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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소득론 찬성 : 청년을 사로잡는 기본소득 (2)기본소득 청소년 네트워크

<기본소득론 찬성 : 청년을 사로잡는 기본소득 (1)>에 이어서

2. 청년의 기본소득 정치

청년 세대는 무한경쟁의 사회에서 자랐다. 우리는 국가 주도하의 경제 성장도, 연대와 조직화를 통한 민주화도 겪어본 적 없으며, 전통적 공동체가 이미 사라진 사회에서 자랐다. 그나마 97년 아시아 금융위기 이후로는 ‘정상적 4인 가족’의 구성마저 깨지기 시작했다. 한마디로 타인을 경쟁 상대로 느끼고 가족은 부양해야 할 업보로 여기는 부정적인 개인주의가 팽배해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정한 ‘사회적 모델’을 당위로 비전을 제시하는 대안은 청년들에게 공감을 얻기 어렵다. ‘사회’라는 것 자체가 내 삶의 변화로 와 닿지 않고, ‘연대’를 통해 그것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불가능하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한편 개인의 노력에 따른 성공을 비전으로 제시하는 시장 이데올로기는 승승장구해왔다. 2000년대 초반 베스트셀러를 휩쓸었던 자기계발 서적, 그와 다를 바 없는 온갖 힐링 서적들의 선전이 이를 증명한다. 계급적 정체성보다는 세분화된 소비 기호의 취사선택을 통해 남들과 차별화되는 자아가 더 중요한 세대인 것이다.

이와 같은 맥락에서 개인의 삶과 직결되는 상상을 불러일으키는 진보적 의제라는 점은 기본소득의 큰 장점이다. 청년들은 내 삶을 변화시킬 수단으로서 기본소득에 일차적으로 매력을 느낀다. 그리고 그것의 현실 가능성을 점쳐볼 때 사회 전체의 자원 재분배 방식이 자신의 삶과 직결되어 있음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지점에서 기본소득 운동을 통해 사회에 대한 입장을 내놓고 미래를 타인과 함께 구성해보고자 하는 노력이 시작된다.

우리가 뽑아본 과제들은 아래와 같다.첫째, 정책 패키지를 개발해야 한다. 기본소득은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앞서 말한 생태적이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기본소득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다른 정책들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는 먼 미래에 대한 구상으로 느껴지는 기본소득을 현재화하는 작업이기도 할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 사회에서 가장 골머리를 앓고 있는 주거 문제와 교육 문제는 기본소득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오히려 기본소득이 주거 비용에 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거나 사교육 문제를 심화할 수도 있으므로, 이를 고려한 정책이 필히 동반되어야 한다.

또한 교통, 통신, 의료 등의 사회 서비스의 공공성을 강화하고, 투명하고 단순한 시민 공론장과 정책 합의 테이블을 마련하는 것도 필요하다. 기본소득은 막대한 예산을 필요로 하는 거시 정책인 만큼 다양한 영역의 주체들이 협업해서 구체적인 청사진을 그려야 사회적 합의를 이루어낼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각계의 전문가 집단에 기본소득을 알리고 네트워크를 형성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둘째, 생태적인 삶의 실험에 대한 수집이 필요하다. 앞에서 소개한 것처럼 실험적 삶의 방식을 시도 중인 사례들을 꾸준히 수집해야 한다. 기본소득의 필요성에 대한 당위는 신자유주의하의 현황에서 찾아낼 수 있지만, 다양한 삶의 실험의 성공 사례와 탄탄한 시민사회는 기본소득이 시행될 수 있는 근거가 되어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기본소득을 이야기할 때 일부 수급자에 대해 ‘베짱이’라는 비유를 쓰고는 한다. 나는 이것이 늘 마음에 걸린다. 기본소득이 사람들을 경쟁 모드에서 협동 모드로 전환하는 버튼을 눌러주기를 바라는바, 이를 위해서는 다른 사회 구성원들에 대한 신뢰가 필수적이다. 모든 사람들이 각자의 뛰어남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있으며 언제나 나의 협업 파트너가 될 수 있다는 것이, 기본소득이 있는 사회의 전제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신뢰가 사회에 스며들 때 비로소 노동 및 생산 패러다임의 전환과 태도의 변화, 그리고 기본소득의 도입을 이루어낼 수 있으리라 믿는다.

 

* 다음은 백희원 위원의 발제 후, 각 패널들과의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편집자>

 

   
▲ 사진 설명: 발제중인 백희원 위원

 

패널 정강길 : 청년의 입장에서 기본소득을 받아들이는 이유에 대해서 말씀해주셨다. 말씀하신 것 중에 하나가 생태운동을 말씀해주셨는데 생태의 개념, 생태학 운동. 생태학 운동이 갖고 있는 철학, 생태 경제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지는 좀 더 이해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생태주의에도 심층생태주의가 있고 생태적 낙소주의가 있고 다양한 운동의 포지션이 있다. 말씀하신 부분은 생태운동과 결합했을 때 구체적으로 어떤 걸 얘기하는 건지 답변 부탁드린다.

