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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효과와 코즈의 정리 (2)

 

윤리적인 측면을 떠나서 먼저 법률적으로 소유권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고 두 번째로 소통비용이 낮다면 이해당사자들이 합의해서 외부효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게 ‘코즈의 정리’입니다. 그러나 제시된 사례에서 짐작할 수 있듯 ‘코즈의 정리’를 통해서는 외부효과를 완전히 해결할 수 없습니다. 문제 해결이 아닌 분쟁의 해결입니다.

‘코즈의 정리’는 개인이나 이해당사자들 간의 분쟁을 조정하고 외부효과 문제를 처리하는 하나의 모델이 될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외부비경제를 차단하지 못합니다. 외부효과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려면 더 이상 강에 화학약품이 유입돼서는 안 됩니다. 당사자들 사이에 맡겨 놓으면 화학물질이 강물에 들어가지 않을 가능성이 떨어집니다.

(사회에 의해) 어촌에 우월적 권리가 주어지고 어촌과 피혁공장이 협상해 강물에 화학약품 유입이 차단되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습니다. 피혁공장 입장에서 현재 시점으로 (미래)배상금액과 (예상)조업비용의 합계금액이 화학약품을 배제한(또는 화학약품의 강물 유입을 완전히 차단한) 친환경공법 도입 비용보다 더 크다면, (미래의) 강의 오염을 예방할 수 있겠지요. (핀토 사례에서는 포드 경영진이 정반대 판단에 도달했습니다.) 그러나 시장의 실패가 자정되는 해피 엔딩만 가능한 시나리오목록에 있는 게 아닙니다. 피혁공장이 돈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죠. 기존 조업방식을 유지하면서 어촌의 어로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어촌에 적정하게 배상한 다음 다른 피혁공장을 지어서 그곳 어민들을 직원으로 채용하면 두 이해당사자는 서로 만족할지 모릅니다. 이때 두 이해당사자 뿐 아니라 사회전체가 이용하는 강은 만신창이로 변하게 되겠지요. 당사자들에게만 맡겨 놓으면 외부효과를 근원적으로 차단할 수 없습니다.

더불어 사회가 복잡해지면서 소통비용이 생각만큼 낮지 않다는 점을 감안해야 합니다. 물론 인터넷을 비롯해 사회에 다양한 직접적인 소통수단이 생기면서 소통비용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에 ‘코즈의 정리’가 다시 각광받고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한 가지 문제가 1:1의 구조 속에서 결정되는 일은 거의 없습니다. 거의 대부분 하나의 사회현상에 복수의 이해관계자들이 존재하기 때문에 관련된 모든 이해관계자들의 이익을 최대한 보장하면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는 비용과 시간이 너무 많이 들어 자칫 실기하게 됩니다.

제기된 강 사례로 돌아가면 복수의 어촌과 복수의 피혁공장이 있다고 가정하면 협상이 금세 복잡해질 것 같습니다. 각각 대표자를 뽑아서 협상하면 되겠지만 강 주변에 어촌 말고 농촌이 있을 수 있고 피혁공장 말고 신발공장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지루한 협의를 반복하고 합의에 도달하기 위해 옥신각신하는 사이 강에는 더 많은 독극물이 유입돼 물고기 씨가 마르고 어촌은 황폐해집니다. 결국 특정 수위를 넘어서면서 강과 어촌은 죽음의 지역으로 변해버려 강 주변은 유해물질을 방류하는 공해유발 업체들로 가득차게 됩니다. 장기적으로는 나중에 강을 다시 살려야 하는데 ‘티핑 포인트’를 넘어서기 전에 시민사회와 공공부문이 개입해 사전에 조정한 것에 비해서 더 큰 비용을 들여야 할 것입니다.

보통은 정부가 많이 개입합니다. 흔히 보는 수단이 규제입니다. 분쟁을 유발한 쪽이 피혁공장인 만큼 공장에다 화학물질 방류와 관련해 제재를 가합니다. 그러나 경제성장기에는 규제가 잘 동원되지 않습니다. 산업화 초기에 정부는 산업자본이 비용을 사회화(또는 외부화)하고 이익을 사유화(또는 내부화)하도록 도움을 줍니다. 산업자본과 연대한 국가권력은 ‘비용의 사회화와 이익의 사유화’에 항의하는 민초들을 폭력적으로 진압합니다. 제시된 사례에서는 만일 어민들이 피혁공장 앞에 몰려가 데모라도 할라치면 경찰을 보내 강제 해산시키게 됩니다. 우리나라 산업화 과정에서 자주 목격한 모습입니다. 소위 선진국이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습니다.

정부는 일단 하나를 선택합니다. 성장입니다. 피혁공장이 지금 당장 여기서 고용을 창출하고 외국에 수출해서 달러를 벌어오는 것이 수질이나 어장 보호보다 더 중요합니다. 초창기 국가권력과 자본의 결탁은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느슨해집니다. 정부는 불모상태에서 산업화가 어느 정도 진행되자 이제 양쪽을 모두 보게 됩니다. 국가정책의 변화 때문일 수도 있지만 우리 수출품에 대한 외국의 환경기준이 높아졌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상품화 이전 단계에 대한 사회·환경기준 준수 여부의 검증 수준은 지속가능경영이란 개념이 도입되기 전부터 계속 높아졌습니다.

마침내 자유방임상태에서 규제가 가해집니다. 적정한 수준을 정해서 그 이상으로는 유해물질을 공장 밖으로 내보내지 못하게 법으로 금지하는 것이지요. 법을 지키는지 확인하기 위해 담당 공무원이 가끔씩 현장에 나옵니다. 단속에 걸리면 벌금을 물게 되고 심하면 공장 문을 닫는 일이 생깁니다. 이때 감독비용이 발생합니다. 단속공무원 조직을 유지하는 것과 개별 단속 공무원이 업자와 유착하는 못하도록 감시하는 데 드는 비용입니다.

이런저런 이유에서 규제보다는 장려금 또는 보조금을 주는 정책을 선택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유해물질을 처리하는 환경설비를 설치하는 기업에게 정책자금을 지원하거나 세금을 깎아주는 방법을 쓸 수 있습니다. ‘코즈의 정리’에서 제시한 해법과 비교해 일견 비효율적으로 비칠 수 있겠지만 정부의 외부효과 차단 의지가 분명하다는 점은 인정할 만합니다. 시장에 맡기지 않고 정부가 개입해서 매를 들거나 당근을 주는 방법입니다. 시장의 실패를 미연에 방지하자는 취지이지요.

반면 시장의 실패를 시장의 방식으로 극복하자는 시도도 있습니다. 제시된 사례에서 화학약품을 온실가스로 바꾸고 이해관계자를 더 확대하면 교토의정서 구상으로 이어집니다. 일단 규제는 존재합니다. 얼마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못하게 쿼터를 부여한 게 규제입니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면 탄소배출권을 인정해 줍니다. 배출권을 다른 곳에 팔면 돈을 만들 수가 있습니다. 벌금이나 보조금은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계산해서 정하지만 배출권거래에서는 배출권 가격이 시장에서 결정됩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교토의정서는 이처럼 시장의 실패를 시장의 방식을 채택해 극복하겠다는 데에 의의를 갖습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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