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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도라 던컨과 "going concern"

 

이사도라 던컨. 모르긴 몰라도 무용가를 한 명 들라고 하면 사람들 입에서 가장 먼저 튀어나올 확률이 높은 이름입니다. 현대무용의 출발점이라고 합니다. 던컨은 삶뿐만 아니라 죽음으로도 유명합니다. 정확하게는 죽는 방식이겠지요. 50살이 된 1927년에 두고두고 회자되는 극적인 죽음을 맞이합니다.

던컨이 베니스에서 우울한 말년을 보내고 있을 때였습니다. 살던 집에서 쫓겨나 곧 거리에서 잠을 자야 할지도 모를 곤궁한 형편에 몰려 있었습니다. 던컨은 문란한 사생활로 악명이 높았습니다. 자유로운 영혼에 따라다니는 자유분방한 연애. 던컨은 끊임없이 사랑에 빠졌습니다. 아무리 힘든 상황에 처해도 남자를 찾곤 했습니다. 죽기 직전 심각한 곤경에 처했을 때도 던컨은 막 새로운 로맨스를 만들려고 하던 참이었습니다. 사실 세기의 무용가 이사도라 던컨의 마지막에 동행한 남자는 별 볼품없는 남자였습니다. 단지 던컨보다 20년 이상 나이가 어리다는 정도가 눈에 띈다고 할까요.

어린 남자와 데이트를 즐기기 위해 던컨은 한껏 멋을 내고 곧 쫓겨날 집의 현관을 나섭니다. 그때 목에 두르고 나온 게 유명한 그 스카프입니다. 말이 스카프이지 거의 담요 크기였습니다. 친구에게서 선물 받은 그 스카프를 목에 두른 채 연하의 정비공이 모는 지붕 없는 차에 탑니다. 상상하자면 아마 우아하고 멋지게 차에 올랐겠지요. 스카프 때문에 더 멋지게 보였을지도 모릅니다. 조수 속에 앉은 던컨의 목에 걸린 그 스카프의 한쪽 끝은 차 밖으로 기다랗게 늘어져 있었습니다. 멀리서 보면 바퀴 밑에서 구렁이가 튀어나와 던컨의 목을 감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겁니다. 붕, 하며 급가속으로 차가 출발하자 스카프가 바퀴에 말려들어갔고 순식간에 목이 졸린 던컨은 즉사했죠. 질식 정도가 아니라 아예 머리가 몸에서 떨어졌습니다. 현대무용의 시조이자 무수히 많은 20세기 초반의 명사들과 염문을 뿌린 팜므 파탈의 허망한 죽음이었습니다.

아담 스미스는 던컨 못지않게 유명세를 누리는 인물입니다. 사생활은 던컨과 정반대였으나 자기 분야에서 남긴 명성은 던컨에 못지않습니다. 던컨이 현대무용의 창시자라면 스미스는 경제학의 아버지로 통합니다.

1776년 스미스가 <국부론>을 발표할 시점에 거래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는 가격이었을 것입니다. 최초의 경쟁력은 가격 경쟁력이었고, 그 다음에 품질 경쟁력이 등장하겠지요. 같은 제품을 누가 더 싸게 공급하느냐와 같은 값에 누가 더 좋은 품질의 제품을 공급하느냐는 지금까지도 유효한 시장원칙입니다. 윤리경영이라는 말까지 나오려면 스미스가 죽고도 오랜 시간이 흘러야 합니다. 던컨이 살던 시대에도 윤리경영은 통용되는 경제용어가 아니었습니다. ‘싼 가격에 좋은 품질의 상품을 시장에 공급해 경쟁자들을 압도하면서도 그 과정이 비윤리적이어서는 안 된다’는 소망을 품은 기업가들이 의미 있는 숫자를 형성한 건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닙니다. 어쨌든 그런 소망을 오랜 기간 꾸준히 실천에 옮기면 그 기업에 명성이 쌓이게 됩니다. 그 기업은 가격이 ‘착해서’, 그 기업의 제품은 믿을 수 있어서, 그 기업은 제품을 포함해 일하는 사람들과 기업 자체까지 믿을 수 있어서 등으로 명성의 수준이 달라질 것입니다.