패널 정승일 : 저는 질문 겸 좀 비판적인 얘기를 하려고 한다. 백희원 위원이 얘기하는 내용에서 청년들의 경우 개인의 자유, 즉 선택의 자유가 중요하다는 것이 핵심인 것 같다. 비판적으로 얘길 하자면 선택의 자유를 가장 강요하는 사람이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신자유주의인 원조 사상가다. 그 는 ‘선택의 자유’를 가장 강조한다. 말하자면 교육 시장에 국립대학도 있고 사립대학도 있으며, 그 중 사립대학 등록금을 어떤 대학은 100만원 받고 또 어떤 대학은 1000만원을 받는다. 이처럼 다양한 선택을 허용해야한다, 그래야 ‘선택의 자유가 있는 것’ 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미국내 대학의 공립화를 주장하는 좌파들을 일종의 획일주의라고 비난했다. 모두 선택의 자유를 막는 행위라는 것이다.

이에 대해 좀 전에 강남훈 교수가 답을 이미 주신 것 같다. 교육이나 주택이나 아니면 의료 등의 부분에서는 선택의 자유라는 것이 존중되는 것이 꼭 바람직한 것이 아니다. 필수 공공제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연봉이 4~5천만원 되는 사람들의 눈높이에 맞는 공공임대 주택을 짓는다고 가정하다. 거기에 들어오려면 들어와라, 권리 주고, 선택의 자유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안 들어 온다. 그래 그건 이건희의 선택이니까. 돈이 많으니까 사립대학 가라는 것이다.

신좌파의 철학이 상당부분 신자유주의 경제학과 결합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방금 전에 발표하신 분의 얘길 쭉 듣다보면 계속해서 현물이 아니라 현금소득을 얘기를 했다. 현금과 현물을 나누는 것이 쉽지 않다. 기본소득론을 얘기 하는 분들이 가장 호소력을 갖는 게 현금에 대한 이야기다. 청년들에게 30~50만원 현금을 준다는 것이다. 이 현금으로 데이트 하는데 쓸 수 있고 월세에 보탤 수도 있고 이것저것 다 할 수 있다. 얼마나 좋은가.

만약 현금을 주는 게 아니라 현물로 줄 경우, 가령 50만원을 주는 게 아니라 50만원씩 내야 하는 원룸을 모든 대학생들에게 주겠다. 근데 디자인은 다양하게 할 수 있다. 위치와 디자인은 선택할 수 있다. 공공에서 너희들이 50만원을 절약할 수 있게끔 하겠다. 부모의 집에서 독립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는 것이다. 이게 서구의 사회민주주의의 철학이다. 그런데 이것만 가지고는 생활이 안된다. 용돈도 필요하고 술도 마시고 데이트도 하고 담배도 피워야 하니까 이것까지 정부가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으니까 그건 현금으로 주겠다는 것이다. 옷이나 책 이런 건 개인의 선택의 문제지 이걸 일률적으로 보급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그런데 지금 발표하신 분은 이 양자 간의 차이를 무시해버리고 모든 걸 다 현금에 대해서로 한정지어 얘기하셨다. 내가 보기엔, 이 부분이 기본소득론이 굉장히 강한 호소력을 갖고 있는 동시에 완전히 시장주의적인 맹점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걸 시장에서 현금을 갖고 구입하는 체제가 되는 거고 공공서비스라는 게 현물서비스라는 게 무의미하게 되는 것이다. 이게 바로 밀터프리먼이 얘기한 신자유주의다. 그렇기 때문에 밀터프리드먼이 우파적인 버전의 기본소득론을 강력하게 주장했던 것이다. 이런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답변 부탁드린다.

패널 강남훈 : 청년들에게 있어 대학교가 선진 복지국가들처럼 공립대학으로 주립대학이 되어 거의 공짜로 대학 교육이 제공된다고 해보자자. 그렇다면 지금 복지국가의 전통적인 시스템에서는 학생수당, 졸업 후에는 구직수당, 실업수당 등 각 수당을 지급한다고 이야기 했다. 다만, 이런 형태로 지급되는 청년 수당이 기본소득의 형태로 바뀌는 것이 바람직하다 생각한다.

대학교 학비까지 무상으로 제공되는 마당에 학생수당만 제공한다는 건 대학교에 다니지 않는 청년들에 대해서 부당하게 역차별이 되는 측면이 있다. 게다가 실업수당, 구직수당 등은 구직활동을 하는 것을 증명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에 바로 그 점에서 기본수당 형태로 일괄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훨씬 좋다고 본다. 정강길 선생님의 말처럼 순서에 따른 단계적 문제이긴 하지만, 바로 그 점에서 양 자간이 차이가 있을 것 같다. ‘기본소득’과 ‘사민주의’가 만날 때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더 집중적인 토론이 필요할 것 같다.

