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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종에 의한 지구 지속가능성의 최초 위협[호모 코오퍼티쿠스2] 지구 46억년 역사와 인류

6500만 년 전 지구를 때린 돌덩어리의 출처가 어디인지 확정하긴 힘들어도 세 곳 중의 하나임은 거의 확실합니다. 6500만 년 전 지구를 가격한 그 소행성이 태양계의 세 지역 가운데 어디에서 비롯했는지는 지금으로선 알 수 없지만 중요한 사실은 지구란 행성이 끊임없이 운석과 소행성의 세례를 받았다는 점입니다. 단적으로 곰보인 달 표면을 보면 행성에 운석이 얼마나 많이 떨어지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달은 지구의 위성으로 분류돼 있지만 원래 지구와 대등한 태양계 행성의 하나였습니다. 두 행성이 충돌한 결과로 ‘달의 몰락’이 일어났습니다.)

가운데가 찌그러진 타원 모양으로 태양을 둘러싸고 있는 오르트구름은 태양계가 안정된 이후에는 운석의 중요한 출처입니다. 태양이나 행성이 되지못한 채 태양계 외곽에서 떠도는 먼지와 가스, 돌덩어리들이 운석의 재료입니다. 여기까지가 태양의 인력이 미치는 범위입니다. 오르트구름 속의 운석은 태양을 향해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태양의 인력을 뚫을 힘을 받는다면 태양과 반대 방향으로 길을 떠날 수도 있습니다. 물론 거의 대다수는 태양 쪽을 향하게 됩니다. 여기서 드는 궁금증은 오르트구름이란 형태로 큰 동요 없이 제 자리를 지키던 돌덩이들이 어떻게 지구에 도달하게 되었나 하는 것입니다.

초기에 불덩어리였던 지구는 식는 동안 무수히 많은 운석들의 내방을 받았습니다. 태양계 생성의 초창기엔 주변에 워낙 떠다니는 돌들이 많아서 운석공습이 일상적이었을 것입니다. 태양계 상황이 정리되고 어느 정도 안정기에 접어든 이후에는 나음대로 규칙적인 빈도를 갖게 됩니다. 지구의 불청객들 가운데는 대멸절을 초래한 6500만 년 전의 운석이 가장 유명하지만 최근 사례로 20세기 초반에도 우주로부터 꽤 큰 돌이 날아와 지구를 위협했습니다. 1908년 시베리아 퉁구스타 지역에 떨어진 운석은 툰드라 삼림을 다 태웠고 휘황찬란한 빛으로 멀리 유럽의 밤까지 밝혔다는 관측이 전해집니다.

 

‘불청객’이란 표현을 쓰기는 했지만 지구 외부에서 날아온 돌이 꼭 나쁘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많은 천체물리학자들은 운석이 지구에 생명과 물을 전해줬다고 보고 있습니다. 대멸절을 일으키는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동시에 물이나 아미노산 등 생명의 기원이 되는 여러 물질을 이 소행성이나 운석들이 가져다주었다는 추측입니다.

대멸절에 대해서도 당하는 생명 종들의 입장에서는 형언하기 힘든 비극이지만 지구 차원에서는 꼭 나쁘지만은 않다는 견해가 있습니다. 빈도가 적당하기만 하다면, 매너리즘에 빠진 지구 생태계를 건강하게 유지시키는 필요한 자극이라는 생각이지요. 컴퓨터를 네트워크에 연결한 채로 오래 작업했다고 칩시다. 퇴근하면서 끄지 않아 계속 부팅된 상태인 컴퓨터는 바이러스가 아니라도 예기치 못한 에러에 노출되곤 합니다. 뚜렷한 이유 없이 작업환경이 느려집니다. 고민할 필요 없이 이때 과감하게 한번씩 리셋해주면 컴퓨터 운영환경이 훨씬 더 깔끔해집니다. 대멸절을 그렇게도 이해할 수 있습니다. 가끔 생태계에도 리셋이 필요하다는.

그럼 어떤 빈도로 돌들이 떨어져야 좋은 걸까요? 당연히 과하지도 덜하지도 않게, 적당해야죠. 오르트구름에서 어떤 이유로 운석들이 지구를 향해, 즉 태양계의 중심 방향으로 출발했다고 칩시다. 돌덩이들이 태양에 끌려가다가 우연찮게 진행궤도상에 지구가 있으면 지구로 떨어지게 됩니다. 확률게임인 것입니다. 그런데 단지 확률에만 의지한다면 지구는 너무 많은 운석에 얻어맞아 피투성이가 되고 말 겁니다. 다행히 지구에는 든든한 보디가드가 있습니다. 목성입니다. 목성의 무게는 지구의 318배입니다. 따라서 인력이 그만큼 크기 때문에 적잖은 운석들과 소행성들을 목성이 흡수합니다. 목성은 지구의 수호천사인 셈입니다. 목성 인력권에서 빨려 들어가지 않은 돌들이 와서 우연찮게 지구를 때리게 됩니다. 너무 자주 지구를 때리면 지구는 생명이 살기 힘든 행성이 되고 너무 가끔 오게 되면 외계 물질이 충분히 공급되지 않아서 지구가 아름답고 푸르고 다양한 생물이 넘쳐나는 행성이 되지 못했을 겁니다.

