지만 대체로 문제의식은 공유하는 듯합니다. 수돗물 공급체계나 마찬가지이지요. 정수장에서 일반 가정으로 물을 보내면 중간에 예상보다 훨씬 많이 양이 사라집니다. 수도관의 노후로 새기도 하고, 또 일부 돈 안내고 수돗물을 몰래 가져다 쓰기도 합니다.

전달체계의 비효율을 줄이기 위해 집요하게 거론되는 게 민영화입니다. 대처리즘의 몰락과 신자유주의 좌초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비록 목소리가 낮아지긴 했지만 여전히 철도ㆍ통신ㆍ수도 등 전통적 공기업 영역뿐만 아니라 사회적 돌봄 영역에 대해서까지 민영화를 주장합니다. 극단적인 예로 미국에서는 민간이 교도소까지 운영합니다. 시장요소를 도입하고 경쟁을 촉진한다는 게 대원칙입니다. 효율을 중시하다보면 불가피하게 ‘배제’를 일으키게 되고, 그러면 공공재의 본성과 충돌하게 됩니다. 배제되는 대상은 취약계층이나 약자이기 마련이죠.

정부가 개입하지 않지만 민영화와는 다른 방식의 사회서비스 전달체계가 존재합니다. 영ㆍ미 쪽에서 오랜 전통을 갖고 있는 비영리 시민단체는 이심전심으로 정부와 역할을 분담합니다.

전통적으로 복지가 강한 유럽 국가들에선 말하자면 보완적 민영화를 추진했습니다. 특정한 사회서비스를 민간에 개방해 시장을 만들어 경쟁시키는 대신 참가자격을 제한하는 방법입니다. 국가에서 직접 사회서비스를 책임지지 않고 대신 제한된 경쟁시장에서 특정한 참가자들을 통해 공급하도록 한 것입니다. 재정이 여전히 투입되지만 효율화를 꾀하겠다는 발상입니다.

이러한 구도가 단지 효율화만을 꾀한다고 생각하면 일면적 이해입니다. 특정한 참가자의 육성 자체가 공공적인 가치를 구현하기 때문입니다. 짐작하셨겠지만 이 특정한 참가자를 사회적기업이라고 합니다.

전통적으로 정부 또는 ‘내니 스테이트’의 영역으로 간주된 곳에서 비효율을 줄이면서 정부 대신 공공서비스를 제공하는 조직이 사회적기업입니다. 전제는 정부가 이 영역을 완전히 민간에 넘기지 않고 사회적 경제 영역으로 설정했을 때입니다. 세계적으로는 룸투리드나 그라민은행이 유명하지만, 적잖은 사회적기업이 기존 관념으론 (큰) 정부가 수행해야 할 역할이라고 받아들일 만한 일을 하고 있습니다. 독거노인 돌보기, 취약계층 지원 등 사회적 약자들을 보듬는 사업에 사회적기업들이 역량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사회적기업의 가장 전형적인 형태라고 볼 수도 있겠습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안치용 / 발행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