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사회책임 사민주의
민주적 사회주의는 실체 없는 유령이다 (2)공산주의, 자유주의, 사회민주주의 - 차이와 쟁점 [2]

<민주적 사회주의는 실체 없는 유령이다 (1)>에 이어서

 

민주적 사회주의란 무엇인가
 
그러므로 <사회민주주의복지 자본주의인가 민주적 사회주의인가>라는 말이사회민주주의는 자본주의에 불과하고 따라서 사회민주주의는 결국 민주적 사회주의즉 슘페터가 말하는 의미에서의 사회주의(즉 공산주의)를 궁극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면그것은 공허한 이야기가 되고 만다
 
그것은 존재하지도 않는’ 공산주의를 최종 목표로 삼는다는 점에서 실현된 공산주의인 사회민주주의를 사실상 건너 뛸 수도 있는’ 것으로 간주하는 것이며 사실상 사회민주주의 체제를 폄하하는 것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윤도현 교수 청강후기의 저자는 나 개인적으로는 윤도현 교수 역시 사회민주주의의 최종 목표를 복지 자본주의를 넘어 민주적 사회주의에 대한 이상 실현까지 염두에 두고 있어서 상당히 반가운 마음이 들었다고 밝히고 있는데나는 청강후기의 필자가 최종 목표라고 주장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내용이 도대체 무엇인지 도저히 알 수 없기 때문에 (아니 역으로잘 알고 있기 때문에), 차라리 현재, ‘지금-여기에서 실현된 공산주의인 사회민주주의에 머무르고 싶은 욕망을 느낀다
 
임노동자 기금이 민주적 사회주의인가
 
사실 윤도현 강의 청강후기의 제목으로 나온 그 문구는 신정완의 복지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라는 책의 제목을 곧 바로 연상시킨다는 점에서 흥미롭다이 책에서 신정완은 칼레비로 대표되는 스웨덴의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를 분배에만 치중하는 복지 자본주의로 지칭하고(위의 책, 219), 반면에비그포르스의 사상적 전통에 따라 구상된 1970년대의 임노동자 기금안을 민주적 사회주의에 입각한 정책으로 평가한다
 
신정완의 이 저서는 스웨덴의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와 그 정치경제학을 명료하게 서술한 책으로서접하기 어려운 스웨덴 문헌들을 본격적으로 분석하고 있는 훌륭한 저서이며 읽어볼 필요가 있는 책이다이 책이 다루는 핵심 내용은 스웨덴의 임노동자 기금안이다이에 대해 간략히 요약해보자
 
임노동자 기금안은 전통적으로 스웨덴 노조(LO)가 강력하게 추진해온 연대임금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에서 등장했다연대임금 정책이란 동일한 노동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은 그들이 속한 기업의 수익성이나 임금지불 능력 수준에 관계없이 동일 임금을 적용받도록 하는 것을 말한다즉 동일노동동일임금 원칙에 입각한 임금정책인 것이다(위의 책, 27). 
 
이러한 연대임금 정책은 수익률이 높은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한다기업 수익률이 높으니 더 높은 임금을 요구하고자 하는 동인이 생겨나지만그렇게 되면 수익률이 낮은 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의 임금도 상승해야 하므로 임금인상 요구는 억제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따라서 연대임금 정책은 성장 잠재력이 높은 거대기업에게 유리하며 소수의 사적 거대주주들에게 주식재산과 경제적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한다는 문제가 또한 생겨났다(위의 책, 27).
 
