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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비싼 '달팽이 집'청년 주거 대안 모델의 문제점
   
 

청년 주거난의 대안으로 떠오른 ‘달팽이 집’

서울 가좌동에는 ‘달팽이 집’이 있다. 이 집은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으로 입주할 수 있다. 주위 시세보다 비교적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할 수 있는 이 '달팽이 집'은 ‘민달팽이 유니언’이라는 청년 주택협동조합의 작품이다.

낮은 임금과 취업난에 직면한 요새 청년들에게 주택은 또 다른 문제이자 커다란 짐이다. 대학생 신분으로는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 없이는 월세를 낼 엄두도 나지 않는다.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크게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당장 월세 보증금을 낼 돈도 없다. 88만 원 세대에게 월 4~50 정도의 월세는 너무나도 큰 부담이다.

‘민달팽이 유니언’은 이런 청년들의 문제를 해결하고자 만든 협동조합이다. 실제로 민달팽이 유니언은 공공주택임대사업뿐 아니라 청년주거현황조사 등 각종 조사와 연구를 병행하고 있다.

SNS 등을 통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민달팽이 유니언의 사업은 청년들의 주거난을 해결하기 위한 대안 모델로 떠올랐다. 그들의 연구와 조사결과는 종종 인용되고 있으며 언론에서는 그들의 사업을 주목하고 있다.


그런데 과연 저렴할까?

‘달팽이 집’은 조합에서 주택을 장기 임대해 방별로 조합원에게 다시 임대하는 형식이다.  장기임대를 하는 경우 공급자는 그만큼 공실에 대한 위험이 적기 때문에 가격을 낮춰 공급해도 손해가 없고 낮은 임대료만큼은 조합원이 이득을 본다는 개념이다.

 

   
 

달팽이 집의 실제 임대료는 큰 방의 경우 보증금 100만 원에 월세 40만 원이고 작은 방은 보증금 75만 원에 월세 30만 원이다. 12평 크기의 집은 큰 방과 작은 방 그리고 거실과 욕실 공동 생활시설로 나뉜다. 큰 방의 경우 4평이 조금 넘고 작은 방은 3평이 조금 안 된다.

'달팽이 집'이 있는 남가좌동 주변의 월세방을 찾아본 결과 원룸의 경우는 화장실과 주방을 포함해 5~6평 정도 되는 집을 보증금 500만 원에 월세 40만원 으로 구할 수 있었다. 세탁기 등이 구비되어있지 않은 다가구 주택의 경우에는 조금 더 여유 있는 크기의 방을 조금 더 싼 월세로 찾을 수 있었다.

주방과 욕실 같은 공간이 분리된 것을 생각하면 아무래도 민달팽이 유니언이 조금 더 쾌적하게 느낄 수 있다. 하지만 공동생활이 불편한 이들에게는 매력적인 옵션이 되지 않는다. ‘완벽하게 독립된 공간’이 아닌 데다가 월세가 눈에 띄게 저렴하지도 않다. ‘과도기’라는 이름을 붙이거나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설명하기에는 민달팽이 유니언의 사업 모델이 더 나은 돌파구를 찾기도 힘들어 보인다.

 

일반 월세방과 비교하여 '달팽이 집'이 제시하는 차이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장기계약을 통해 임대료를 낮추는 것이고 두 번째는 공동생활을 통해 주방 등의 공간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다. ‘달팽이 집’이 다가구주택인 것을 고려하면 12평짜리 공간을 월 70만 원 정도에 임차해 두세 명이 함께 나눠 사는 셈인데 월세 70만 원 정도의 비슷한 크기 다가구 주택은 어렵지 않게 구할 수 있다.

민달팽이 유니온도 일차적으로 ‘임차인’이기 때문에 이 사업은 태생적 한계를 가진다. 그들도 ‘내야 할 월세’는 원칙적으로 존재한다. 바꿔말하면 가격이 크게 매력적으로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임대료’가 있기 때문이고 그들 사업의 원가라고 할 수 있는 이 임대료를 낮추지 않는 한 그들이 할 수 있는 여지가 매우 작아진다. 그렇다고 그들이 직접 땅을 사고 건물을 짓는 ‘주택 사업자’가 되라고 강요할 수도 없다.