이것은 기업의 명성에 관한 얘기입니다. 예술가의 명성은 또 다른 얘기입니다. 던컨은 윤리적이지 않았고, 경제관념이 엉망이었죠. 예술가로서 또 무용가로 자부심이 강했기 때문에 굳이 갖다 붙이면 (무용의) 품질경영에는 신경을 썼다고 할 수는 있겠습니다. 그럼에도 만일 던컨이 기업이었다면 명성을 남기는 데 실패했을 겁니다.

기업의 명성은 개인하고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경영학 수업에서 기업은 대체로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이라고 정의됩니다. ‘수익만을 창출하는 조직’으로 의미를 한정한다면 논란이 일겠지만, 수익창출이란 말 자체가 틀린 건 아니라고 봅니다. ‘OO하는 조직’ 등으로 또 다른 정의들도 따라붙겠지요.

수익창출과 관련해 기업은 한번 수익을 내고 마는 조직이 아니라 계속해서 수익을 내는 조직이어야 합니다. 회계에서 기업과 관련한 중요한 개념들 중 하나가 ‘계속기업(going concern)’입니다. 감사에 나선 회계사는 해당기업을 계속기업이라고 상정하고 감사를 진행합니다. 뚜렷한 목적, 목적을 실행할 조직, 적절한 운영시스템, 그리고 수익을 계속 창출할 수 있는 구조가 갖춰졌다는 전제가 충족됐다고 보는 거죠. 기업과 다른 형태의 조직에서도 ‘going concern’의 원칙은 적용될 수 있습니다. 비정부지구(NGO) 등 순수한 동기의 사회단체가 ‘계속조직(going concern)’이 되려면 목적, 조직, 시스템 외에도 재생산(reproduction)구조를 갖춰야 합니다. 그래야 단체가 계속 존속할 수 있습니다. (물론 재원조달이란 문제가 있지만 기업에게 수익창출이 갖는 의미만큼 핵심적인 사안은 아닐 것입니다.)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이면서 ‘going concern’이 아닌 형태도 있습니다. 제가 아는 분 중에 어떤 분이 개인적으로 사람들 돈을 모아 펀드를 운영했습니다. 이 분 실력이 좋아서 수익률이 꽤 높았습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돈을 맡기려고 했습니다. 그러나 이 사람은 “한동안 해외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며 원금과 이익금을 투자자들에게 돌려주고 펀드를 청산했습니다.

자본시장에서 정상적으로 판매되는 펀드라면 펀드운영자가 갑자기 쉬고 싶다는 이유로 깨지는 일은 없겠지요. 만일 해당 펀드운영자가 그만 두면 누군가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하게 됩니다. 예로 든 펀드는 ‘going concern’이 아니라 언제든지 청산될 수 있는 프로젝트팀이라고 보는 게 맞겠습니다. 계주가 야반도주해 하루아침에 깨질 수 있는 계모임이라 불러도 무방하겠습니다.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단발성 프로젝트팀과 계속기업이 다른 점은 또 있습니다. 특정 기준을 충족하는 계속기업은 감사를 받습니다. ‘주식회사 외부감사에 관한 법률(외감법)’에 따르면 사업연도 말 자산총액이 100억 원 이상인 기업은 외부 감사인을 선임해 감사를 받아야 합니다. 그 비제도권 펀드 운영자는 회계법인 등 외부로부터 감사를 받지 않습니다. 수익을 창출하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지만 ‘going concern’이 아니며 자산 100억 원이 넘는 주식회사 아니어서 외감법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기업과 이사도라 던컨 사이의 공통점과 차이점은 무엇일가요. 공통점은 둘 다 ‘going concern’이라는 사실입니다. ‘going concern’으로 치면 던컨의 지속성이 훨씬 더 높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던컨의 ‘going concern’은 본인이 의도하지 않은 우발적인 것입니다. 던컨은 기복이 심한 삶을 살았습니다. 죽음뿐 아니라 삶도 아주 극적이었습니다. 던컨은 한때 많은 돈을 만지기도 했지만 수중에서 남아나지를 않았습니다. 하루는 화려하게 또 하루는 거지처럼 살았습니다. 던컨의 명성은 ‘going concern’이었지만 삶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러시안 룰렛 같은 인생이었습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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