임노동자 기금안은 이러한 배경 하에서 제출되었다임노동자 기금안의 골자는 기업 이윤을 적립하고 그 적립금을 임노동자 집단에 의해 집단적으로 소유·관리되도록 하는 것이다사실 이러한 제안은 매우 급진적인 것으로궁극적으로는 총체적 사회화의 길로 나아가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러나 스웨덴 국민은 이러한 기금 제도에 지지표를 던지지 않았다스웨덴 사회민주당은 자신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파트너였던 노동조합의 임노동자기금 제안 때문에 곤혹스러웠는데선거 직전에 노조가 임노동자 기금안을 제안했다는 사실이 보도되었다그리하여 1976년 선거에서 스웨덴 사회민주당은 46년만에 처음으로 정권을 잃는다물론 임노동자 기금안이 선거 패배의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큰 영향을 미친 것은 사실이다
 
그 후 임노동자 기금안은 최초의 급진적 형태에서 완화되었고, 1982년 총선에서 사회민주당이 재집권한 후 1983년 완화된 기금안을 통과시킨다사회민주당 의원은 전원 찬성그리고 부르주아 정당들 의원 전원이 반대했고 좌익당은 기권함으로써 수정 없이 입법안이 통과되었다그러나 1991년 출범한 부르주아 정당 연립정부는 기금제도 자체를 해체시켰다
 
신정완은 임노동자 기금안은 완전히 실패였다고 평가한다임노동자 기금은 일반 사적 주주들과 마찬가지로 오직 수익성 기준에 따라 기금 자금을 투자하는 방식으로 활용되었고 따라서 스웨덴 경제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그리고 임노동자 기금이 처음 구성되었을 때 목표로 했던 노동자 자주관리라는 목표는 완전히 사라졌다
 
임노동자 기금은 실패했다 
 
그러나 신정완의 책이 전달하고 있는 임노동자 기금에 관한 논쟁을 읽으면 의문점이 생긴다신정완은 스웨덴 임노동자기금 논쟁이 완전히 실패했다고 단언하면서 무엇을 주장하고 싶은 것인가임노동자 기금의 완화된 형태가 실패라는 것인가아니면 임노동자 기금 그 자체가 실패라는 것인가
 
임노동자 기금안의 최초 형태는 노동자들이 기금의 형태로 기업을 사실상 사회화하는 것을 주장하는 것이었고물론 신정완은 그것에 찬동한다그는 그것을 길드 사회주의라고 부른다복지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의 저자인 신정완은 최초의 임노동자 기금안이 비그포르스의 길드 사회주의의 영향을 받은 마이드너(Meidner)에 의해 작성되었다는 점을 중시한다그러나 책을 계속 읽어 나가면저자인 신정완이 임노동자 기금제 그 자체를 그다지 지지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LO의 기금안은 자본주의에 대한 대안적 경제체제 모델로서 기금 사회주의 모델을 내장하고 있었는데기금 사회주의 모델은 자본주의에 대한 설득력 있는 대안적 경제 체제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기금 사회주의 모델은 시장 사회주의 모델의 일종이었지만 시장경제 작동 원리에 대한 충분한 통찰이 결여된 채 마련된 모델이어서 안정적으로 재생산될 수 있는 경제 체제로서의 자격을 갖추지 못했다.” 
 
여기에서 알 수 있는 것은신정완이 근본적으로 스웨덴의 전통적인 사회민주주의적 정책즉 복지자본주의 정책은 물론이거니와심지어 그가 민주적 사회주의 정책으로 간주하는 임노동자 기금안 조차 못마땅하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신정완의 민주적 사회주의론은 실현 불가능한 최종 목표를 향해 계속 달려간다그리하여 그는 이렇게 말한다: “사회화 기획을 관철시키는 방식과 관련해서는 정치적이념적 정면 대결 이외에는 다른 길이 없다고 판단한다.” 
 
