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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가치와 비재무가치의 동시 추구 (1)

 

이제 지속가능경영 이야기를 해봅시다. 지속가능경영을 흔히 재무적인 가치와 비재무적인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것이라고 합니다. 그냥 지속가능경영이 아니라 명성을 획득할 수 있는 지속가능경영이 돼야 합니다. 역으로 지속가능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이라야 명성이 따라옵니다. 반면 재무부문에 대한 관리 혹은 통제가 전혀 이뤄지지 않은 던컨 같은 기업이 있다면 그 기업이 획득한 명성은 신기루에 불과할 것입니다.

재무적인 가치와 비재무적인 가치를 균형 있게 추구하는 지속가능경영은 앞에서 논의한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을 기업에 적용한 것입니다. 현세대의 개발이 후대의 적정 개발역량을 침해해서는 안 된다는 지속가능발전의 개념은 결국 기업에는 ‘going concern’으로 환원될 수 있습니다. (지속가능발전에서 말한 세대 내의 양극화 문제와는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나중에 살펴보겠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국가경제로 돌아가 먼저 잠재성장률 이야기를 해봅시다. 잠재성장률은 어느 국가 등이 자본과 노동을 모두 투입해서 도달할 수 있는 성장 수준입니다. 물가상승압력을 초래하지 않고 성장할 수 있는 최대치이기도 합니다. 공급측면에서 국민소득을 파악한 것으로, 생산함수로 알려진 Y=f(L, K)라는 산식이 말하는 내용이지요. (Y는 생산량, L은 노동, K는 자본입니다. 여기에 기술혁신 등이 포함된 총요소생산성이란 개념까지 추가되지만 논의에는 영향이 없으니 생략합니다. 지출측면에서의 국민소득은 Y=C+I+G+(X-M)으로 정의됩니다. C는 소비, I는 투자, G는 정부의 지출과 투자이며, (X-M)은 (수출-수입)을 말합니다.)

어느 나라의 잠재성장률이 과거 7~8%였다가 4~5%로 떨어졌다고 가정합시다. 어떤 이유가 있을까요. 당장 노동공급이 줄어든 상황을 생각해볼 수 있겠습니다. 저출산이 계속돼 노동시장에 진입하는 새로운 일꾼이 줄어들었을 때입니다. 기업 입장에서는 자동화를 강화하는 것으로 이 문제에 대처하겠지만 그래도 꼭 필요한 숫자는 확보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즉 설비가 충분해도 돌릴 사람이 없으니 생산량이 줄어들 겁니다. 다른 측면에서는 일을 해 돈을 벌어서 그 돈을 쓸 사람이 줄어드니 비례해 기업의 판매량도 감소합니다. 내수 감소에 대응해 수출로 기업이 활로를 모색하는 방법이 있겠지만 이때는 국외 변수에 국내 경기가 너무 좌우돼 변동성이 커집니다. 외환위기 이후 한국경제가 걸은 길이지요.

자본이 생산적으로 쓰이지 않는 경우를 상정할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처럼 상황이 불확실해 기업들이 그냥 현금을 쥐고 있다면 생산량이 감소합니다.

이처럼 생산부문으로 돈이 돌지 않는 상황에서는 정부가 재정을 투입해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많이들 하는 방법입니다. 반면 과열이다 싶을 때는 정부가 세금을 더 거둬들이거나 금리인상 등을 통해 통화량을 줄여 시장에 유입되는 자본을 조절할 수 있습니다.

전자는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 상황이고 후자는 실질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넘어선 상황입니다. 정부는 가능한 잠재성장률만큼 성장하려고 애를 씁니다. 호황은 좋은 것입니다. 그러나 한 경제권에 지금 문제를 일으키거나 나중에 문제를 일으킬 과도한 성장, 즉 잠재성장률을 넘어선 호황은 지속가능한 성장이 아닙니다.

이 같은 성장은 잠재성장률 자체를 갉아먹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제가 대학교에 진학할 때 체력장이란 걸 쳤습니다. 체력검정시험인 셈이죠. 그때 꼭 이런 친구들이 있었습니다. 오래달리기 종목에서 예컨대 다섯 바퀴를 돌아야 하는데 출발하자마자 전력질주하는 친구. 순식간에 두세 바퀴를 확 돌아버리고는 숨을 헐떡거리며 그 자리에 주저앉아 버립니다. 체력장에서 좋은 점수를 받으려는 의지가 별로 없는 친구들입니다.

좋은 점수를 받으려면 당연히 자신에게 맞는 속도로 꾸준히 달려 완주해야 하겠지요. 반면 너무 느리게 뛰면 완주할 수 있겠지만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하겠지요. 결국 자기 신체능력에 부합하는 속도를 알고 그 속도로 뛰는 사람이 최선의 선택을 한 것입니다. 그 사람이 오래달리기에서 1등을 할지는 알 수 없지만 가장 지속가능한 달리기를 한 점은 인정받아야 하겠지요.

특정인이 어떤 속도로 뛰는 게 최적이라는 과학적인 분석이 나올 수 있고, 이때 특정인을 국가로 보면, 속도가 성장률이고 최적의 속도가 잠재성장률입니다. 그보다 더 빠르게 혹은 더 느리게 뛰면 앞서 얘기한 국가경제의 문제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정부는 성장은 ‘최적’으로 진행하면서 성장기반, 다르게 얘기하면 잠재성장률 자체를 끌어올리려고 노력합니다. 달리기로 비유하면 현재 어떤 사람이 가장 빨리 달리면서 그 상태를 계속 유지할 수 있는 ‘적정 달리기 속도’가 15Km/h라면 실제 시합에서는 더 속도를 내지 말고(속도를 덜 내는 건 이상하겠죠?) 당연히 15Km/h로 달려야 하겠지만, 평소에는 체력훈련을 열심히 해서 ‘적정 달리기 속도’를 15Km/h에서 예를 들어 17Km/h로 끌어올리려고 애쓰는 것과 동일합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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