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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사적 기적과 딥 익팩트[호모 코오퍼티쿠스1] 6500만년 전 지구에 일어난 대재앙

[호모 코오퍼티쿠스1] 우주사적 기적과 딥 익팩트

 

6500만 년 전 우리 지구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시나요? 그리고 그때 지구를 지배하고 있던 생명체는 무엇이었을까요. 인간은 아닙니다. 그때는 인간 비슷한 것도 없었어요. 인류학이 인간 종의 역사를 늘려 놓았지만 ‘그래봤자’ 500만년, 길게 봐야 700만년 정도입니다.

6500만 년 전 지구에는 지구 탄생 이래 가장 유명한 대재앙이 일어납니다. 영화 <Deep Impact>와 비슷한 사건이 실제로 일어난 것입니다. 지름 10Km의 운석 또는 소행성이 지금의 멕시코만에 떨어졌습니다. 충돌 직전에 지구에서 가장 번성하고 있던 생물은 공룡이었습니다. 바다 속에는 당시 충돌을 입증하는 지름 200Km의 커다란 구덩이(칙술룹 크레이터)가 아직 남아 있습니다.

이 충돌로 공룡이 거의 전멸하고 맙니다. 극소수의 공룡들이 운 좋게 살아남아 달라진 환경 속에서 악착같이 버텼지만 소행성이 충돌하고 1000만년이 더 지나면 지구상에서 완전히 종적을 감춥니다. 지금으로부터 대략 5500만 년 전쯤이면 살아서 움직이는 공룡의 모습을 우리 행성에서 더 이상 볼 수 없게 됩니다. 시간을 건너뛰어 다른 생명종인 인간과 대면하는 것은, 공룡들에겐 수모이겠지만 화석이란 형식으로 부활하면서입니다.

우주에서 날아온 커다란 돌덩이가 지구 표면을 때리면 대폭발이 일어납니다. 충돌한 주변 넓은 지역이 순식간에 초토화하고 곧 이어 폭발로 생긴 방대한 양의 먼지가 공중으로 올라가 하늘을 덮습니다. 동시에 초대형 폭발의 와중에 생긴 불붙은 돌덩이들이 산지사방으로 날아가 세계전역이 연쇄적으로 거대한 불길에 휩싸입니다.

지상은 타버리고 하늘은 먼지로 뒤덮입니다. 지옥이나 다름없는 풍경입니다. 대기를 휘감은 먼지층은 지구의 태양열 흡수를 막게 되고 결국 지구 전역이 동토(凍土)나 다름없는 곳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른 바 핵폭발 이후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핵겨울’이 6500만 년 전에 실제로 일어난 것이지요. 먼저 식물이 죽습니다. 그 식물을 뜯어먹는 초식동물이 죽고,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육식동물이 죽게 됩니다.

이런 종말론적 재앙에서 어떤 종이 살아남게 될까요? 결론적으로 에너지 효율이 높은 생명체가 생존의 기회를 잡게 됩니다. 단순논리로 키 작은 동물이 생존에 더 유리해 보입니다. 그때까지 지구에서 주인 노릇을 한 거대한 생명체 공룡은 그 거대함 때문에 역사의 무대에서 퇴장하게 됩니다. 덩치로 흥한 자 덩치로 망하는 역설입니다.

이제 무대에는 다른 주인공이 등장합니다. 땅 속에 굴을 파고 지내면서 이것저것 막 먹어대는 잡식성 포유류가 공룡들이 멸절하고 난 뒤 우연찮게 번성할 기회를 잡게 됩니다. 그리하여 지금의 멕시코 유카탄 반도 위쪽을 소행성이 가격하고 6000만 년 쯤 흐르면 인간의 선조로 여겨지는 원숭이 비슷한 생명체가 영장류에서 분화해 아프리카에 출현합니다.

만일 소행성이 그때 그곳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는 지구 생태계에서 ‘후보’ 신세를 벗어나지 못했을 겁니다. (소행성이 떨어진 곳의 지질이 재앙을 더 악화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그때 그곳에 그런 크기의 운석이 떨어지지 않았고, 혹시 기적적인 진화의 산물로 인간이 현재의 지구 생태계에서 어렵사리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손 치더라도 만일 공룡과 함께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지금의 문명사회는 꿈도 꾸지 말아야 하겠지요. 공룡과 같은 시간대에 지구를 공유하는 처지인 인간은 티라노 사우로스의 한 끼 식사는커녕 간식거리도 안 될 겁니다.

