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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루바가지로, 따분한 데모는 굿바이명랑 좌파 이야기

나는 꽃띠(?)라서 전혀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지만, 옛날 옛적 "대(大)" 데모의 시대에는 최루탄이라던가 사과탄, 페퍼포그 같은 게 있었다고 한다. 그런 걸 사람에게 직격 조준하여 데모꾼이 사망하는 사고도 있었다 한다. 

 
그 당시의 데모대는 손수건을 물에 적셔 코나 입을 간신히 가리고 보도블록 파편이나 쇠파이프, 화염병을 들고 극렬하게 싸우고, 경찰 측은 방독면과 헬멧, 방패, 방화막, 방호복, 방패 등으로 중무장하고 싸웠다니, 안보고는 믿기 힘든 이야기다.
 
그래서 그 때는 한번 데모가 나면 일대의 사람들 모두 매캐한 최루탄의 피해, 심지어는 화염병이나 투석의 피해까지 고스란히 받게 되었고, 당연히 어디서, 무슨 데모가, 왜 벌어지는 줄도 알고, 자연히 데모대를 지지하건 정권을 지지하건, 호불호를 갈라가며 이야기 거리가 양산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데모라는 단어 자체에 사람들이 경끼를 일으키고, 시위 자체도 조심조심 진행되며, 집회 정도는 되어야 사람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런데, 집회! 이건 마치 어느 조용한 성당의 마리아상 밑에서 읊조리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러고 얌전히 집회를 하고 있으니, 경찰의 대응은 간단하다. 차단벽을 쳐서 일반인들로부터의 시야를 차단시키고, 소음기를 들이대 외부인들이 듣기 힘들게 한다.  

 

   
   소음기를 들이대는 경찰

 

경찰들은 약속한 시간이 됐으니 이제 집회 해산하고 빨리 집에 가라고 한다. 세상은 풍요롭고 밤새 술 퍼마실 수도 있으니, 집회 참가자들은 빠르게 주변 술집에 빨려 들어간다. 언론에서 관심이 없는 사안은 무슨 내용인지 보도가 되지 않기에, 집회에 모인 시위대의 호소는 일반 대중에 전파가 안된다. SNS 등 뉴미디어가 도움은 되지만, 세대나 성향의 벽을 허물어내지 못한다. 그들만의 리그가 되어버린다. 섬이 되어 버린다.

 

단조로운 시위 패턴을 벗어나려 어느 곳엔가 집중하여 고착을 형성하면... 다음과 같은 일이 일어난다.

 

   

 

 

옆의 사진을 보면, 연두색 복장을 한 경찰 3명이 캅사이신 용액을 흰 우비를 입은 노동자들에게 분사하여 삼성전자 서비스노조 염호석 님의 유해를 탈취하는데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다. 캄사이신 용액 분사는 심지어 이렇듯 비가 오는 날에도 핀포인트 타격이 가능하고, 그러면 강철 같은 대오가 순식간에 무너진다

일명 캡사이신 용액 살포. 얘들이 머리가 좋다. 가스가 아니라서 그 살포액이 확산되지 않기 때문에 소문이 안난다. 화약을 이용한 총류탄 류가 아니라서 폭발이 필요 없고 안전사고도 나지 않는다. 휴대와 충전이 간편하다. 당연히 비용도 저렴하다.

캅사이신 용액을 맞은 데모 참가자는 소리도,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캅사이신은 심지어 인체에 무해하여 음식에 마구 타서 먹거나, 파는 이들도 있다. 캅사이신 용액 분사기는 노벨상감이다. 역시 시위진압 장비의 세계적 수출국답다. 해외의 인권 후진국에서는 ‘메이드 인 코리아라’는 말만 들어도 눈물 콧물을 줄줄 흘린다고 한다.
 
이렇듯 요즘의 집회 시위 혹은 데모는 의도했건 조작당했건 대중 속에서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다. 옛날 옛적에 열심히 데모했던 형, 누나들은 요즘 속이 터져 돌아가시기 일보 직전이다. 화염병과 쇠파이프를 들자니 사법처리는 둘째 치고 당장 대중에게 외면당할 거 같고, 시위 진도는 않나가고, 마음은 급하고, 미치고 환장한다. 

재미있고 발랄한 시위를 상상하자

그래서 사람은 머리를 써야하는 거다. 특히 나 같은 꽃띠들한테 고기 사주고 술 사주고, 예쁜 언니들 보내 꼬드겨서 배우고 변해야 하는 거다. 먼저, 직접 타격할 방법이 없거나 시도할 수 없다면, 그들의 공격을 역이용하는 ‘자루바가지 데모’를 제안한다. 

 

   
 

 

 

먹고 마시는데 쓰고, 저장하고, 운반하고, 위생 문제까지 해결해주는 바가지. 인류사에 길이 남을 발명품 자루바가지. 그것을 데모에 결합하면 참신하기 그지없다.

 

 

 

 

자루바가지를 데모에 접목하면 아래와 같은 신세계를 경험할 수 있다.

1. 촛불 집회 시에도 사용 가능하다.

2. 다양한 색상이나 무늬를 택하거나 직접 그려넣을 수 있다.

3. 예쁜 언니 오빠에게 물 한잔 청할 수도 있다. 지나가는 과객인데 물 한잔...

4. 밥을 얻어먹을 수도 있다. 

5. 방수 기능과 충격 방지 기능이 있어 비올때 헬멧으로 쓸 수 있다. 단, 대두일 경우 OTL. 

6. 즉석 단체 미팅시 짝짓기 도구로 사용할 수 있다. 

7. 소음 유발 효과가 커 경찰 소음기를 제압할 수 있다.

8. 캡사이신 용액을 방어할 뿐 아니라, 되돌려 줄 수도 있다. 

9. 재활용이 된다. 집에 가져가서 등목할 때 사용하다가 데모할 때 또 들고와라.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종이컵은 이제 그만.

10. 언론도 대중도 촛불에 식상해한다. 십 몇 년 째 이러고 있다. 변화를 통해 눈길을 끌 수 있다.

 

자루바가지를 데모에 활용해서 얻게되는 이득을 나열해봤다. 도무지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이 제안이 공개되는 순간 이 정권에 의해 자루 바가지 판매가 금지되기 전에 한시 바삐 물량을 확보해야 할 것이다. 자루바가지 생산업체를 사수하자. 당장 주문하자. 

가격도 저렴하다. 특대 사이즈 자루바가지가 온라인 최저가 1,600원 선에서 판매되는 것 같은데, 근래의 도심 주말 시위가 2~3만 명이 모이므로 대량 구매를 통해 1,000원 이하로 물건을 받아오고 그것을 1,000원 정도에 판매하여 투쟁기금에 보탤 수도 있다. 

단언컨대 자루바가지는 데모의 신기원을 이룩할 가장 완벽한 물질이다.

 

글/정홍준 (사회민주주의 센터 회원)

이지니 기자  luxji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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