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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와 평등, 정의와 연대 (1)사회민주주의의 가치관

많은 사람들이 흔히 갖는 오해중 하나는 자유주의는 ‘자유’를 가장 중시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유주의는 논리적으로 자유로부터 시작한다고 오해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실제로 자유주의는 평등에서 시작한다.

자유주의는 평등에서 시작한다

역사적으로 자유주의는 봉건적 신분 차별을 부정하는 데서 출발했다. 봉건적 사회질서는 귀족과 평민, 영주와 농노, 지주와 소작인과 같은 신분제적 차별에 근거해 인격적 구속, 즉 자유에 대한 부정을 정당화하는 체제였다. 자유주의는 그러한 불평등에 반대하는 사상이었으며, 인간은 평등하다는 근거로부터 신분제적 구속을 강요하는 봉건제도를 타파하고자 하였다. 

자유주의는 신분제적 구속이 없는 인간이 자유로운 인간이라고 보았다. 시민혁명에 의해 신분적 차별을 제거한 다음, 자유주의는 스스로의 논리에 의해 한 단계 더 나아갔다. 즉 성별의 차이, 종교적 차이, 인종적 차이, 경제력의 차이 등 모든 차원에서 인격적 불평등에 대한 부정으로 나아간 것이다. 이것 또한 바로 자유로 연결된다. 자유주의에서는 ‘모든 인간은, 개인적으로 어떤 특성을 가지고 있건, 똑똑하건 덜 똑똑하건, 돈이 많건 적건 상관없이, 절대적으로 존엄한 존재이므로 평등하며, 바로 그렇게 때문에 자유일 수밖에 없는 존재로 된다’. (이근식, 2011, p.36). 

그렇지만 자유주의가 옹호하는 자유는 어디까지나 소극적으로 정의된 자유, 즉 ‘소극적 자유’이다. 즉 좁게는 신분제적 차별에 대한 반대이며, 넓게는 성별 차별, 인종 차별, 종교적 차별에 대한 부정과 반대가 그 요체이다. 그리고 국가(정부)의 역할은 이러한 각종의 차별을 법률적으로 제거하는 범위에서만 소극적으로 인정되며, 따라서 부자와 빈자간의 법률적 차별에는 반대하지만 부자와 빈자간의 물질적 조건상의 불평등을 제거하기 위해 국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데에는 소극적이다. 그에 반해 사회민주주의가 가장 중시하는 자유는 소극적 자유를 기본으로 하면서도 그것을 넘는 적극적 자유를 제공하고자 한다. 즉 사회민주주의는 모든 개인의 자유와 적극적 자기계발을 매우 소중하게 여기며, 이를 위해서는 물질적 조건의 제공이 필요하다고 보고, 그 물질적 조건을 만약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제공하지 못한다면 국가(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본다. 

자유주의가 근본적으로 자본주의적 경제사회 질서를 정당화하고 그 질서에 순응적이라고 비판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자본주의는 사유재산과 시장을 바탕으로, 자기 재산을 자유롭게 활용하여 부가가치 생산에 참여하고 자유 시장을 통해 각자의 자기이익을 추구하는 경제이다. 그리고 이 경제에서는 돈을 가진 자산가 또는 자본가가 압도적 헤게모니를 가지고 경제활동을 조직한다. 자산가(자본가)와 그 협력자들은 당연히 영업 활동에 있어 그 어떤 경제 외적 차별, 더 구체적으로는 신분제적 차별과 남녀 차별, 인종 차별 등도 불필요하며 오히려 자신의 영업과 수익 창출에 해롭다고 생각한다.  

하층민과 여성을 신분제적으로 차별하는 일-이런 일이 지금도 카스트제도 또는 가부장제도가 유지되는 인도와 아랍 지역에서는 다반사로 일어나는데-이 자본가에게, 자본주의 경제의 발전에 - 이익이 되는가? 아니다. 하층민과 여성이 신분제도와 대가족제도로부터 해방되어 자유로운 노동력으로서 기업에 고용되는 것이 오히려 자본의 이익 실현에 유리하다. 그러므로 자본주의자들은 자유주의를 기꺼이 수용한다.(1) 

그런데 권력을 잡은 자유주의가 절대적 권리로서의 사유재산, 그리고 완전한 자유가 보장되는 시장을 추구하자 그들의 의도와 기대와는 반대로 자본주의 그 자체가 파괴되는 경향이 발생했다. 그것이 19세기에 빈발했던 사회혁명과 금융위기이며, 그 결과 20세기 들어 자본가들과 그 협력자들은 자유방임주의(경제적 자유주의)는 자살행위라는 점을 인정하고(2) 사유재산권과 시장의 자유에 대한 일정한 제한과 규제를 받아들였다. 그것이 수정된 자유주의 또는 진보적 자유주의라 불리는 새로운 자유주의(New Liberalism)가 20세기 초중반에 탄생한 배경이다. 

<자유와 평등, 정의와 연대 (2) >에서 계속

글/조원희

국민대 경상대학장으로 재직 중이다.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영국 런던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사)복지국가소사이어티 편집위원장을 역임했다. 대표적 저서로 <한국경제의 위기와 개혁과제>(공저·1997), <사회민주주의선언>(공저·2012) 등이 있다.

 

(1) 밀턴 프리드만, 『자본주의와 자유』(2007)을 참조.

(2) 최근 수십 년간 자유주의자들은 이 사실을 잊고 시장만능주의인 신자유주의로 나아갔다가 2008년 세계경제가 위기에 빠지자 과거의 기억을 다시 회복했다. 그래서 이념으로서의 신자유주의는 자기 무덤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물론 자유주의자들이 저지른 행동의 결과로 세계인들은 여전히 막심한 고통 의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죄인이 아니라 피해자가 고통에 빠진 이 현실은 언젠가는 분노한 대중이 대가를 받아내고 말겠지만 당장 볼 때는 종교인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인과응보의 원리가 부정당하고 있는 듯하다. 사회민주주의적 실천만이 최종적으로 대가를 받는 길이 될 것이다.

<참고 문헌>

가리타니 고진(2010)  <세계사의 구>』, 조영일(역), 도서출판b, 2012.

박호성(2005) <사회민주주의의 역사와 전>』, 책세상.

셰리 버먼(2010) <정치가 우선한다>, 김유진역, ㈜후마니타스.

이근식(2011) <진보적 자유주의와 한국 자본주의>, 최태욱(편저) <자유주의는 진보적일 수 있는가>, 폴리테이아.

조원희・정승일(2012) <사회민주주의 선언>, 홍진북스.

Wikipedia(2013) “Social Democracy”,  http://en.wikipedia.org/wiki/Social_democracy 

 

 

이소연 기자  luxjin@s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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