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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리스크와 리스크의 재무화

 

일단 목표를 세우고 난 뒤에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목표달성에 매진하는 ‘천민적 경영학’이 핀토 사례 이후 이제 종적을 감추었을까요. 동의하지 않는 비율이 꽤 높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핀토 사건 때와 비교해 지금의 기업환경에서는 수치와 표, 그래프로 일목요연하게 상황을 정리해 경영진에게 전달하는 자료화 관행이 훨씬 더 보편적입니다. 까발림으로써 오히려 은폐되는 메커니즘은 교통사고 사망자 숫자를 보여주는 전광판만이 아닙니다. 가정하면 당시 포드 경영진은 비디오게임을 통해 실전에 대비했고 실제 전장에서도 모니터를 통해 전투를 수행한 이라크전의 미군 전폭기 조종사와 유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금융공학등 계량화능력의 증대는 일종의 ‘숫자 환원주의’와 맞물려 경영을 포함한 사회 전반에 유체이탈과 비슷한 상태를 초래했습니다. 핀토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듯 의미는 숫자로 대체된 것이지요.

경영하는 사람들은 발생 가능한 모든 리스크를 최대한으로 파악하려고 합니다. 대처불능의 상태로 리스크에 맞닥뜨리는 상황을 피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재무리스크는 리스크의 대표 격입니다. 영업활동을 통해 적정(또는 최대) 수익을 창출하는 게 중요하긴 하지만 그렇다는 전제하에서 재무계획을 잘 수립하고 실행해야만 낭패를 당하는 일이 없습니다. 자본시장이 복잡해지고 금융기법이 다양해지면서 기업 재무담당자의 머리가 복잡해집니다.

서브프라임 사태를 겪으면서 깨달았듯 시장 자체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투기성향이 강해지면 언제가는 재무리스크에 노출됩니다. 위험의 근본원인은 물론 탐욕이긴 합니다. 대형 금융사고의 이면에는 이런 탐욕이 존재했습니다. 금융사고 하면 ‘롱-텀 캐피탈 매니지먼트(Long-Term Capital Management ; LTCM)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1994년 살로먼 브라더스 출신 존 메리웨더가 설립한 미국의 헤지펀드로 한때 최고 수익률을 자랑했습니다. LTCM에는 ‘블랙-숄즈’ 모델로 알려진 옵션 가격결정 공식을 개발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마이런 숄즈 미 시카고대학 교수 등 쟁쟁한 인물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기록적인 수익률로 가장 선망받는 펀드였습니다. 그러나 널리 알려진 대로 1998년 러시아의 모라토리엄으로, 러시아 국채에 ‘몰빵’하다시피 한 LTCM은 결국 문을 닫게 됩니다.

LTCM은 헤지펀드, 즉 일종의 금융회사이기 때문에 재무리스크가 본원 리스크라고 할 수 있습니다. 라면회사엔 라면이 재고이듯 금융회사엔 예컨대 채권이 재고입니다. 재무가 본원적 사업영역이 아닌 제조업이나 서비스업에서는 비재무적인 것들에서 본원 리스크가 출현할 수 있습니다. 요체는 재무적인 리스크이든 비재무적인 리스크이든 리스크를 재무화한다는 데 있습니다. 재무화한다는 말은 모든 리스크를 숫자로 바꿔서 이해한다는 의미 이상으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그저 숫자로 집계돼 본래 의미가 소거된다는 게 더 정확한 설명입니다. 지속가능경영은 재무적인 성과와 비재무적인 성과를 동시에 추진하는 흐름입니다. 그러려면 리스크, 또는 소극적으로 비용과 기회를 재무적으로 파악하는 것과 동시에 비재무적으로도 파악해야 합니다. 비재무적 파악의 프리즘은 인문적 성찰 또는 인본적 가치 같은 것으로 이해될 수 있겠습니다. 핀토 사례를 반추하면 무슨 뜻인지 쉽게 와 닿을 것입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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