다시 한번 의문이 생깁니다. 얼마만큼 자주 오는 게 좋을까. 결과론적 해석이지만 (인간 종의 입장에서) 지구 우리 지구에 적용된 이 빈도는 아주 적당한 것으로 사료됩니다. 놀라운 사실은 이 적당함이 매우 정교한 우연에 의거했다는 점입니다. 지구에 운석이 도래하는 빈도와 관련해 목성(과 토성)의 역할은 이미 말씀드렸습니다. 말하자면 수요의 분산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공급 자체가 조절되고 있다는 견해가 존재합니다.

태양(계)은 ‘우리 은하’ 내에서 무수히 많은 별들 가운데 하나입니다. (우주에는 셀 수 없이 많은 은하와 별들이 존재합니다. 지구상의 모래알보다 우주에 존재하는 별(태양 같은 항성)이 더 많다고 하니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갑니다.) 태양은 우리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대략 2만6000광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알다시피 우리 은하는 대다수 다른 은하들과 마찬가지로 나선형 회오리 모양입니다. 태양은 우리 은하의 중심을 공전합니다. 공전주기는 대략 2억2600만년으로 추정됩니다. 블랙홀로 예상되는 우리 은하의 중심을 태양이 공전하면서 다른 별들을 스쳐 지나가게 됩니다. 여기서 스친다는 표현은 어떤 형식으로든 상호 중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의미입니다. 그때 생긴 미묘한 힘의 변화가 오르트구름 내 운석들을 움직이게 만드는 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서울 도심의 명동을 걸어간다고 칩시다. 번잡한 시간이라면 오며가며 행인들과 어깨를 부딪치겠지요. 반면 강원도 횡성의 어느 산촌에서 산책한다면 서로 어깨가 닿기는커녕 사람구경조차 하기 힘들겠지요.

만일 우리 은하 내 태양의 공전궤도가 지금과 달랐다면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요? 태양이 더 많은 별들을 스치거나, 더 적은 별들을 스치게 되고, 따라서 오르트구름에 미치는 힘이 달라져 오르트구름에서 출발하는 운석의 숫자가 더 많아졌거나 더 적어졌을 겁니다. 운석의 공급 자체가 더 늘어났거나 더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지금 인류가 지구라고 이름붙인 행성에 도래하는 운석과 소행성의 숫자가 우리 은하 내 태양의 위치에 의해 어느 정도는 ‘사전에’ 결정됐다는 얘기입니다.

태양이 우주에서 특별히 눈에 띄거나 주목할 만한 별이 아니라는 데는 이미 의견이 모아진 듯하지만 살펴본 것처럼 많은 우연의 중첩이란 지구와 관련한 ‘설계’는 매우 특별해 보입니다. 지구를 둘러싼 자기장의 크기, 상대적으로 큰 달이란 위성의 존재 등 특별한 설계의 정교함은 혀를 내두를 지경입니다.

그렇다면 ‘은하철도 999’를 타고 안드로메다를 향해 가는 철이가 안드로메다에서, 혹은 안드로메다와 우리 은하 외에 수십 개 은하를 합한 이른 바 국부은하를 넘어 전 우주에서 우리 어머니 지구(락 밴드 감마레이가 ‘To The Mother Earth’란 제목의 노래에서 말한 바로 그 ‘어머니 지구’)와 흡사한 행성을 찾을 확률은 얼마나 될까요. 미래의 인류에게 주어진 유일한 희망이란 어머니 지구와 흡사한 행성을 우주 어딘가에서 찾아 대이주를 결행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습니다. 지금의 전 지구적 위기를 인류가 스스로 해결할 능력 또는 의지가 없다는 전제하에서 하는 말이겠지요. 지구에게 부여된 수많은 우연들과 인류의 과학기술 발전 속도를 고려할 때 영화 <아바타>에서처럼 그 희망이 실현될 가능성이 물론 없지는 않겠지만, 결코 높지는 않아 보입니다.

당장은 수많은 우연들을 기적처럼 쌓아내 인류의 터전이 된 어머니 지구의 현재를 보위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미래에 대비하는 훨씬 더 현실적이고 지혜로운 방책일 겁니다.

