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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헌법 속의 사회민주주의

1948년에 제정된 제헌 헌법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민주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반영된 헌법이었다그 대표적인 예가 제헌 헌법 제84조이다제헌헌법 제84조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우리 안의 사회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란 무엇인가혹자는 민주주의적 방법에 의하여 사회주의를 실현하려고 하는 사상이라고 하고혹자는 국가의 개입에 의하여 실질적 평등을 이룸으로써 진정한 민주주의를 달성하고자 하는 사상이라고 한다또 자유평등연대 또는 자유정의연대를 추구하는 사상이라고 하기도 한다어떻게 설명하든 쉽게 이해하기 어렵고 모호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현재 사회민주주의를 추구하고 있는 국가가 어느 나라인가 하고 묻는다면 대개 스웨덴덴마크 같은 북유럽 국가나 독일을 꼽게 된다예를 들어 독일 기본법은 제20조 제1항에서 독일 연방공화국은 민주주의적이고 사회적인 연방 국가이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사회민주주의가 무엇인가 하는 질문에 대한 실용적인 답은 스웨덴 또는 독일과 같은 국가를 추구하는 것이다라는 것이 될 것이다결국 사회민주주의는 민주주의 국가 내에서 복지국가를 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와 같은 사상은 멀리 유럽에서만 찾을 것이 아니다이미 우리나라는 1948년 헌법을 제정한 이래 현재까지 위와 같은 사상을 추구해 왔다즉 우리나라의 헌법을 충실히 실현할 경우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가 달성될 수 있음에도헌법 정신을 망각하여 많은 문제가 발생되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우리나라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불온하거나 위험한 사상이 아니라 바로 헌법에 가장 충실한 사상임을 인지하고 널리 알려야 한다.
 
제헌 헌법에 나타난 사회민주주의
 
우리는 1948년 당시의 집권 자유당 정권을 떠올릴 때 반공을 기반으로 하는 친미적인 색채가 강한 정권이라는 이미지를 함께 떠올리게 된다그러나 1948년에 제정된 제헌 헌법은 미국식 자본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사회민주주의적 색채가 강하게 반영된 헌법이었다
 
그 대표적인 예가 제헌 헌법 제84조이다제헌헌법 제84조는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함을 기본으로 삼는다각인의 경제상 자유는 이 한계 내에서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서 중요한 점은 각인의 경제상 자유에 앞서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할 수 있게 하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기하는 것이 기본 원리임을 천명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제헌 헌법 제84조는 독일 바이마르 헌법 제151조 제1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생각된다바이마르 헌법 제151조 제1항은 경제생활의 질서는 모든 국민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정의의 원칙에 합치하여야 한다이 한계 내에서 개인의 경제적 자유는 보장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제헌 헌법 제18조는 근로자의 단결단체교섭과 단체행동의 자유는 법률의 범위 내에서 보장된다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사기업에 있어서는 근로자는 법률의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익의 분배에 균점할 권리가 있다라고 규정하여 이른바 근로자의 이익균점권을 규정하였다
 
하지만 제헌 헌법 제18조의 사회민주주의 정신은 그 이후 개헌에 의해 변천하게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제헌 헌법에서 현행 헌법에 이르기까지 경제 조항의 변천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시장경제적 요소가 강화되기는 하였으나여전히 사회적 시장 경제의 정신을 추구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5.16 군사쿠데타와 자유주의적 요소의 도입 : 1962년 헌법 제111
 
제헌 헌법 제84조는 제4차 개헌까지는 그대로 유지되었다하지만 5.16. 쿠데타 이후 1962년의 제5차 개헌에서 그 조항이 개정되었는데, 1962년 헌법의 제111조는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2항에서 국가는 모든 국민에게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발전을 위하여 필요한 범위 안에서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즉 1962년의 개정 헌법 111조는 제헌 헌법 제84조에서 기본 원리로 선언되었던 생활의 기본적 수요를 충족시키는 사회정의의 실현과 균형 있는 국민경제 발전을 경제에 관한 조정의 원리로 격하시키는 동시에 개인의 경제상 자유와 창의라는 자유주의적 원리를 새로운 기본 원리로 삼은 것이다
 
현행 헌법 제119조와 경제민주화실질적 평등
 
그런데 현행 헌법 제119조는 기본적으로 1962년 헌법 제111조의 취지를 답습하면서도 표현을 조금 달리 하고 있다즉 현행 헌법 제119조는 제1항에서 대한민국의 경제 질서는 개인과 기업의 경제상의 자유와 창의를 존중함을 기본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경제상 자유와 창의를 누리는 주체에 기업을 추가하였고2항에서는 국가는 균형 있는 국민경제의 성장 및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비를 유지하고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경제주체간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민주화를 위하여 경제에 관한 규제와 조정을 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박근혜 정권 수립 이후 경제민주화가 강조되면서 마치 그것이 특정 정당의 정치적 구호처럼 알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하지만 경제민주화가 우리 헌법에 규정된 개념임을 알고 있는 사람은 드물다는 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경제민주화의 개념 정의가 쉽지는 않지만위 헌법 조항의 취지에 비추어 보면 특정 주체의 시장 지배와 경제력 남용을 방지하고 경제 주체들 사이의 조화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이 경제민주화의 개념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는 순수한 시장경제 체제 아래에서는 특정 경제주체의 시장 지배가 발생할 수 있음을 인지하고 국가 공권력의 개입에 의하여 경제 주체들 사이의 실질적 평등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영한 결과라고 본다즉 경제민주화는 경제 주체들 사이의 실질적 평등 추구를 의미한다고 해석해야 할 것이다
 
