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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하고 공정한 시스템, 거버넌스

거버넌스는 통상 지배구조라는 말로 많이 번역됩니다. 협치 공치 등 다른 시도가 없지는 않았으나 번역어로는 지배구조가 다수의 지지를 받는 듯 합니다. 하지만 지배구조란 번역어마저도 의미가 협소해진다는 지적에 따라 거버넌스란 말을 그대로 쓰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습니다.

 

거버넌스는 기업이 전반적으로 운영되는 총체적인 시스템 같은 것인데, 자주 투명성이나 공정성과 연관지어 설명됩니다. 자본시장에 공시를 잘하고 있는지, 회사 조직 및 직무와 관련된 내부 통제, 상호견제와 감시 같은 게 적정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지를 따져보자는 게 거버넌스 이슈입니다. 거버넌스는 논란이 많은 개념이어서 시스템의 일종으로 받아들여도 괜찮겠습니다.

기업이 굴러가는 총체적 시스템인 거버넌스가 좋은 기업은, 사람으로 치면 일단 믿음직하다는 인상을 주는 그런 기업입니다. 그렇다면 ‘좋다’는 판단은 어떻게 내릴 수 있을까요. 의사결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이뤄지고, 소통의 총량이 많을수록 거버넌스가 좋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하지만 이런 잣대를 기계적으로 적용하는 건 곤란합니다. 자본시장에 기업을 공개하고 상장하는 행위는 대체로 거버넌스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아닐 수도 있습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다국적 네트워크마케팅 기업 암웨이는 비상장사입니다. 거의 가족기업이나 다름없습니다. 그렇다면 암웨이의 거버넌스에는 문제가 있을까요.

일단 비상장사보다는 상장사가 유리할 확률이 높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닙니다. 암웨이 같은 기업에는 무수히 많은 사업자들이 존재합니다. 전통적인 기준인 영업사원이 소비자와 결합된 특이한 형태가 사업자입니다. 사업자들은 피고용인 신분에 머물지 않고(고용되지 않았기에 현실적으로 그럴 수도 없겠지만) 기업경영에도 적극적으로 영향을 미칩니다. 사업자들은 사실상 주주와 비슷한 역할을 합니다. 기업공개를 하지 않아도 내부의 감시 및 감독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고 봐야 합니다.

따라서 암웨이 같은 회사에 대해서는 고용 및 영업조직의 특성상 꼭 상장이 비상장에 비해 우월하다고 판단할 수 없습니다. 일반적으로 공정성ㆍ투명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간주되는 경영제도ㆍ시스템이 존재하긴 하지만 회사특성에 따라 좋은 거버넌스는 다른 모양을 취할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삼성의 거버넌스에 관해서 논란이 많습니다. 아직까지는 비판적인 의견이 우세한 편입니다. 하지만 워낙 거대기업이고 경영성과가 좋기 때문에 비판의 예봉을 피할 수 있었습니다.

재벌의 소유구조와 거버넌스는 어느 정도 연관이 없을 수 없습니다. 한때 논란이 된 게 순환출자를 지주회사제로 바꿔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것이었습니다. 삼성처럼 순환출자한 재벌의 문제점은 한 기업의 부실이 전체의 부실로 연결될 우려가 크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순환출자를 해소하고 지주회사로 바꾸라는 압력이 가해지기도 했습니다. 지주회사제에서는 자회사의 부실이 모회사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겠지만 자회사끼리는 상호 영향이 덜하고 또 다른 자회사를 통해 모기업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상쇄할 수 있습니다. 피해 확산 정도가 적다는 논리입니다.

하지만 어느 한 쪽 모델이 다른 쪽보다 더 우월하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지주회사제가 절대선은 아니며, 순환출자제 또한 절대 악이 아닙니다. 순환출자를 해소할 때 전환비용 등 현실적인 여건도 감안해야 합니다. 지주회사 형태를 취할지 순환출자 구조를 유지할지는 기업들이 스스로 알아서 선택할 문제라고 봅니다. 물론 전제조건이 있어야 하겠지요. 소유구조 논란에서 해방시켜 주는 대신 거버넌스 및 운영관행에서 과감하고 혁신적인 개선이 이뤄져야 합니다. 정경유착 등 전비(前非)에 대해서는 사실상 추궁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좋은 거버넌스를 구축해 공정하고 투명하게 경영하는 것을 전제로 과거는 면책하는 게 적정하지 않을까요.

기업경영 뿐 아니라 SRI에서 거버넌스는 앞서 살펴보았듯 핵심지표입니다. SEE에서 ESG로 바뀐 데는 다 이유가 있습니다. 국내의 대표적인 지속가능성 측정지표로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경제연구소(ERISS)가 매년 분야별로 발표하는 지속가능지수는 당연히 거버넌스 부문 평가를 포함합니다. 공시, 이사회, 사외이사 추천과정, 최고경영자(CEO) 선임과정 등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측정해 점수로 반영하고 있습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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