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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대서양 심층수가 말하지 않는 것

 

적도 부근에는 동쪽에서 서쪽으로 흐르는 해류가 있습니다. 적도해류라는 것인데 무역풍이 만들어낸 해류입니다. 적도 남쪽과 북쪽에 따로 형성돼 방향이 같지만 별개인 두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무역풍은 무역할 때 이용하는 바람이라서 생긴 이름입니다. 동에서 서쪽으로 흐른 바닷물은 육지에 부딪혀 남하 혹은 북상했다가 반대방향, 즉 서쪽에서 동쪽으로 흐릅니다. 서쪽에서 동쪽으로의 흐름을 만들어내는 힘은 편서풍입니다. 동쪽 땅에 도달한 해류가 다시 북상 또는 남하해서 적도해류와 만나게 됨으로써 해류의 순환이 완성됩니다. (북대서양에서는 북쪽으로 바다가 열려있어 해류의 전체가 남하하지 않고 일부는 북극 쪽으로 더 치고 올라갑니다.)

과거 인류가 배를 타고 이동할 때 이 바람을 이용했습니다. 크리스토퍼 콜럼버스 등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대륙을 탐사할 때 무역풍과 편서풍을 이용했습니다. 아메리카대륙으로 갈 때는 적도 부근의 아프리카까지 육지를 타고 남하해서 서진하는 해류를 탔고, 돌아올 때는 카리브해에서 북상해 편서풍에 돛을 맡긴 것이지요. 남반구에서 일어나는 엘니뇨ㆍ라니냐는 바람과 해류의 역학관계 때문에 생긴 기후현상입니다. 인류는 아직도 이로 인한 이상기후로 곤경에 처하곤 합니다.

유럽인들이 아메리카대륙을 방문하고 귀향할 때 멕시코만류(난류)가 친구가 되어주었겠지요. 멕시코만류는 북아메리카의 끝자락에서 래브라도해류(한류)와 조우한 뒤 영국 쪽으로 북상합니다. 위도에 비해 영국의 기온이 높은 이유입니다. 인간이 결코 상상할 수조차 없는 엄청난 규모의 에너지를 나눠주는 멕시코만류는 영국에겐 천혜(天惠)의 보일러인 셈입니다. 보일러를 저온으로 틀면 방이 추워지듯 멕시코만류가 일시적으로 약해지면 영국의 기온이 내려갑니다.

언젠가 국내 어느 일간지에 소빙하기에 관한 기사가 실린 적이 있습니다. 기사의 끄트머리에다가는 ‘소빙하기를 걱정한다는 건 지구온난화 우려가 크게 과장돼 있다는 이야기가 아닌가’ 하는 류의 분석을 붙여놓았습니다.

더운 것과 차가운 것은 반대개념이긴 하지만 떨어져 있는 개념은 아닙니다. 지구온난화와 소빙하기는 서로 반대진영에 속해 있지만 때로 원인과 결과로 묶일 수 있습니다. 일반의 논리와 달리 지구온난화가 소빙하기를 불러올 수도 있습니다. 영화 <투모로우>는 이런 생각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현실에서 구현될 수 있는지를 영화화했습니다.

간단하게 구조를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멕시코만류가 영국을 지나 북대서양 깊숙이 올라갈 수 있는 이유는 차가운 래브라도 해류가 바다 밑으로 가라앉아 멕시코만류에게 길을 터주기 때문입니다. 래브라도 한류가 밑으로 내려가는 이유는 결빙 등의 이유로 바닷물의 비중(또는 염도)이 멕시코만류보다 더 크기 때문입니다. 지구온난화로 빙하가 녹아 그 물이 래브라도 해류에 유입되면서 래브라도 해류의 비중이 낮아집니다. 바닷물의 무게가 덜 나가니 덜 가라앉고, 그렇게 가라앉지 않게 되면 래브라도 해류가 멕시코만류와 충돌하게 됩니다. 충돌로 인해 생긴 벽 때문에 멕시코 만류가 영국 쪽으로 올라가지 못 합니다.

보일러가 꺼진 겁니다. 이후 지구차원의 정상적인 순환이 점점 나빠지는 악순환 궤도에 접어들면 소빙하기가 도래하게 되는 것이지요.

실제로 1만3000년 전에 지금 설명한 경로로 소빙하기가 생긴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 북미 지역 북동쪽에 커다란 담수호가 있었습니다. 담수호수는 실제 담수호수가 아니라 해빙이 댐 구실을 해 바다와 차단시켜 생긴 것이었습니다. 당시 기온이 올라가면서 빙하가 녹았고 저장돼 있던 막대한 민물이 북대서양으로 한꺼번에 쏟아져 들어갔습니다. 바닷물의 밀도가 갑자기 낮아지면서 해수흐름이 막히고 빙하기가 왔습니다. 이 소빙하기로 지구는 1000년 동안 얼어있었습니다.

 

돈의 흐름도 비슷합니다. 바닷물이 주로 바람과 염도에 움직이듯이 돈은 수익률을 따라 흘러갑니다. 세계화의 진전에 따라 해류처럼 세계적인 돈의 흐름이 생겼습니다. 자본과 노동이 국경을 넘어서 자유롭게 이동하는 세계화 시대에는 국경이 없어진 덕에 돈이 참치처럼, 돌고래처럼, 또 해류처럼 돌고 돕니다.

이 때문에 사회책임투자(SRI)라는 주제는 크게 두 지평에서 바라봐야 합니다. 우선 하나의 경제권 내에서 돈이 흘러가는 방식과 관련해 봐야 하고, 또 하나는 세계화로 인해서 돈 자체가 세계적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세계적인 흐름을 같이 파악해야 합니다.

사회책임투자도 투자인 만큼 우선 투자에 대해 이야기해 봅시다. 투자란 무엇일까요. 창을 던지면 투창(投槍)이고, 돈을 던져 넣으면 투자(投資)입니다. 영어 표현에서도 투자(Investment)에 ‘투(投)’에 해당하는 ‘In’이 있습니다.

다양한 투자가 있습니다. 흔히 투자수익률을 의식한 투자만 투자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정부가 공공 목적으로 시행한 투자도 투자입니다. 이때의 투자수익률, 즉 ROI(Return On Investment)는 ‘사회적(social) ROI’라 할 수 있습니다. 정부의 복지지출 같은 게 대표적입니다. ‘사회적(social) ROI’는 사회적 회계 또는 공공회계라는 영리회계와는 다른 철학에 입각해 측정되지만 기본적으로 수익률의 하나이며 공공투자 또한 투자수익률을 의식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의식하는 투자수익률은 ‘사회적(social) ROI’보다는 ‘정치적(political) ROI’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S-ROI’와 ‘P-ROI’의 간극을 줄이는 게 역설적으로 ‘P-ROI’를 높이는 첩경일 것입니다.

실생활에서 접하는 투자는 기업의 설비투자가 아니라면 예금ㆍ적금ㆍ주식ㆍ채권ㆍ펀드 등등의 개념을 떠올리게 합니다. 교과서에는 이런 개념을 통해 모인 돈이 기업에 들어가 경제를 돌리고 여기서 세금을 내서 정부를 움직일 수 있게 하고 임금을 줘서 가계를 먹여 살린다고 나옵니다. 기업의 전방ㆍ후방 공급체인에 위치한 다른 기업들도 먹여 살립니다. 자금ㆍ자본의 순환입니다. 요즘 대기업이야 자기들이 번 돈을 쌓아 놓고 있다가 필요할 때 남의 도움 없이 투자하기에 순환구조에 끼어들 필요를 못 느낍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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