그렇다고 '달팽이 집에 아주 의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단 월세방을 구하는데 커다란 진입 장벽인 보증금이 매우 낮은 편이다. 계약기간도 자유로운 편이다. 까다로운 집주인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대안 주거로 떠오른 모델은 '달팽이 집 말고도 또 있다. 서울 마포구 성산동 성미산 마을에는 예쁜 빨간색 벽돌의 ‘함께 주택’이 있다. 조합은 이 주택을 사들여 1인 가구에 맞게 리모델링 했다. 3층 규모의 주택은 총 10명이 들어가 살 수 있는 1인실이 확보되어 있다. 층마다 화장실이 두 개씩 넉넉하게 준비되어 있으며 주방 등 공용공간이 넓게 확보되어있다.

하지만 이곳의 임대료도 획기적으로 낮지는 않다. 보증금 1,000만원에 월 임대료는 27~33만 원이다. 공용공간이 넓다고 하지만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2~3평 정도다. 평균보다 낮긴 하지만 여전히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공동생활까지 감수해야 한다면 더욱 그렇다.

하지만 ‘함께 주택’의 경우는 '달팽이 집보다는 사정이 낫다. ‘장기임대’로 임대료 자체를 낮춘다는 '달팽이 집'과는 달리 함께 주택은 서울시에 낮은 이자로 대출을 받아 집을 구매하고 조합이 직접 임대인이 되어 임차한다. 적어도 ‘함께 주택’에는 ‘부동산 소득’이 포함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임대료가 크게 낮아지지 않는 이유는 임차인이 부담하는 임대료에 집을 구입하기 위해 대출받은 금액의 ‘원리금’이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함께 주택협동조합’에서 일하고 있는 박종숙 씨는 미디어리퍼블릭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집을 구입하는 비용을 여러 사람이 나눠낸다고 생각하면 된다. 원리금이 다 상환될 즈음이면 리모델링 비용이 필요하다. 결국, 주기적인 유지보수와 리모델링을 생각하면 앞선 임차인과 이후의 임차인이 거의 공평하게 부담하게 된다.”고 밝혔다.


청년의 주거난은 사회적인 문제. 공공의 재원이 필요하다.

‘함께 주택’은 ‘공공과의 협력’을 이끌어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지금으로써는 ‘함께 주택’보다 더 나은 대안을 찾아보기는 힘들다. 하지만 청년의 소득수준을 생각하면 두 주택의 임대료는 여전히 버겁다.

임대료를 높이는 요인인 ‘부동산 소득’이나 ‘부동산 구입비용’을 없애려면 결국 공공의 재원이 투입되어야 한다. 국가나 시에서 공공사업의 목적으로 국공유지를 제공하고 이를 기반으로 청년 주거환경을 구축한다면 청년의 주거비용은 획기적으로 낮아질 수 있다.

주택전문가들은, LH공사와 SH공사 같은 공공기관이 조성한 택지 위에 주택을 건설하고 그 토지 소유를 계속 국공유로 유지하되 그 토지를 '함께 주택'과  같은 비영리 주택협동조합에 저렴한 임대료로 장기 임대할 경우, 월 임대료를 서울의 경우 20만원, 지방 도시의 경우 15만원까지 낮출 수 있다고 말한다.

 

   
 

대기업 정규직을 다니지 않는 대부분은 청년들은 월급의 상당 부분을 부동산 임대료로 내야 하거나 1평 남짓 되는 ‘고시원’에서 쪽잠을 자야 한다. 사회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소득을 보장해야 한다며 ‘기숙사 신축 반대 시위’를 벌이는 임대사업자의 생존권보다는 다리조차 제대로 못 펴고 자야 하는 청년 대다수의 현실이어야 한다.

 

백승호 

이지니기자  luxji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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