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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을 추구하는 ‘사회적’ 기관인 기업에서 주주의 권리와 사회보고 (2)

 

서브프라임 사태가 터지기 이전부터 미국에서는 기업 최고경영자(CEO)에게 부여하는 스톡옵션을 두고 적잖은 논란이 있었습니다. 주식매수선택권이라 번역되는 스톡옵션은 파생금융상품의 한 종류인 옵션의 하나입니다. 옵션은 권리입니다. 스톡옵션은 한국어 표현에 ‘매수’가 들어있는 것에서 짐작하듯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 즉 콜옵션에 해당합니다.

스톡옵션에는 권리를 받는(기업 입장에서는 ‘주는’) 시점이 있고, 권리행사가 가능해지는 시점과 실제로 권리를 행사하는 시점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주)홍길동의 CEO로 취임한 김아무개씨는 주당 500원에 1백만주를 살 수 있는 권리, 스톡옵션을 2011년 1월1일 받았습니다. 권리행사는 2014년 1월1일부터 할 수 있습니다.

2011년 1월1일 (실제로는 장이 열리지 않지만) (주)홍길동의 주가는 500원이었다고 칩시다. 김아무개 사장이 스톡옵션을 통해 확보한 3년 뒤 주식매수 청구가격은 1000원입니다. 3년 동안 열심히 일하면 주가가 오를 것이고, 주가상승은 주주는 물론 CEO에게도 이익이 되니 CEO가 더 열심히 일하게 돼 ‘윈 윈’이라는 게 CEO에게 스톡옵션을 부여하는 바탕논리입니다. 이 예에서 CEO가 그만하면 잘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 되는 주가 수익률이 100%이고, 김사장의 스톡옵션 이익은 주가가 1000원을 초과한 금액에다 1백만을 곱한 것입니다.

짚고 넘어갈 점은 스톡옵션을 뒷받침하는 논리가 주주중심주의에 입각했다는 사실입니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며, 따라서 주주가치를 높여준다는 측면에서 주가상승은 기업경영의 절대선이 됩니다. 주주중심주의를 극단으로 밀고 나가면 기업의 실체와 그 기업의 주가 사이에 괴리가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자본시장에서는 기업가치의 축적이 곧 주가의 상승 견인이란 등식을 신봉하지만 주가 상승이 항상 기업가치의 향상을 보증하지는 않습니다. ‘기업가치=주가’라면 워렌 버핏이 특별히 주목받을 이유도, ‘가치주’란 용어가 따로 생겨날 이유도 없습니다.

재무상태표(옛 대차대조표)에서 자산(A)은 ‘부채(L)+자기자본(E)’과 일치합니다. 기업공개(IPO) 시점을 기준으로 이때 기업의 자산은 여전히 ‘L+E’에 대응하지만, 자본시장이 이 기업의 자산을 어떻게 평가하느냐에 따라 자산의 크기가 달라집니다. 이 대목에서 자본잉여금이란 개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액면가 500원짜리 주식의 공모가가 2000원에 결정됐다고 칩시다. 이 때 액면가 500원을 뺀 1500원이 자본잉여금이 됩니다. 전체로서 액면가가 5억원인데, 공모한 총액이 20억원이 됐다면 20억원 모두 자기자본으로 분류되지만 특별히 15억원이 재무상태표에서 자본잉여금으로 기록됩니다. 자본잉여금 15억원은 기업을 가게로 쳤을 때 일종의 권리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사실 공모는 기업의 주인이 바뀌는 것으로도 이해될 수 있습니다. 물론 현실에서는 그렇지 않지만 말입니다. 부채(L)를 내준 은행은 해당 기업이 원리금을 잘 갚는 한 이 기업의 자산에 어떤 권리가 없습니다. 또 빚이란 게 상환해버리면 없어지는 것입니다. 극단적으로 무차입 경영을 한다면 ‘A=E’가 됩니다. 반면 주식은 주주의 의사에 반해 (기업이나 또 다른 주주가) 되사올 수 없습니다. 주식회사에서는 어떤 묘수를 써도 ‘E’를 없앨 수 없습니다. (내용상으로 ‘A=L’인 기업, 즉 자본잠식상태로 빚만 남아있는 기업이 적지 않습니다만 그래도 ‘E’를 원천적으로 떨어낼 수는 없습니다.)

