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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족과 통일, 남북 평화공존 (2)사회민주주의와 민족 문제

<민족과 통일, 남북 평화공존 (1)>에 이어서

통일이 아니라 평화와 공동번영이 우선

그렇다면 민족문제와 통일문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국(남한)을 선진문명 복지국가로 끌어올림으로써 한국사회의 내부적 대립구도를 타파함과 동시에 정치경제적 번영과 안정을 달성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대외적인 자주성을 확보하며, 그것이 달성되는 시점에 즈음하여 비로소 한반도 통일국가를 추구해나가는 것이다. 이것은 급진적 혁명보다는 지속적, 점진적 변화를 추구하는 정치운동으로서의 사회민주주의가 자신의 주요 과제의 하나로 남북평화와 남북의 공동번영, 그리고 그것을 기반으로 하는 남북통일을 설정하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민주주의의 5대 가치 중 하나인 평화의 원칙은 여기에서도 예외 없이 적용돼야 한다. 한 개인의 경우에도 스스로를 훌륭한 인격체로 거듭나게 하겠다고 결심하는 순간 지금까지 다투던 사람을 용서하게 마련이다. 그 사람의 인격이 이미 훌륭해져서가 아니라 상대방과의 싸움과 대결의 구도에 말려있는 한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변화시키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사회민주주의 세력이 한국 사회를 내부적으로 변화시키는 주체로서 나서고자 한다면 반드시 북한과의 평화와 화해, 협력의 노선을 내세워야 한다. 한국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은 미국 정부마저 설득하여 북미간의 평화와 화해, 협력의 노선으로 나아가게 해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사회민주주의자들이 남북 간, 북미간의 평화와 화해, 협력의 노선을 내세워야 하는 까닭은 북한의 현 정권과 그 지도층이 민주주의와 사회민주주의의 가치에 부합하기 때문이 아니다. 북한의 현 지도층은 사회민주주주의 가치에 부합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한국의 사회민주주의자자들이 뉴라이트 수구세력과 동맹하여 반북·반공 운동에 나서는 것은 보수주의자들의 흡수통일론에 말려드는 것이며, 그것은 남북 간 체제대결과 군사대결을 더욱 심각하게 만들게 된다. 북한을 포함한 한반도 전체에서 장기적으로 사회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도, 당장 한반도에 필요한 것은 북한과의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노선이다. 

사회민주주의가 한국을 동아시아의 문명복지국가로 끌어올리고자 노력하고 분투하는 도상에서 북한은 결코 대결과 적대의 대상이 아니다. 지금의 북한을 적대적으로 부정해봐야 “맞아, 그러므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만능 한국자본주의가 더 우월한 거야”라는 보수적 흡수통일론 말고는 결론이 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국 사회민주주의는 남북한 및 북미 간 평화조약과 평화공존, 전쟁상태종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남북 간, 북미 간 평화공존 체제가 확보될 경우, 북한은 핵무기로 자신을 지키려는 노선을 자연스럽게 포기하려는 마음을 조만간 갖게 될 것이다. 현재 일부 진보 인사들은 ‘핵무기 반대’를 최우선 요구로 내세우면서, 북한이 핵무장을 포기해야 그 이후에 비로소 남북 간, 북미 간의 화해와 평화공존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핵무기부터 내려놓으면 화해할 수 있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남북 간, 북미 간 대립구조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으며 그것은 오히려 시대착오적인 수구 세력과 흡수통일론자들의 입장만 강화시킬 뿐이다. 그런 주장으로는 북한 내부의 강경한 수구세력의 입장도 약화시킬 수 없다. 북한의 핵무장 포기를 자연스럽게 달성하기 위해서도 그에 앞서 달성해야 하는 과제는 남북 간 및 북미 간 평화공존 체제 수립인 것이다.

남북 간의 화해 협력은 한국경제와 북한경제에 엄청난 경제적 효과를 낼 수 있으며, 양측 경제의 공동 번영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그렇지만 남북한이 화해와 평화공존에 나서야 하는 까닭은 그 경제적 효과 때문이라기보다는, 바로 평화공존과 공동번영의 원칙이 사회민주주의와 진보의 가치관과 세계관의 입장에서 가장 ‘올바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파생되는 다양한 경제적 효과는 ‘선물’이다. 

만약 남북한이 평화공존과 함께 공동으로 번영하는 관계가 구축된다면, 그리고 그 유리한 조건에서 한국에서 선진문명 복지국가가 탄생하고 더 나아가 스웨덴 등 북유럽 수준으로 발전한다면, 북한의 인민들도 언젠가는 남한에서 달성된 선진문명 복지국가에서처럼 살고 싶어 하는 정서와 분위기가 무르익게 될 것이며, 북한에서도 사회민주주의 정치가 본격적으로 등장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남한과 북한 모두에서 선진문명 복지국가가 성장하는 것은 남북 간의 평화통일을 궁극적으로 보장하는 길이다. 

사회민주주의가 한국에서 큰 정치 세력이 되고 더 나아가 선진문명 복지국가로 이 나라를 이끌 수 있는 능력과 자격을 가진 세력으로 성장한다면, 사회민주주의가 이끌어가는 미래의 대한민국은 한반도를 둘러싼 험난한 국제정세 속에서 우리 민족의 정치경제적 자주성을 확보하고 남북한이 경제적으로 공동 번영하는 길을 찾아나가기 위해 더욱 분투할 것이다. 사회민주주의와 선진문명 복지국가의 길만이 한국이 -그리고 궁극적으로는 북한도- 미국과 중국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으면서 사실상의 외교적, 군사적 중립을 유지할 수 있게 해준다. 사회민주주의는 한국과 한반도 전체에서 미국과 중국, 일본 등의 패권주의에 반대하며, 이를 말로만이 아니라 실천적으로 관철시키기 위해서도 한반도와 동북아 전체에서 평화공존과 정치경제적 자주성, 그리고 공동번영을 보장하는 새로운 국제적 틀을 제시해야 한다.

 

글/조원희

국민대 경상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대표적 저서로 <한국경제의 위기와 개혁과제>(공저·1997), <사회민주주의선언>(공저·2012) 등이 있다.

 

이소연 기자  luxji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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