현행 헌법의 기본권 조항과 사회민주주의
 
위와 같이 경제 조항에 있어서 시장경제적 요소가 강화되어왔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우리 헌법은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고 있으며뿐만 아니라 우리 헌법의 기본권 조항들만 충실히 실현되어도 매우 이상적인 복지국가가 탄생할 수 있다우리는 먼 곳에서 해답을 찾을 것이 아니라 우리 헌법 조항들을 충실히 실현시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할 것이다
 
국가의 사회보장 의무
 
우리나라 헌법 제34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고2항은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우리나라가 복지국가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 대하여 이보다 명백한 근거는 없을 것이다이러한 규정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신자유주의의 강화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생존교육의료근로환경에 관한 기본권
 
사회민주주의에 있어서 국가가 보장해야 할 개인의 기본권 중에 대표적인 것은 기본적 생존교육의료근로환경에 관한 권리일 것이다이러한 권리 또는 국가의 의무는 우리 헌법에 충실히 규정되어 있다
 
대표적인 예로 우리 헌법 제34조 제4항은 신체장애자 및 질병노령 기타의 사유로 생활능력이 없는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고헌법 제3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제32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근로의 권리를 가진다국가는 사회적경제적 방법으로 근로자의 고용의 증진과 적정임금의 보장에 노력하여야 하며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최저임금제를 시행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며헌법 제35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를 가지며국가와 국민은 환경보전을 위하여 노력하여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또한 헌법 제36조 제3항은 모든 국민은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에 규정된 이러한 기본권들만 충실히 보장되어도 우리나라는 매우 이상적인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보수적인 헌법 해석의 문제점
 
위와 같이 이미 사회민주주의 복지국가를 실현할 수 있는 헌법적 기초가 마련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에서 이것이 제대로 실현되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인가바로 헌법에 규정된 위와 같은 기본권들을 이른바 추상적 권리에 불과하다고 보는 헌법 해석론 때문이다예를 들어 헌법재판소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판시하고 있다
 
… 나아가 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며 국가는 생활 능력이 없는 국민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는 헌법의 규정은 모든 국가기관을 기속하지만 그 기속의 의미는 동일하지 아니한데입법부나 행정부에 대하여는 국민소득국가의 재정능력과 정책 등을 고려하여 가능한 범위 안에서 최대한으로 모든 국민이 물질적인 최저생활을 넘어서 인간의 존엄성에 맞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는 행위의 지침즉 행위규범으로서 작용하지만헌법재판에 있어서는 다른 국가기관즉 입법부나 행정부가 국민으로 하여금 인간다운 생활을 영위하도록 하기 위하여 객관적으로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였는지를 기준으로 국가기관의 행위의 합헌성을 심사하여야 한다는 통제규범으로 작용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가 행하는 생계보호가 헌법이 요구하는 객관적인 최소한도의 내용을 실현하고 있는지 여부는 결국 국가가 국민의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함에 필요한 최소한도의 조치를 취하였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고 할 것인데 생계보호의 구체적 수준을 결정하는 것은 입법부 또는 입법에 의하여 다시 위임을 받은 행정부 등 해당기관의 광범위한 재량에 맡겨져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므로국가가 인간다운 생활을 보장하기 위한 헌법적 의무를 다하였는지의 여부가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된 경우에는국가가 생계보호에 관한 입법을 전혀 하지 아니하였다든가 그 내용이 현저히 불합리하여 헌법상 용인될 수 있는 재량의 범위를 명백히 일탈한 경우에 한하여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보장한 헌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있다.”(헌재 2004.10.28. 2002헌마328)
 
그러나 이러한 해석론은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이 현저히 낮았던 때에는 불가피하게 용인될 수 있다 하더라도 OECD에 가입할 정도로 경제수준이 높아진 현재의 경제적 상황 아래에서도 취할 해석론은 아니라 할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위와 같은 소극적 자세를 버리고 우리나라의 경제수준에 비추어 국가기관이 헌법을 충실히 지키고 있는지 여부를 기준으로 위헌 여부를 판단하였어야 한다
 
사회민주당 창당의 필요성
 
헌법재판소가 우리나라 헌법의 규정을 위와 같이 소극적으로 해석하는 것은 경제적 여건이 미비한 상태에서 헌법 규정을 근거로 한 소송이 폭주할 것을 염려한 결과라고 생각된다당장 어떤 결정을 내려야만 하는 헌법재판소의 입장으로는 이해할 수 있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앞으로 대한민국을 어떻게 발전시킬 것인지를 고민해야 할 정치권에서도 헌법재판소와 비슷한 태도를 취한다는 것은 허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대한민국의 정치 세력이라면 그것이 정당이든 정당이 아니든 헌법에 규정된 원리들을 실현하기 위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다
 
즉 헌법에 규정된 국민의 기본권들에 대하여 그것은 추상적으로만 존재하는 것이고 현실에서 실현할 수 없다고 말하는 것은 정치 세력의 태도로서는 허용될 수 없는 것이다헌법재판소의 판시처럼 현재로서는 현실적 제약이 있어서 최소한도로 흉내만 내고 있다 하더라도 앞으로는 헌법에 규정된 기본권들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론이고 이는 사회적 기본권이라 하여 예외가 될 수 없다
 
만약앞으로도 헌법에 규정된 사회적 기본권들이 그저 좋은 말로 헌법에 규정되어 있으면 족하고 현실에서 실현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는 정당이 있다면 그러한 정당이 바로 위헌정당이고 해산되어야 할 정당인 것이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헌법을 충실히 실현시키고자 하는 정당을 찾아보기 어렵다이것이 바로 우리나라 정치권의 심각한 문제이며 이를 타개하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바로 사회민주당 창당이다

 

글/김봉수(성신여대 법대 교수)

 

위 글에 관한 강연 동영상입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pvBKwvCUUsM

이지니기자  luxji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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