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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에는 애국심이 없다 (1)

 

다시 피혁공장으로 돌아갑시다. 박윤리씨라는 분이 새로 최고경영자(CEO)로 취임했습니다. 박 사장님은 주주들에게 “우리는 착한기업 할 랍니다. 친환경공법을 도입해 화학약품 사용량을 줄이겠습니다. 사용한 화학약품은 반드시 적법한 방식으로 수거해 제대로 처리하겠습니다. 장마철에 몰래 강물에 흘려보내지 않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착한 기업’이 된 것입니다.

주주들이 열렬히 박수치며 박 사장을 격려했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이 피역공장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까요? 아마 회사가 망하고 말 겁니다. 회사가 망하기 전에 주주들은 신임 박 대표이사의 취임사를 듣자마자 박 대표를 자리에서 끌어내리려 할 것입니다. 주주들이 ‘착한 기업’을 싫어해서 일까요. 아닙니다. 경제학의 보편적 가정과 달리 경제주체는 적잖게 ‘착한’ 성향을 드러냅니다. 여기서 문제는 ‘착한 것’이 아니라, ‘혼자 착한 것’입니다.

그럼 ‘같이 착해지는 것’이 대안이겠죠. 하지만 현실의 모습은 그렇지 않습니다. “같인 착해 집시다. 나 말고 당신부터.”가 현실의 논리입니다. 딜레마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고, 치킨게임이라고 할 수도 있습니다. 치킨게임에서처럼 먼저 뛰어내리면, 즉 혼자만 착해지면 망하게 됩니다. 금강변의 박윤리 사장의 피혁공장이 착해진 사이, 낙동강변 김이윤 사장이 경영하는 피혁공장은 화학약품 펑펑 쓰고 비 오면 몰래 흘리는 등 옛날식으로 조업했습니다. 한 마디로 박 사장은 착한 CEO이고, 김 사장은 악한 CEO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소비자들은 모릅니다. 소비자들에게는 값이 싼 게 착한 것입니다. 낙동강변 김 사장의 피혁공장에서 나온 제품이 ‘착한 제품’입니다. ‘착한 제품’을 찾는 소비자들에 의해 ‘착한 CEO’ 박사장은 실업자가 되고 맙니다.

종종 강가의 피혁공장 사례를 통해 설명되는 ‘코즈의 정리’는 로날드 코즈라는 미국인 학자가 만든 것입니다. 수학자로서 코즈는 1991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했는데, 크게 보아 신자유주의의 옹호자 시카고학파로 분류된다는 점에서 대체적인 학문성향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코즈가 경제학상을 수상할 무렵의 멕시코만으로 여행을 떠나봅시다.

그곳에는 석유가 있고, 허리케인이 지나가며, 6500만년전 지구를 가격한 운석이 만든 크레이터가 바다 속에 존재합니다. 바다 속을 헤엄치는 거대 물고기들 가운데 인간에게 가장 친밀한 게 참치일 것입니다. (물론 ‘친밀하다’는 인간 중심의 판단입니다.) 일본인들의 참치 사랑은 대단합니다.

참치는 일식집에서 횟감으로서 뿐 아니라 통조림의 내용물로도 많이 소비됩니다. 미국 참치잡이 어선들은 참치를 잡아 통조림을 만들거나 일본에 수출합니다. 남획으로 인해 잡히는 참치의 크기가 점점 작아지고, 어획량이 감소하고 있습니다. 일식의 보급 확대 등 여러 이유로 수요가 느는 반면 공급이 감소하면서 참치잡이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습니다.

참치잡이 경쟁이 격화할수록 참치의 삶은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참치는 곤경의 근본 원인을 파악할 능력이 없습니다. 물 속 존재인 참치에게 물 밖 존재인 인간의 위협은 그 위협이 아무리 심대해도 인지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다고 참치가 모든 위협에 무심하지는 않습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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