발제자 백희원 : 생태교육의 운동과 철학에 대한 설명을 더 요청하셨다. 이 부분은 제가 공부를 더 해야 할 것 같다. 기본적으로 생태경제학에서 기존 경제학과 다른 부분은 주체에 국가와 시장을 두는 게 아니라, 시장 민간주체로서 기업이 주체인 시장을 두는 게 아니라 제 3섹터라는 시민사회의 영향을 굉장히 강조한다는 것이다. 지역 차원에서 지역 공동체를 발전시키고 개인적인 삶의 영역에서 실천하는 부분을 녹색당 운동을 보면 지역에 사는 사람들끼리 아까 언급했던, 이케아든 지마켓에 있는 조립식 가구든 그걸 소비하는 게 아니라 지역 내에서 지역 경제 속에서 목공하시는 분을 찾아서 내가 원하는 가구를 설명하고 10~20년 쓰고 싶은데 만들어주셨으면 좋겠다고 주문한다.

이런 식의 다른 삶의 양식을 시도할 수 있어야 지역 공동체 내에서의 소비가 촉진되고 순환이 되고 그러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기여가 되는 사회가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렇지 않으면 기본소득이 위험한 방향으로 흘러 갈 수도 있다.

정승일 선생님이 밀턴 프리드먼이라는 경제학자를 언급하셨는데 그때의 자유의 경제는 시장의 자유고, 시장의 자유는 자본의 자유였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제가 말하는 여기에서의 ‘개인’이라는 건 다시 고전적인 개인으로 돌아가서 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개인을 얘기하는 거고 사회에서 소통하는 시민으로서의 개인을 얘기하는 것이다.

아까 정승일 박사님께서 국가가 기본소득에 대해 현물로 지급하는 게 더 낫다고 말씀하셨는데, 예를 들어 주거 같은 부분에선 저도 동의한다. 교육이나 주거 문제 의료 문제 같은 경우엔 공공성 강화를 통해서 제도적으로 보안을 하지 않으면 기본소득만으로 해결될 수 없는 문제들이기 때문에 같이 얘기가 돼야 할 것 같다고 발제문에 썼다. 하지만 정승일 박사님 얘기 들으면서 든 생각은, “너무 국가 통제가 강한 강력한 공공성 강화가 아닌가? 국가는 통제할 수 있는 힘을 어디서 얻지? 세금으로 얻나? 그럼 세금은 어디서부터 나오나?” 그런 생각을 하다보면 그것도 약간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다.

또 이때 시민은 어려운 문제에 대한 해결책 같은 것들은 전부 국가에게 떠넘기게 되는 것 아닌가 생각도 들었다. 너무 멀리 간 얘기 아니냐고 하실 분들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그렇게 될 경우 국민은 어떤 정책 소비자로만 남게 될 것이다. 그게 과연 우리 청년 사회가 추구해야 할 사회인가?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앞으로의 생태문제나 초국적 기업 같은 거대한 문제들에 대해서 정부는 너무 많은 이익관계에 얽혀있다. 특히 국민보다는 기업 쪽에 이익 관계로 얽혀 있기 때문에 이걸 잘 풀어낼 주최가 될 수 있을지에 대해 저는 회의적으로 바라본다. 그런 의미에서 민간에서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자율적인 능력을 길러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런 관점에서 사회적 경제를 얘기 했던 거고 또 개인에게 기본소득을 통해 시간을 돌려줌으로서 가치가 중심적이 되는 다른 활동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는 점이 당위적으로도 매력적이고 미래를 생각하는 청년의 욕망의 입장에서 되게 매력적이지 않나 얘기를 하고 싶었다.

기존의 복지 답론이나 진보 답론에서는 ‘필요’를 많이 얘기 하는 것 같은데, 저는 설령 위험하게 들린다 해도 ‘욕망’에 대해서 얘기하길 꺼려하면 안 된다는 생각이다. 많은 사람들이 신자유주의를 너무나 불합리하고 나쁜 체계라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년.. 30년 동안 세계를 지배하고 실제로 지금까지 많은 곳들에 스며들어 있는 건 선택의 자유라는 언어가 굉장히 매력적이어서가 아닌가 한다. 저는 기본소득이라는 아젠더를 사람들에게 매력적으로 보이게 하고 알리고 있는 그런 단체의 운영위원회로서, 이 언어를 우리의 것으로 갖고 오는 거에 있어서 굳이 지체해야할 이유가 뭐가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글/백희원
기본소득청‘소’년네트워크 운영위원

 

이소연 기자  luxji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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