인간은 소행성충돌이라는 아주 절묘한 우연에 의해 축구 황제 펠레가 그랬던 것처럼 후보에서 주전선수로 바뀌어 현재 지구의 지배자로 군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교체’가 아주 이례적인 사건은 아닙니다. 사실 공룡이 버글거린 중생대는, 지질시대 구분상 고생대의 말로 분류되는 페름기의 ‘대멸절’에 의해 도래했습니다. 페름기 대멸절로 당시 지구 생명체의 95% 이상이 사라졌습니다. 고생대의 폐허가 없었다면 공룡 또한 중생대에서 지배적인 생물 종이 될 기회를 잡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나아가 공룡이든 인간이든 지구라는 행성이 생겨나지 않았다면 아예 발생할 수조차 없었을 것입니다. 지구는 대략 46억 년 전에 탄생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오스트랄로피테쿠스, 루시 등 화석까지 포함한 인류의 역사는 지구의 나이에 비하면 1000분의 1 가량에 불과합니다. 더 세분해 문명화한 인간의 시대는 길게 봐도 지구 나이의 10만분의 1 정도이겠지요.

시간의 대비까지 끌어대지 않아도 인간이 지구의 부산물이라는 사실을 누가 부인하겠습니까. 우리의 희망 또는 믿음과 달리 지구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다. 인간은 지구의 우연찮은 일개 현상에 불과합니다. 마찬가지로 지구 또한 태양의 부산물입니다. 지구 탄생에서 5억년 가까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면 태양이 막 생성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수소와 헬륨이 우주 먼지와 뭉쳐져 거대한 구체(태양)를 만들고 있습니다. 태양으로 뭉쳐지지 못하고 남은 우주 먼지와 기체는 태양 주위를 오랜 시간 떠돌다가 약속이라도 한 듯 서로를 끌어당겨 훨씬 작은 구체로 뭉쳐지면서 행성들로 탄생합니다. 그중 하나가 지구입니다.

지금 지구 자리(더 정확하게는 태양을 도는 궤도 상)에서 우주먼지, 돌덩이, 기체 등 세상의 잡다한 물질이 5억년 난리법석을 떤 끝에 태어난 게 지구입니다. 태양의 자식들인 수금지화목토천해(수성, 금성, 지구, 화성, 목성, 토성, 천왕성, 해왕성) 가운데 화성까지를 내행성계라고 하고 목성부터를 외행성계라고 합니다.

내행성계, 외행성계라고 멋진 이름을 붙이긴 했지만 사실 태양에 비하면 ‘계’들은 별다른 의미를 갖지 못합니다. 지름이 지구의 11배로 태양계 전체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조차 태양과 비교하면 존재감이 미미합니다. 태양계에서 태양의 비중이 대략 99.9%로 절대적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지구를 포함해 행성이란, 단지 태양에 흡수되지 못한 찌꺼기에 불과하다는 인식에 곧 바로 도달하게 됩니다.

태양계 얘기를 더 진전시킬 필요는 없을 것 같고, 최초의 궁금증만 해결하도록 하죠. 6500만 년 전 지구에 떨어져 공룡을 멸절시킨 그 큰 돌은 어디에서 왔을까요. 물론 출처를 알 수는 없지만 짐작할 수는 있습니다. 대략 태양계 내 세 지역 가운데 하나일 겁니다. 태양계 내에서 소행성ㆍ운석 등 돌덩이들이 대규모로 떠도는 지역은 1)화성과 목성 사이의 소행성대(Asteroid belt), 2)해왕성 바깥의 카이퍼 벨트(Kuiper Beltㆍ태양으로부터 거리는 45억∼75억Km), 3)태양계 외곽을 형성하는 오르트구름(Oort cloudㆍ태양으로부터 거리는 3만~10만 AU. 1AU는 약 1억5000Km)입니다.

 

안치용 / 발행인  dragon@csrjourna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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