 

46억년 지구의 역사에서 인간 또는 인간 비슷한 것이 약 500만 년 전쯤 출현하고, 인간과 비슷한 것들 가운데 마침내 지금의 인간 종이 등장해 지구상에서 번성할 기회를 갖게 됩니다. 현생 인류가 아프리카에서 유래했다는 게 인류학에서 말하는 아프리카 기원설입니다. 인류 공통의 고향 아프리카에서 힘겨운 삶을 영위하던 우리 공통의 조상은 어느 순간 마침내 용감하게 (아마도 환경변화로 인해) 아프리카를 탈출합니다. 인류학에서 말하는 ‘아웃 오브 아프리카(Out of Africa)’입니다.

아프리카에서 벗어나 중앙아시아에 정착한 게 지금으로부터 4만 년 전의 일입니다. 그때 그곳에 첫발을 내딛은 ‘사람’은 현재 카자흐스탄에 사는 ‘니야조프’라는 사람의 2000대조 할아버지가 됩니다. 유전자 연구를 통해 밝혀진 인류의 족보입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족(族) 중 일부는 중앙아시아에 남고 일부는 또 여행을 떠납니다. 뿔뿔이 흩어져 유럽으로 가고, 아시아로 가고, 또 일부는 베링해를 건너 아메리카 원주민의 조상이 됩니다.

‘아웃 오브 아프리카’족(族) 가운데 가장 유명해 진 게 유럽으로 간 일파입니다. 아프리카를 떠나온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 가운데서도 이들은 독자적인 이름을 얻습니다. 바로 크로마뇽인입니다. 발견된 동굴이름을 따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크로마뇽인들은 그들의 선배에 해당하는 네안데르탈인들과 경쟁해 살아남습니다. 크로마뇽인은 네안데르탈인을 잡아먹기도 한 것으로 전해집니다. 호리호리한 크로마뇽인이 근육질의 네안데르탈인을 멸종시키고 호모 사피엔스 사피엔스를 지구의 지배자로 등극시킵니다.

그러고도 더 많은 세월이 흘러 비로소 문명 비슷한 게 발흥합니다. 문명의 시작은 지금으로부터 얼마를 올라가야 할까요. 최소한의 ‘사람다움’이 관철되는 수준을 기준으로 한다면 한 5000년 정도일 겁니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존속한 제국 이집트 왕국은 3000년의 역사를 자랑합니다. 대략 BC 3000년에서 로마에서 아우구스투스가 제정을 열 무렵까지로 보면 됩니다.

지금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을 연상할 수 있을 정도의 문명이 틀을 잡기 시작한 시점은 17~18세기 산업혁명기라고 보는 게 무난하겠지요. 500만 년 전부터 4만 년 전까지는 ‘호모’들 간에 인간의 대표종이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있었지만 생활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겁니다. 1만 년 전쯤이면 현생 인류가 세계 전역에 정착하게 됩니다. 바다를 건너 호주에도 인류가 도착해 있었습니다. 언어, 국가, 농경 등 문명의 형태를 갖춘 게 약 5000년 전이고 그 이후 17~18세기까지 인류의 삶은 큰 변화를 겪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 불과 수 백 년 만에 인류는 크나 큰 변동에 직면합니다. 인류 뿐 아니라 지구도 심각한 변화에 노출됩니다. 특히 20세기를 거치면서 인류와 지구가 경험한 변화는 어떤 의미에서든 매우 극적인 것이었습니다. 인간 삶의 질만 놓고 본다면 그 변화를 고무적으로 평가할 수 있겠지요. 물론 아직도 1만 년 전 인류와 비슷한 생활수준을 유지하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습니다. 그러나 산업화한 지역에서 대체로 지금 우리가 누리는 의식주의 수준은 옛날 왕족이나 귀족이 접근할 수 있었던 것보다 훨씬 높습니다. 46억 년 전 지구가 탄생하고 38억~40억 년 전 처음 생명의 징조가 엿보인 이래 인류는 가장 풍요로운 삶을 구가하는 생물종이 된 것입니다.

농업혁명과 산업혁명에 이어 정보기술(IT)혁명을 거치면서 지구 역사상 처음으로 지구운명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생명종이 됐습니다. 자외선을 막아주는 오존층에 구멍을 내고, 북극과 남극 빙하를 녹여 해수면을 높이는 등 지구 기후와 생태계를 자력으로 바꾼 최초의 생명종이 인간입니다. 의도하지 않은 변화였고 무지의 소산이었습니다. 인간종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투쟁이었지만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위협하게 됐습니다. 인간은 일시적으로 지구라는 독립변수에 영향을 미치는 아주 특수한 유형의 종속변수일 수 있지만, 항상 지구의 종속변수로만 존재할 것입니다. 지구의 지속가능성을 침해하면서 인간은 제가 버티고 선 지반을 스스로 무너뜨리기 시작했습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csr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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