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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효과와 코즈의 정리 (1)

 

이제 조금 더 본질적인 이야기로 넘어갑시다. 여기 강이 있습니다. 강 상류에는 피혁공장이 있고, 하류에는 어촌마을이 있습니다.

‘코즈의 정리’를 설명하기 위한 도식입니다. 피혁공장에서는 가죽점퍼에 쓸 원단을 생산합니다. 생물에서 벗겨낸 상태의 가죽을 들여와서 가공해 의류를 만들 수 있는 재료를 만드는 곳이지요. 생가죽을 가죽원단으로 바꾸는 과정을 흔히 무두질이라고 합니다. 이때 화학약품을 많이 씁니다.

공정에서 사용된 화학약품을 100% 수거하지 않는 한 강물에 유해물질이 흘러들어가게 됩니다. 과거 피혁공장은 다 그랬습니다. 환경규제가 강해진 요즘에도 비가 오면 강물에다 슬그머니 폐기할 화학약품을 흘려보내는 판이니 옛날에야 오죽했을까요.

예로 돌아가서 피혁공장이 열심히 사업을 하다보면, 즉 본연의 경제활동에 종사하면 부가가치를 창출하게 됩니다. 이에 따라 피혁공장 주인이 돈을 벌고, 노동자들은 임금을 받고, 정부는 세금을 거둡니다. 또 국내총생산(GDP)도 올라갑니다. 한마디로 경제가 성장한 것이지요.

그런데 피혁공장의 가동으로 피혁공장에서 의도하지 않은 피해가 강 하류쪽에서 발생합니다. 즉 외부효과가 일어난 것이지요. 본연의 경제활동을 수행한 결과, 또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않는 곳에 혜택을 주거나 피해를 입히는 현상이 외부효과입니다. 이때 혜택과 비용에 대해 대가를 받거나 비용을 지불하지 않습니다. 외부효과가 긍정적일 때(혜택)는 외부경제, 외부효과가 부정적일 때(피해)는 외부 비경제라고 합니다. 외부효과 하면 통상 외부비경제로 읽히는 문맥이 많습니다.

외부경제의 대표 사례로는 양봉이 자주 거론됩니다. 양봉의 목적은 벌꿀을 이용해 꿀을 채집하는 것입니다. 양봉업자는 그렇게 모은 꿀을 팔아서 수익을 올립니다. 벌통을 부려놓은 인근 지역의 과수원과 자연 상태 초목의 수분에 기여할 의사는 양봉업자에게 전혀 없었습니다. 꿀벌들이 있음으로 해서 과수원에 과일이 열리고 과수원 주인은 과일을 팔아 돈을 벌게 됩니다. 그러나 과수원 주인이 양봉업자에게 가루받이 비용을 지불하지는 않습니다. 왜 그런 돈까지 줘야 하냐고 생각하시는 분이 있다면 애완견 접붙일 때 드는 비용을 떠올리면 이해가 되겠지요.

외부효과 중 외부비경제에 해당하는 <그림>의 사례에는 피혁공장에서 가죽원단을 만드는 과정에 화학약품을 씀으로 인해 해서 강 하류 어촌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획량이 감소하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 기형 물고기가 발견됩니다. 마을 주민들의 건강에도 이상이 감지됩니다. 어촌의 삶은 ‘이유 없이’ 피폐해 집니다.

어촌 사람들은 어획량 감소에 의아해 하다가 마침내 피혁공장에서 배출된 화학물질이 그 원인임을 알게 됩니다. 따라서 강 상류의 피혁공장을 찾아가서 피해를 배상하라고 요구합니다. 피혁공장 주인이 “잘못했다”며 이익의 일부를 어촌에게 할애하겠다고 동의한다면 분쟁이 즉각 평화롭게 해결되겠지만 알다시피 세상사가 그렇게 흘러가지는 않지요. 현실에서는 합리적이고 행복한 해법이 도출되기 보다는 서로 싸우게 됩니다.

싸움이 끝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누군가는 가진 걸 내어 놓아야겠지요. ‘코즈의 정리’에서는 소유권 또는 재산권이 확실하게 정해져 있고 소통비용이 적다면 문제가 이해당사자 간에, 혹은 시장에서 자연스럽게 해결된다고 봅니다.

먼저 소유권에 대해 살펴보면 이 사례에선 어획권이 확고한 권리로서 인정됐을 때 피혁공장의 조업으로 어획권이 침해됐는지가 입증된다면 어촌은 본격적으로 배상을 요구하는 한편 피혁공장의 조업중단까지 요청할 수 있겠지요. 그런 사례는 드물겠지만 만일 이 강이 피혁회사 소유라면 어촌은 서서히 망해가야 하겠지요. 현실에서는 강이 국가 소유일 확률이 높고 어획권의 범위가 모호하며 피혁공장의 화학물질이 어장 황폐화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구명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에 제시된 사례의 분규는 장기화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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