 

IPO시점을 기준으로 자본잉여금의 발생은 기업의 주인이 주주라는 입장을 뒷받침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자산가치를 시장가격으로 재평가해, 그 차액이 주가에 더해지기 때문입니다. 즉 적어도 IPO시점에 자본시장에서 주식을 구입한 주주는 기업의 가치에 상응하는 돈을 낸 것입니다. 기업자산의 정당한 주인이라고 주장할 수 있어 보입니다.

그러나 기업이 계속기업으로 영업을 지속하면서 이 논리는 도전받게 됩니다. 자본잉여금과 비슷한 이름인 이익잉여금의 존재 때문입니다. 이익잉여금이 생기려면 영업활동을 통해 이익이 발생해야 합니다. 원가, 인건비, 이자비용, 세금 등을 내고 남은 기업의 이익 중에서 다시 주주들에게 주는 배당금을 빼고 남은 돈이 이익잉여금입니다. 원래 손익계산서 상 맨 아랫줄에 위치한 이익의 일부분인 이익잉여금은 재무상태표의 자기자본 쪽으로 이사 가게 됩니다. 이사 또는 꽂히는 행위를 영어로는 plug-in이라고 합니다.


영업활동을 통해 기업의 이익이 창출되면 주주는 주가상승과 배당 이익을 누리게 됩니다. 주가상승과 배당은 직접적으로는 기업에 플러스 요인이 아닙니다. 주가상승의 직접적 수혜자는 주주입니다. 최초의 기업공개 시점이 아니기 때문에, 즉 자본잉여금으로 회사 내에 쌓이지 않는 까닭에 주가상승이 주주에게만 차익을 안겨주지 기업에 주가상승으로 인한 돈이 흘러들어오지는 않습니다. 순익이 발생했을 때 일부를 주주들에게 배당하는 것도 기업 자산의 외부 유출입니다. 흥미로운 점은 기업이 이익을 만들어내는 제반 활동에 주주는 특별히 기여하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물론 주주의 대리인이 경영을 책임지고, 감시하지만 직접적으로 주주들이 가치산출에 기여하는 바는 없습니다. 경영진과 노동자, 협력업체 등이 기업의 유무형 자산을 움직여 가치를 만들어낸 것입니다.

가치를 산출해 기업이익이 발생하고 그 중 일부를 배당하고 남은 금액이 앞서 살펴보았듯 이익잉여금이란 이름을 달고 자기자본 쪽으로 이동합니다. 재무제표 상으로는 손익계산서와 재무상태표가 연결되는 지점이지요. 이익잉여금의 등장은 자산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재무상태표에서 우변의 증가는 좌변의 증가로 이어져야 합니다.

계속기업으로 ‘계속’ 이익잉여금일 쌓여 기업자산이 증가했을 때도 여전히 기존 주주들이 기업의 주인일까요. 주주들이 꾸준히 주가상승 차익을 누리고 배당이익을 챙겨가고도 그들의 최초 투자 리스크에 대한 보상을 계속기업이 계속되지 않을 때까지 인정해야 하는 것일까요. 그동안 기업이 이익을 창출하는 과정에 마땅히 지불해야 할 많은 환경, 사회 비용을 지불하지 않았다는 사실까지 감안하면 계속기업의 주인으로 최초 시점의 주주가 기득권을 끝까지 행사하는 데는 적잖은 논란이 있어 보입니다.

주주권리를 인정하지 말자는 뜻이 아니라, 적어도 어느 정도는 기업을 둘러싼 다른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권리와 이익을 공유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가치창출이든, 권리이든, 주주 이외의 다른 이해관계자들의 적극적인 역할을 인정하는 것이 또 다른 지속가능경영의 출발점입니다. 이 문제는 다음에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겠습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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