민주적 사회주의의 실현을 위해 치열하게 정치적이념적 투쟁을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신정완의 메시지인데하지만 1976년 선거 결과로 드러났듯이 스웨덴 국민들이 총체적 사회화가 아니라 사회민주주의적 자본주의를 원한다면
 
신정완이 말하는 민주적 사회주의란 사회화된 작은 규모의 기업들을 활성화하고 그것을 통해 진정한 노동자 자치주의를 실현하는 것이다물론 거대기업도 그렇게 되어야 한다는 것을 함축하고 있을 것이다하지만 이러한 민주적 사회주의 국가 즉 공산주의 국가가 사회민주주의보다 더 잘 굴러갈 것이라는 어떤 선험적인 근거도 존재하지 않는다
 
그리고 현실적으로는이미 존재하는 거대 기업은 또 어떻게 하자는 것인가민주적 방식으로 대기업을 사회화하는 것을 국민이 거부했으므로 대기업은 그냥 그의 말대로 복지 자본주의의 체제로 놔두고 작은 기업 단위로만 사회주의를 실현하자는 것일까이러한 초보적인 수준의 질문에 대한 대답도 신정완의 그 책에서는 발견되지 않는다
 
신정완의 개념 구조 속에서 사회민주주의는 단순히’ 복지 자본주의에 불과하므로 그것은 (민주적사회주의로 넘어가야 할 과도기적 단계로 간주되고 있다하지만 그가 말한 민주적 사회주의 정책에 동의할 수 없다면왜 우리는 민주적 사회주의를 해야 하는지 납득할 수 없는 지점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민주적 사회주의는 실체 없는 유령이다
 
또한 신정완은 실제로 사회화 기획이 실현되고 난 후에 성공적으로 경제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기법을 미리 습득하기 위해서” “성공적으로 운영되는 사회화된 기업의 모범 사례를 창출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러한 말 역시도 매우 역설적으로 들린다시민들이 주체가 되어 스스로 운영하는 사회화된 기업을 만드는 것은 그것을 하는 데 성공할 수만 있다면’ 누구라도 하고 싶은 좋은 일임에 틀림없다그러나 민주적 사회주의 국가에서 국가 경영을 잘 하기 위해서 사회화된 기업을 실험해보라고 권하는 것은 앞뒤가 바뀐 이야기다
 
이 모든 것이 존재하지 않는 최종 목표가 마치 존재하는 것처럼 믿고 있기 때문에 생겨나는 것이 아닐까지금까지 보았듯이 신정완이 말하는 민주적 사회주의의 내용은 나의 관점에서 본다면 실체 없는 허구 같은 것이었다
 
바로 그러한 이유로 나는 신정완의 민주적 사회주의론에 동의하지 않는다또한 매우 뛰어난 저서임에도 불구하고 신정완의 복지자본주의냐 민주적 사회주의냐라는 질문으로부터는 우리가 취해야 할 어떠한 현실적인’ 정책도 추론해낼 수 없다는 치명적인 약점을 갖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윤도현 교수 청강후기는 복지 자본주의가 아닌 민주적 사회주의라는 최종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향해 나아가야 할 것을 제안하고 있다하지만 그 민주적 사회주의의 실체가 과연 무엇인가이것이 명확히 대답이 되지 않는 한최종 목표를 주장하는 것은 공허하며 무의미하다. 더구나 그러한 주장은 사회민주주의가 복지 자본주의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암시하는 (즉 자유주의적 자본주의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그다지 생산적이지 못한 결론을 마찬가지로 함축하고 있기 때문이다
 
 

글/홍준기

프로이트 라깡 정신분석연구소 소장. 정신분석가이자 철학자이다. 서울대 법대, 총신대 신학대학원을 졸업한 후 독일 브레멘대학과 프랑스 파리10대학에서 정신분석과 철학을 전공했고 철학박사학위(브레멘)를 받았다. 저서로는 <라캉과 현대철학>, <라깡의 재탄생>(공편) 등, 역서로는 <라깡과 정신분석임상: 구조와 도착증>, <프로이트․라깡 정신분석임상>, <욕망의 전복: 자크 라캉 또는 제2의 정신분석학 혁명>, <노아의 외투: 아버지에 관한 라깡의 세 가지 견해>, <에끄리>(공역) 등이 있다.

이소연 기자  luxjin@sjournal.kr

<저작권자 © 지속가능저널,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소연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